작가명 : 묘재
작품명 : 고고학자
출판사 : (미출간)
묘재 - '고고학자'의 작중 오류
현대물은 판타지라는 속성상 '극적 허용'이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현실을 무시하는 내용은 몰입을 매우 저해합니다.
이 글에서는 묘재님의 '고고학자'라는 글에서 보이는 오류에 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위기는 기회다 (1)
1. '유적 발굴 전문회사'의 존재 여부
예전에는 유적 발굴을 대학 박물관이나 고고학과 교수님들이 연구용역 형태로 진행하였는데, 이것이 문제가 많아 지금은 발굴 전문 기관들로 대체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슨무슨 문화재연구원'이 그런 기관입니다.
이 회사는 대부분의 직원이 전공자(대학생, 졸업생, 대학원생, 학예사 등)로 구성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프로젝트를 따야 발굴을 해야 하니 접대를 하라는 둥, 그건 영업부의 일이라는 둥의 대화는 비현실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2. 발굴 과정에 대하여
'작년에 벌어진 발굴 작업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결국 아무것도 못 건진채 정리될 가능성이 높았다.'
'한마디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실적도 마이너스가 되란 뜻이었다.'
현재 진행되는 많은 발굴은 '긴급구제발굴'이라고 해서,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기 전에 진행되는 공사가 대부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과 예산이 정해진 형태로 진행됩니다. 매우 중요한 유적이 발굴되면 공사계획이 변경되고 추가로 발굴이 진행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가 흔하지 않습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발굴'은 고고학의 연구행위로 최종적으로 발굴보고서와 유물이 결과물이 됩니다. 따라서 발굴을 무사히 기간안에 마무리짓고 유물정리와 보고서를 끝내면 그게 하나의 실적이 됩니다. 때문에 '실적이 마이너스가 된다'라는 표현은 비현실적인듯 합니다.
또한 '지반이 너무 약한게 문제였다. 함부로 발굴을 시도했다간 주변의 땅 전체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얄팍한 제 지식이지만, 발굴현장에서 '지반'문제로 발굴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이해가 안됩니다.
일단 발굴조사의 대상은 '퇴적층'입니다. 따라서 파내려가면 지반이 불안정할 정도로 깊이 파내려갈 일도 없습니다.
또한 발굴 조사는 먼저 '지표조사'가 이루어집니다. 그 뒤에 유적이 있을 법한 곳에 '트렌치'를 수직으로 파 내려갑니다. 그러다가 유구가 발견되면 그걸 기점으로 넓혀나가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그러므로 지반이 불안정해서 발굴이 지연되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악천후 때문에 작업을 못하거나, 긴급구제발굴의 경우 공사현장 측과의 갈등으로 작업이 지연될수는 있어도, 지반이 약해 발굴 자체가 어렵다는건 비현실적이라고 봅니다.
3. 발굴작업의 예산에 대해
'김해의 발굴현장은 예산잡아먹는 괴물이 돼 있었다. 투자를 하고 있는 대기업과 정부 기관에서도 발을 빼려는 기미가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발굴은 시공업체측에서 부담하도록 법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공사현장에서는 유적이 나오면 쉬쉬하고 파묻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은 돈대로, 시간도 시간대로 들기 때문이지요.
국가예산에서 지급하는 경우는 국가기반시설 공사시의 긴급구제발굴이나, 문화재청에서 주요 유적 정비를 하면서 발굴하는 경우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기관과 대기업이 투자하는 발굴'이라는 표현은 비현실적인듯 합니다.
위기는 기회다 (2)
1. 발굴 현장의 인적구성에 대해.
'현장소장의 말에 인부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부들이 보기에 새파랗게 젊은 김도훈은 애송이에 불과했다.'
발굴현장은 기본적으로 연구책임자의 지휘 아래에 전공자들이 작업을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포크레인 기사분이나 일부 인부분들이 계시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발굴진행에서 숙련된 전공자가 다수 참여하여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 발굴현장의 묘사에 대해서
'아무렇게나 세워져있는 포크레인과 발굴 장비들. 대충 들쑤시다 말았는지 잔뜩 뒤집혀있는 흑무더기들.'
발굴현장의 진행은 계획에 의거하여 진행되며, 위에 언급한 것처럼 트렌치를 파고, 거기서부터 진행하며, 넓게 파헤치더라도 격자형태로 이동로는 남겨놓습니다. 그리고 발굴이 끝나면 다시 흙으로 덮어놓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반 측정용 막대를 쑤셔넣기 무섭게 흙더미가 흔들렸다.'
