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가 쓴 글에 어느 분의 질문도 있었고, 금강 문주님의 답변도 있어서 제 경험을 바탕으로 전업 작가의 가능성에 대해 적어 볼까 합니다.
우선 댓글에 달린 ‘대중성’에 대한 이야기부터 잠깐 하자면, 제가 언급한 대중성의 의미는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타당함입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와 같은 TV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쓰레기에 불과한 고물을 잔뜩 모아 놓고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으려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는 그 어디에도 쓸모가 없는 쓰레기이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에게는 다시없는 보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볼 수 있지요.
문피아는 그 편차가 덜하지만, 조아라의 경우 작품이 많은 만큼 글 수준의 편차도 매우 심합니다. 누구에게는 말도 안 되는 허접스러운 작품이어도 어떤 독자에게는 그보다 재미있는 작품이 없는, 꼭 마음에 드는 작품일수도 있지요. 이처럼 각기 개인의 경험이나 취향에 따라 작품에 대한 평가는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미있다’라고 평가하는 작품이 바로 대중성 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글 쓴 분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보편타당한 재미를 주도록 글을 썼다는 이야기이죠. 내가 재미없다고 다른 사람 역시 반드시 재미없을 것이라 단정하는 것은 편협한 사고라 생각합니다. 극단적인 예로 남자라면 열 중 아홉은 혐오감을 느끼는 BL물을 많은 여자 분들이 재미있게 읽고 있는 것만 보아도 재미의 기준은 읽는 이의 경험이나 취향에 많이 좌우됨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어제 글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바는 독자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쓰려 노력하지 않아도 자신이 진정으로 쓰려는 이야기를 쓰다 보면 누군가 반드시 그 이야기를 좋아해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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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리뉴얼이 되면 피폐해진 장르 문학 시장의 상황으로 말미암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펜을 꺾어야 했던 작가들을 장르 시장으로 귀환하도록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합니다.
비교할 대상이 대여점 밖에 없으니 대여점의 대여 실적을 통해 그 가능성을 한번 예상해 보겠습니다.
지금은 다 막혀서 볼 수 없지만, 예전에 자유로이 열람이 가능할 때에 본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면 보통 10회 이상 대여가 되고 2권이 1~2회 정도 떨어지는 연독률이면 입고(구입) 결정을 내리더군요. (요즘은 모르겠습니다.)
그런 결과를 바탕으로 1, 2권을 1,000부 판매하는 작가라면 약 10,000회 대여가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반품 당한 대여점에서도 0회인 경우는 없다시피 하니까 실제로는 몇 천 회쯤 더 대여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기 위해 이는 아예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겠습니다.
이러한 가정 하에서 만약 대여점 시장이 사라지고 –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 신간을 대여 시스템을 통해 대여한다면 책 아니면 못 보겠다는 독자를 제외하고라도 최소한 30퍼센트의 독자를 흡수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문피아의 리뉴얼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 모르지만, 이 분야에서 이미 한 발 앞서가는 조아라의 경우를 보자면 작가 스스로 책으로 엮어 대여하고 대여 금액의 70퍼센트를 되돌려 주는 시스템을 이미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비스는 미 실시)
만일 위에서 추정한 바대로 권 당 3,000회의 대여를 할 수 있다면 500원(권 당 700원 대여 시)씩만 계산해도 권 당 150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출간과 전자책(유료 연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출간은 최초 출간 시를 제외하고는 추가 수입이 없다시피 하지만, 전자책은 시간이 가도 꾸준히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작품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금액은 출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되지요. 저 역시 출판 시장에서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무명임에도 불구하고 노블레스와 프리미엄을 통해 웬만한 중견 작가 이상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A급은 미치지 못하지만, B급과는 비견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작가의 개인 대여점은 이미 KT올레에서 2011년 초반부터 시작했고, 그 시스템 그대로 옮겨 조아라에서 개발했고, 이제는 장르 사이트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문피아에서 도입하려 함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즉, 열심히 자기 글을 써서 작품을 보유하고 있으면 여러 매체를 통해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픈 마켓 형태이기 때문에 그 누구한테도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도 없고 오로지 독자의 평가만 무서워하면 됩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작가-독자 직거래 시장이 열리면 작가는 얼마든지 전업으로도 생활을 영위하며 작품 활동이 가능할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특히 무명에 실력도 한참 부족한 저 같은 작가도 가능했던 작품 판매를, 저보다 훨씬 잘 쓰고 팬층도 두터운 작가님들이 실패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직판의 경우 대여점과 달리 독자 분들의 반응이 매우 냉혹합니다. 유료 연재 한 회 한 회가 진검 승부이지요. 이 점만 염두에 두신다면 평생 좋아하는 글을 쓰며 행복한 작가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단언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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