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으며, 얼마나 잃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야기 속의 남자는 불과 5분 만에 자신이 이룬 꿈을 잃어버렸답니다. 남은 건 주변에서 쏟아지는 경멸과 두려움의 시선, 그리고 눈물뿐이었습니다.
비가 오던 날, 건물에 폭탄이 설치되었습니다.
남자는 경찰이었죠. 경찰로서 시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게 배웠으니까요. 대 테러진압팀으로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남자에게 남은 의무였습니다.
남자는 달렸습니다. 죽은 동료들과 멸시하는 적들의 시체를 밟고, 다리를 피로 적시면서 뛰었습니다.
계단을 몇 층이나 올랐는지 기억하지도 못합니다.
그저 숨이 막혔습니다. 하지만 다리를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지친 몸을 쓰러뜨려선 안 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달렸습니다.
그리고 남자는 인질이 붙잡힌 방으로 돌입합니다.
입까지 묶인 인질은 전부 47명.
전부 폭탄의 뇌관과 연결된 조끼를 입고 있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이 벌어졌죠. 폭파하기까지 남은 카운터는 5분.
남자는 단 5분 만에 47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피신시킬 자신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폭파 전문 지식을 습득하긴 했지만 실전에서 써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자신이 없었습니다. 절대적으로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는데, 그 중 한 쪽도 괜찮다는 보장이 없었 죠.
하지만 망설일 여유도 없었던 남자는 결국 그 자리에 폭탄을 처리하기로 합니다. 무전으로 연락을 받으며 지시대로 폭 탄을 해체합니다.
카운터 4분….
설명을 들으며 폭탄의 구조를 이해합니다.
3분….
남자의 말을 들은 폭탄처리 전문가로부터 함정장치의 구조와 처리법을 듣습니다.
2분….
천천히 남자의 손이 더미 도선을 정리합니다. 하지만 프로가 만든 폭탄을 아마추어 수준인 손으로 처리하는 건 어려웠습니다.
시간이 더 필요했죠.
그러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분을 남겨두게 되자, 남자의 이성은 이미 폭발하기 직전까지 되었습니다.
긴장감, 의무감, 두려움, 분함, 슬픔으로 변해가는 감정이 손끝으로 전해지며 전신이 떨렸습니다.
남은 도선은 아직 10개나 되었는데….
고작 1분마저도 50초로 변해갔습니다.
그 때 남자가 느꼈던 절망은 살면서 느꼈던 감정 중에 가장 크고 무거웠습니다. 아니, 버거웠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절망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나중에 남자는 그냥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다는 생각마저 하게 됩니다.
폭발이 일어난 직후, 남자는 눈을 떴습니다. 부서진 폐허를 밟고 서있는 자신을 깨닫게 됩니다. 그 폭발 속에서 오직 남자만이 살아남은 겁니다. 상처 하나 없이, 정신을 차려보니 비를 맞으며 홀로 서있었습니다. 남자는 그렇게 네크로라이프가 되어버린 겁니다. 손에 5분이라고 표시된 스톱워치를 쥔 채…
아까 5분 동안 사람은 얼마나 잃어버릴 수 있을까라고 제가 물었습니다. 그 질문의 답은 [전부 다 잃어버릴 수도 있다.]입니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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