도굴은 이렇게 쇠막대기로 쑤시고 다니면서 빈곳을 찾을수 있지만, 정식 연구발굴은 이렇게 안 쑤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니 쑤시면 큰일 날듯 하군요. 괜히 발굴과정에서 유물이 상하기라도 하면 문제가 되니까요.
위기는 기회다 (3)
1. '빙빙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일주일안에 성과를 보일 수 있겠습니까, 없겠습니까?' '새로운 연구를 하면 예산은 누가 대줍니까? 주민들의 혈세를 또 퍼부으란 말은 아니겠지요?' '무조건 일주일 안에 성과를 내십시오. 그게 아니면 저희 지자체에서는 후원을 중단하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의 발굴작업과 현장에 대한 사전조사가 있었다면, 이런 묘사는 나올수 없습니다.
2. '오래전 우연히 읽었던 고고학 관련 논문이 절묘하게 떠오른 것이다.
'지반이 약할 때는 중심부를 건드려야 한다고 했어. 확률을 낮지만 약한 지반이 무너지고 새로운 지층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으니까.'
고고학 논문은 주로 어느 유구에서 어느 유적이 발굴되었고, 어느 시대 유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대다수입니다. 인문계열 논문중에 가장 건조한 논문이지요.
게다가 앞서 말한 것처럼 '새로운 지층'이 나타날때까지 안 파내려갑니다.
위기는 기회다 (4)
1. 발굴 현장에서 폭발물 사용 여부.
4편에서는 폭발물로 지반을 발파하는 묘사가 있는데, 발굴현장에서 폭약을 사용한다는 이야기는 단 한번도 관련 전공자분들에게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발파하게 되면 유구와 유적이 파괴될 위험이 너무나 큽니다.
2. 전문가의 자문 적절성 여부
후기와 댓글에 전문가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독일인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하셨습니다만,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한국의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당연히 한국인 전공자에게 자문을 받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극적 재미를 위해 약간의 왜곡이 허용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예 사실과 동떨어진 현대물은 심각하게 몰입을 방해하므로 좀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할 듯 합니다.
13일의 기적 (1)
1. 붕괴 이후 묘사과정에서 붕괴현장 아래에 다시 '신비유적'이 등장하는 것은 비현실적입니다. 물론 지저세계가 등장해도 소설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신비유적'이 지반을 붕괴시킨 지하에 '멀쩡한 형태'로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런 곳의 발견은 딱히 고고학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서술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 '특이한 형태의 상형문자가 분명했다' '한자나 이집트식 상형문자가 아니라 고대 가야지방의 유적에 새겨져 있던 것들이다' '고고학자답게 상형문자를 해석할 수 있었다.'
상상력으로 만들어내셨겠지만, 현실에는 이런 것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은 잘 아실겁니다. 물론 몇몇 금석문과 발해문자 등 견본이 부족해 해석이 안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그런 것도 '상형문자'는 아닙니다.
한국 고대사나 세계사에 비추어보면, 가야 상형문자를 집어넣는 것은 상당한 무리수라고 생각됩니다.
13일의 기적 (2)
1. 고대 가야에 운기조식이 존재했을까?
뭐 이 부분이야 많은 현대물에서 범하는 오류이니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만, 김시습, 정렴 등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고, 연금술의 역사에 대해 알아본 바에 따르면, 송나라-원나라 교체기 이전에는 운기조식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1)
1. '현대의 고고학자들이 해석을 포기한 갑골문자와 상형문자들이 실린 것이었다.', '김도훈은 극동지방의 웬만한 고대문자는 모두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일단 많은 갑골문자와 상형문자는 많이 해석이 되어 있습니다. 표본이 그만큼 많으니까요. 이러한 내용은 역시 좀 더 고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소설적인 측면에서도 이것이 추후 중요한 복선이 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없애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 '우리나라 안에도 아직 발굴되지 않은 유적지가 엄청나게 많잖아!'
이렇게 묘사하셨는데, 이것도 오류라고 봅니다. 현실에서는 도굴되지 않은 유적지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무령왕능이 발굴된 것에 고고학계가 들썩거렸지요.
일단 눈에 띄는 것만 정리했습니다.
이 이외에 작중 인물과 사건 전개 등도 눈에 띄는 부분이 있지만, 그것은 소설적인 부분이므로 제외하고, 순수하게 고증에 있어 오류라고 판단되는 것만 언급하였습니다.
결론 : '고고학자'는 현대 한국의 고고학 현실과 다른 묘사와 서술로 몰입을 저해한다. 따라서 좀 더 고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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