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축제를 하면, 졸업한 선배들이 와서 행패를 부리곤 했습니다.
자기들은 조국통일과 민주화를 위해 얼마나 가열차게 투쟁했는데 니들은 이게 뭐냐면서 말입니다.
그런 선배들이 절대 다수는 아니었습니다만, 임팩트가 워낙 강하다보니 후배 입장에서 고학번 선배는 항상 기피대상입니다.
요즘은 졸업하고도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도서관을 맴도는 선배도 전보다 더 많아졌겠죠.
정담에서 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피아에서야 물론 나이나 경력이 절대로 권력이 될 수 없지만, 평균적인 연령층이라는 건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요.
다툼이 있을 때 특히 그렇습니다.
어이없는 싸움을 가만히 지켜보다 보니, 30대 후반과 10대 후반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경우도 많더군요.
그런 경우는 누가 옳다 그르다 말할 수도 없습니다.
어떤 이슈에서는 오히려 30대 처럼 생각하는 10대, 10대처럼 생각하는 30대가 문제있는 거겠죠.
가끔 저도 다른 사람들이 쓴 한담, 정담, 토론 내용이나 거기에 달린 댓글들을 보며 발끈할 때도 있습니다만, 그때마다 "저 사람이 중고등학교 시절의 나, 갓 제대한 예비역 시절의 나라도 똑같이 대꾸할 거냐?"라는 생각으로 지나칩니다.
글을 연재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문피아의 다양한 연령층을 다 잠재적인 고객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전업작가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저는 출판은커녕 인기도 포기하고 글을 쓰고 있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내가 지금 어디서 글을 쓰고 있는지 잊어서는 안 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 생각이지만, 거칠게 말해서 10대와 20대 중반은 교감할 수 있으나, 20대 중반과 30대 중반은 교감이 좀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어떤 작품이 좋고 나쁜지에 대한 판단도 연령대에 크게 좌우되겠죠.
지금 문피아는 10대에서 20대 중반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문득 제가 후배들 축제하는데 찾아와서 앉아있는 눈치없는 선배는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장에서 회식하다 노래방에 가서, 신입 사원들 최신 가요 부르면서 춤추고 노는데 자꾸 마이크 들고 끼어들어서 김현식과 김광석을 번갈아 부르는 직장상사라든가.
다른 점이라면 문피아에서는 아무 권력도 없다는 것 뿐일지도요.
순전히 내가 즐겁자고 쓰는 거지만, 이곳이 과연 내가 있어도 좋은 놀이터인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누가 뭐라고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20대 신분증과 20대 인피가면이 있어서, 홍대 클럽을 드나들어도 절대로 들키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다고 해도,
그런 어른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문피아가 10대와 20대 만의 놀이터는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이 글의 제목은 밀란 쿤데라의 단편 소설 제목입니다.
그냥 문득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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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월요일에 이사를 가는데, 책장에 [엔트로피]라는 소설이 두 질이나 있네요.
이게 왜 아직까지 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친구 줬는데 빌려 준 건 줄 알고 읽고 가져 와서 꽂아 놓은 걸까요?
내일은 우체국도 안 열어서 이벤트 열기도 그렇고....
이사 간 다음에는 제가 또 오랫동안 어딜 가야 해서 신경 쓰기도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일단 필요하신 분 신청은 해봐주세요.
그냥 선착순 두 분입니다.
보내드린다는 보장도 없는 사상 최악의 무책임한 이벤트임 셈 치지요.
물론 착불이고, 제가 박스 값만 내 드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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