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ミ제코★
작성
08.09.04 22:35
조회
1,021

‘챙! 챙!’

수풀이 우거진 산 속에서, 살기를 덮어 쓴 칼날이 부딪치며 내는 쇳소리가 주변의 정적을 깨고 있었다.

“하아… 하아…….”

한 남자의 거친 숨소리. 눈과 귀를 거의 덮을 수 있을 정도의 남자 치고는 긴 머리칼을 가진 남자의 숨소리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덥수룩한 머리카락 사이로 땀과 함께 피가 흘러 이마와 머리카락을 더럽히고 있었다.

“김 경…… 도망가라. 어서!”

남자는 뒤를 돌아보고서 그의 시선에 들어온 한 철없는 소년을 보고서 소리쳤다.

그 소년의 이름은 김 경.

동양인이 가지기는 무척이나 힘든, 아니. 가질 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적갈색의 긴 머리카락과 얼마나 입었는지 모를 회색의 헌 모시옷. 그 위로 눈길이 목을 타고 올라가면 날카로운 턱과 코를 가진 김 경의 얼굴이 보인다. 날카로운 코 밑엔 자그마한 입이 있었고, 15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는 매우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마치, 이제 더 이상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하는 듯한 눈빛…….

하지만 지금 그 눈빛은 너무도 애처롭게 자신 앞의 한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 싫어…… 이대로 도망가면 사부님은 어떡해!”

“듣기 싫다! 어서 도망가란 말이야!”

“난 사부님이랑 같이 죽을 거라고 했잖아! 절대 도망 못 가!”

“이 자식…… 나는 네 아버지한테 부탁 받았단 말…… 컥!”

그 순간, 사부님이라고 불린 남자의 품 속으로 긴 칼이 빨려 들어오듯 쑤셔 박혔다. 그 바람에 남자는 자신에게 칼을 꽂은 자객인 듯 보이는 남자의 어깨에 피를 토하고 말았다.

“크윽… 경아, 빨리 가라니까!”

김 경의 사부에게 칼을 꽂은 남자는 흰색과 검은색이 제 멋대로 섞인 듯한 온 몸을 덮는 망토, 그리고 삿갓과 하회탈을 쓰고 있었다. 하회탈의 왼쪽 눈 밑에는 잘린 듯한 흉터가 있었다. 사실 나무로 만들어졌을 뿐인 탈에게 ‘흉터’ 라는 말을 쓴다는 것 자체도 이상하긴 하지만 그 형상을 보아 방금 생긴 듯 했다.

“경아…… 저 자의 모습을 잘 기억해 두거라. 지금의 너는 저 자를 이길 수 없다! 검술도, 술법도 모두 너보다 한참 위야! 그러니 지금은 도망쳐서, 훗날…… 반드시 그를 다시 만나거라. 그러니 어서……!”

“흐으…….”

김 경은 무너져가는 자신의 사부님을 보며 흐느끼기만 했다. 그 모습에, 다시 김 경의 사부님은 혼신의 힘을 다해 소리쳤다.

“어서 도망가!”

그 말을 마치고, 다시 한 차례 피를 토해내고는 땅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하회탈의 사나이는 김 경의 사부님의 품에서 칼을 뽑아냈다. 그러자, 그와 함께 한 움큼의 피가 또 뿜어져 나왔다. 칼에는 피가 듬뿍 묻어 나왔지만 그 칼을 아무런 감정도 없는 듯 천으로 닦아 내는 그의 얼굴이 헤죽헤죽 웃고 있는 하회탈에 가려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김 경의 눈엔 그가 더욱 더 잔악해 보였다.

“넌 아직 나에게 죽을 정도의 가치는 없군. 그만 꺼져라.”

하회탈의 사나이는 매정하게 한 마디 내뱉고는 산 아래로 유유히 내려갔다.

김 경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발걸음을 돌리는 ‘원수’ 의 모습을 멀찌감치서 눈물을 짜며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사부님……?”

김 경은 아직도 경직됐던 몸이 풀리지 않았는지 몸을 파르르 떨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사부님에게 기어가서는 새하얘진 그 뺨에 천천히 손을 올렸다.

그 순간 김 경은 숨이 멎는 듯 했다.

정말…… 얼음처럼 싸늘했다.

김 경의 눈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 안돼… 거짓말이야!”

대체 뭐 때문에. 그 사람이 뭐 때문에 사부님을 죽였는지 김 경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화가 나고, 더욱 슬펐다. 어째서 자신의 사부님이 죽어야만 했는가? 김 경은 참을 수 없어 주먹을 꽉 쥐고선 오열했다.

