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저 헌터나 던전같은 고대유물과 관련된 설정들이 등장하는 판타지소설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그런 소설들의 공통점이 뭔가 하면 고대의 문명은 현재보다 뛰어나고, 그 유산을 하나라도 더 차지하려고 으르렁! 캥캥! 캬아앙! 하고 싸운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식의 인식이 굳어 졌는가?
그것은 판타지 세계의 근간이자 배경이 된 중세의 분위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미 로마가 멸망할 무렵부터 고대문명은 쇠퇴기에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말기의 로마는 그야 말로 안습이라, 수백년 전만해도 너끈하게 만들었던 장성이나 요새들도 후대에 가면 나무로 뚝딱이는 안습한 모습을 보이게 되지요. 더구나 로마식 투창이 사라지고, 병사들은 다트를 대신해서 던지는 이뭐병스런 사태까지...
사실 기술이 사라진 게 아니라 열악한 재정 문제에 원인이 있었던 바가 큽니다. 그러나 기술이라는 건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개발되지도, 제대로 유지되지도 못하는 것이니, 찬란한 로마가 막장타는 것은 당연했던 것인지 모릅니다.
게르만 개때러쉬 이후로 저런 경향은 더욱 심각해 졌습니다. 서로마 멸망이후 건국된 어느 왕국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하면, 로마시대 저택 2층에서 밥을 먹던 왕과 신하들이 갑자기 바닥이 꺼지는 바람에 1층으로 우르르 떨어지는 참사를 경험했습니다. 네... 보수를 안했기 때문인데.. 보수할 기술을 몰랐다고 하더군요.
서로마 멸망후 수도사들은 '세상의 종말이다'라고 할 정도로 유럽세계는 혼란스러웠고, 이 과정에서 많은 고대의 기술과 기예들이 사라졌습니다. 극도의 혼란기였기 때문에 아름다운 저택이나 신전을 지을 기술자 보다는 단단한 성을 지을 기술자만 살아남게 되었고, 기독교 신앙의 만발로 성상제작이나 회화미술이 쇠퇴하게 됩니다.
거기다 안정된 체제 속에서 향락을 일삼던 귀족들이 사라졌기 때문에, 이들에게 호사스런 예술품을 만들어 주던 장인들도 막장시대에 휩쓸려 사라지게 됩니다. 물론 중세인들도 그 가치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장원의 군사비로 소모하는 데 쏟는 돈으로 인해 제대로 사치를 부릴 수도 없었죠.
아무튼 중세가 괜히 암흑시대인 게 아닙니다.
국가의 체제 안정이나 경제의 호황이 얼마나 문화나 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지는 현대시대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근대적인 조약과 교육체계, 산업화를 발판으로 근 200년 사이에 인류는 그 이전 시대와 까마득할 정도의 격차를 벌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진국이나 정세가 불안정한 국가들을 보면 문화나 산업이 상당히 정체되어 있습니다. 60년대만 해도 세계적인 선진국이었던 필리핀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지요.
아무튼 지중해 세계를 통일하고 주변 이민족을 갈구시던 로마시대의 유럽인들과 달리 중세의 유럽들은 주변 이민족들에게 상당한 갈구미를 당하며 살았습니다.
북에는 같은 게르만계열의 노르만인들이 깽판을 쳐주었고, 남쪽에는 이슬람 세력이, 그리고 동쪽에는 슬라브 제 민족들과 타타트 계열의 기마민족들이 유럽인들을 갈구고 살았습니다.
고로 문화나 산업은 상당히 정체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 제법 살만한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이 기술을 연구하고 문물을 저술하여 남기지 않았다면 정말 유럽은 우가우가 스런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무튼 중세가 끝나니 르네상스... 괜히 부활이라고 외친 게 아니죠. 이탈리아나 지중해권을 중심으로 돈 좀 벌리고, 동방문화가 유입되니까 문화나 산업이 발전되었고, 오래된 고전에 대한 고찰도 가능해진 것입니다.
그래서 로마나 그리스식 건축이나 예술이 다시 부흥하였고, 어두운 중세문화는 종말을 고하게 되었지요.
근래에 레지던트이블이나 나는 전설이다같은 좀비물 영화들이 개봉했는데요, 실제 현대사회에도 판타지의 몬스터에 버금가는... 이런 세상에 지대한 압박을 주는 괴수들이 있다면 사회발전이 되지 않을 겁니다.
아무튼 결론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참 살기 좋다는 거...
대한민국에 태어난 거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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