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제가 주절거린 글에 이어서, 뭐 간단하게 제 생각을 늘여놓는 소리입니다. 물론 배운 것도 있지만, 나름 그걸 기반으로 생각을 해보는 것이랄까요.
이번에도 세 가지를 꼽아 볼 수 있습니다. 인물, 사건, 그리고 줄거리입니다. 물론 그게 그거 아니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작가가 어느 쪽을 중심으로 풀어 나가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인물은 말 그대로입니다. 모든 제반사항을 기반으로 하여, 인물에게 사건의 흐름을 맡겨버리는 스타일이라고 봅니다. 일어나는 사건과 이야기의 흐름은 정해져 있어도, 인물에 무게를 주어 '그 인물의 선택에 모든 이야기의 흐름이 결정된다'는 겁니다.
물론 이건 작가의 손아귀에서 창조된 인형이 주인공인 만큼, 이것이 작가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것인지 구분하기 힘이 듭니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은 흔히 작가가 자신의 내면에 '새로운 자아'를 창조하여 그 자아의 의사에 따라 이야기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며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며, 그 결론을 표현하는 것이죠.
사건은, 글 내에서 비중이 높은 사건들을 중심추를 삼아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라고 봅니다. 주인공의 의사 결정에 따라 능동적으로 상황이 변화할 수도 있지만, 사건이 절대적으로 이야기를 지배하는 구조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봅니다.
흔히 등장인물들이 사건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나오는 상황이 잦은 글이 이런 방식에 해당된다고 봅니다. 주인공의 의사가 반영되지만, 그것이 사건의 흐름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작가가 설계한 사건의 흐름 그대로 따라가는' 구조라고 보고 있습니다.
줄거리는 주로 완벽한 기승전결을 구상한 뒤, 모든 이야기의 개요를 짠 뒤 그 노선에 따라 사건을 배치하고, 인물이 그 위를 밟고 걸어가는 방식이긴 합니다다. 하지만 이에 판정하기가 상당히 어렵긴 합니다. 대략적인 줄기를 짜놓은 것만으로는 여기에 해당하진 않기 때문입니다.
'이 등장인물은 어떤 식으로 이야기 속에서 숱한 고난을 겪다 여러가지 사건을 겪어서 결국 결말에 도달한다'는 식으론 여기엔 해당하지 않습니다. 더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줄기를 잡는 것, 주인공의 여정과 사건이 어떠한 노선을 타느냐에 대해서 확고한 결정이 내려진 뒤에, 그것에 맞춰 모든 것을 구상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전 일단 '인물'에 무게를 두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세계관이라는 무대만 설정하면, 나머지는 인물들에게 맡겨버리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그만큼 다른 것에 소홀해질 수 있는 것이 '인물에 무게를 두는 방식'이라고 봅니다. 인물의 행동을 사건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빈번히 터져 나왔고, 그로 인해 글들이 처참한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죠.
한 가지에 비중을 두어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은 절대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거기에 너무 비중을 두다 다른 요소들에게 소홀해져 무게중심이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크지요. 어느 것을 선택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시는 건 글 쓰는 이의 의사지만, 그것으로 인해 감당해야 할 것들도 만만찮다는 것을 한번쯤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물론 저도 그걸 감당 못하는 처지긴 하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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