“거짓말이야……!!”

그렇게,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스승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푸른 무궁화의 개화와 함께.

*   *   *  *  * *

문피아에 들어와서 처음 쓰는 작품입니다.

뉴웨이브 장르로 도전해보는데.. 잘부탁드립니다.

뭔가 새로운 뉴웨이브 소설을 보고 싶으신 분은 와 주세요. 기대에 부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유연재란 뉴웨이브, 한반도 연대기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 ' 3

  • 작성자
    紫璘자인
    작성일
    08.09.04 23:06
    No. 1

    언제나 비슷한소재, 하지만 다른 작가

    그래서 언제나 기대해봅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ミ제코★
    작성일
    08.09.04 23:25
    No. 2

    감사합니다 ㅇ_ㅇ;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4 여우고리
    작성일
    08.09.06 01:10
    No. 3

    개인적으로 뉴웨이브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한번 달려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재한담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87336 한담 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인기투표!!!!!! +38 Lv.12 꽃돌이정우 08.09.05 1,168 0
87335 추천 광헌님의 마존유랑기 추천합니다 +4 Lv.14 신존묵향 08.09.05 1,131 0
87334 알림 연재 중단한 거 아닙니다. 휘리스  08.09.05 546 0
87333 추천 저는 꽤나 고단수입니다. (사실 벌써 이정도 따위... +6 Lv.3 크루니우스 08.09.05 1,680 0
87332 요청 지금 선호작품 이 보이지 않는데 저만그런건가요? +16 Lv.78 심연의바다 08.09.05 627 0
87331 한담 줄기차게 달리다가 멈춘다는 것 +3 Lv.22 영아의별 08.09.05 427 0
87330 요청 소설 제목 검색, 아시는 분 답변 부탁드립니다 +10 Lv.64 진짜무협광 08.09.05 486 0
87329 공지 서버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28 Personacon 금강 08.09.05 3,409 0
87328 요청 문의 드립니다. 조금 전 간신히 접속 했습니다. 약... +3 Lv.4 남운 08.09.05 996 0
87327 요청 이런유형소설 추천좀!!ㅎㅎ +2 Lv.63 군발이 08.09.05 624 0
87326 요청 오래만에 찾아온 문피아, 정말 보고 싶은글을 읽고... +14 Lv.66 lLF 08.09.05 1,177 0
87325 추천 ???잊으셨습니까???[더쉐도우] +4 Lv.26 나비계곡 08.09.05 924 0
87324 요청 무협계열 추천좀 바래요 +3 Lv.72 카르소미어 08.09.05 640 0
87323 요청 게임판타지 추천 부탁드립니다. +13 Lv.1 세율 08.09.05 1,291 0
87322 한담 오늘도 그냥 여러가지... +3 Lv.1 유키쇼고 08.09.05 296 0
87321 홍보 그냥저냥 평범한 게임소설; +10 Lv.16 워터디 08.09.04 808 0
87320 추천 진가소사 추천이요~ +5 Lv.87 sesedad 08.09.04 729 0
87319 홍보 용자가 되었습니다. +2 쵸코쿠키 08.09.04 607 0
87318 요청 한 겨울을 표현하는데 어떤 좋은 문장들이 있을까요? +21 Lv.24 삭제계정 08.09.04 1,087 0
87317 홍보 이런 글도 있답니다^_^ +4 Lv.1 Clari 08.09.04 649 0
» 홍보 20세기 조선과 흐름을 함께한 소년의 이야기.... +3 ミ제코★ 08.09.04 1,022 0
87315 요청 팬픽을 쓰고싶습니다만.. +5 검뎅이 08.09.04 509 0
87314 한담 상당히 중대한 문제를 논거해봅니다. +25 Lv.22 리자드킹 08.09.04 850 0
87313 홍보 모든 게이머가 게임 지존 희망자는 아니죠... +6 Personacon 카밀레 08.09.04 1,102 0
87312 홍보 오게임팬픽 입니다. +3 Lv.1 [탈퇴계정] 08.09.04 899 0
87311 요청 좀비 버스터 같은 소설...., +3 Lv.1 고래비 08.09.04 1,078 0
87310 추천 여타의 것과는 2%다른 색다른 게임 판타지.. +5 Lv.45 맨탱 08.09.04 1,291 0
87309 추천 개벽을 아십니까.... +3 Lv.66 푸른말 08.09.04 1,086 0
87308 요청 정규 작가인데요 제발 알려주세요 +5 Lv.13 퇴고록 08.09.04 642 0
87307 추천 [이벤]기신님의 무영. +3 Personacon 자공 08.09.04 627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