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강시우님의 글을 보고, 다른 작가분들도 혹여 '내 마음도 강시우님과 다르지 않은데, 이참에 나도!'하시는 분이 있을까 불안합니다.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고, 내 노력으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벽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 작가분이 몇 분이나 계시겠습니까. 문피아에 글을 올리는 작가님들 중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런 고민을 하고 밤잠을 설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쓰시는 글이 어느 정도 인기가 있으면 이런 고민도 덜하지만 인기가 없는 게 눈에 뻔히 보이면 이런 고민에서 벗어나기가 힘듭니다. 사람들이 보지도 않는 인기 없는 글을 계속 쓰는 게 견디기 힘든 일이라는 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실력이 없으니까 그렇다는 차가운 시선 때문에 제대로 말 꺼내기도 힘들고, 그 말이 온전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아 벙어리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권위로부터 나와 세상에 나가는 순수문학은 대중이 외면하더라도 권위에 기대 활력을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중에서 나와 세상에 나가는 장르문학에서 대중의 외면은 견뎌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낭중지추라는 말씀들을 해주시고 '언젠가는'이라는 희망을 갖지만 그 때가 언제 올지 까마득한 것도 힘든 일이라는 걸 압니다.
그래도 절필하지 마세요. 아까운 글이 또 하나 사라지는 게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글들이 뒤를 따를까 불안합니다.
저도 왕성히 읽고 다니는 독자가 아니라, 이 글을 읽으실 작가분들의 글에 댓글하나 안 단 경우가 많을 거고 추천글 하나 올려드리지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제가 감히 인기가 없어도 절필하지 말라고 말씀드리는 게 얼마나 염치없는 일인지도 잘 압니다. 하지만 그래도 쉽게 펜을 꺾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공이 국문학이라, 대학 때 동아리 활동을 한다고 꽤 많은 작가분들을 만나봤습니다. 작가지망생이었던 친구들과 함께요. 작고하신 박완서 작가님과 이청준 작가님도 뵀고, 이문열 작가님, 김훈 작가님 등 기라성 같은 분들과 젊은 작가분들까지 많이도 만났습니다.
그 분들이 작가지망생들에게 해주시는 격려는 거의 비슷합니다. 순문학이든 장르문학이든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읽고 열심히 쓰라는 겁니다. 이런 말씀도 있었습니다. '단편을 쓸 거면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자랑스러운 단편 10편을 써두고, 장편을 쓸 거면 역시 항상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길만한 글 두 개를 써둬라. 그렇게 했는데도 안 되면 그 때 세상을 원망해라.'
절필하시기 전에,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안 될까요. 글이 이미 끝나서 세상에 내놓은 것이 아니라 아직 쓰고 있는 중이니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첫 단어도 중요하지만 마침표도 중요한 법 아닙니까.
저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누구도 봐주지 않아서 울화통이 터진다면, 분명 수작이고 빼어난 글인데 이대로 사장된다고 생각하시면, 혼자 끙끙대지 마시고 어디에든 자랑을 해주세요. 그래야 가서 보지 않겠습니까.
절필하신단 글을 보고 강시우님 글을 보고 왔는데,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렇게 떠나는 분들이 더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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