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전업 작가의 하루.
그저 장르소설을 좋아해 읽기만 하던 독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도 한번 내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글로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업무를 보며 틈틈이 핸드폰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지문도 없는 대화로만 되어 있는 글을.
지문을 넣고 싶었지만, 글로 표현한다는 건 너무 어려웠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소설의 기본은 글을 읽는 독자가 글을 읽으며 그 장면이 상상이 되어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처음 쓴 글은 지문이 없지만, 대화를 보고도 장면이 상상된다고 했다.
우연히 알게 된 작가들이 천재라고 칭찬해 주었다.
단지 문제는 한글에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오타가 거의 헬게이트 수준이었다.
하지만 실수로 틀린 게 아니라 몰라서 틀린 것이었다.
그런데 틀린 걸 아는데도 맞는 단어가 뭔지 몰랐다.
그래서 패스했다.
지문이 없는 글로 공모전에 당선되고, 출판사와 계약을 했다.
소설사이트라는 곳이 있는지도 몰라서 그저 개인 카페에 연재를 하고 있다가 비록 무료연재지만 소설사이트에 연재도 시작했다.
작은 사이트였지만, 1등도 해보고 이곳 에서도 투베 10위 정도는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게임의 팬픽이었기에 저작권에 발목이 잡혔다.
애초에 돈을 벌 목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사람이란 게 초심을 지키는 게 쉬운 게 아니었다.
그렇게 반 강제로 시작한 두 번째 소설.
대박이 났다.
골베 1위를 하고 10여개의 출판사에서 출판제의를 받았다.
그리고 1년 후 난 동료작가에게 이런 말을 들어야 했다.
‘골베 1위를 하고도 돈을 벌지 못한 작가는 너 밖에 없을 거다.’
소설이 재미없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없었다.
단지 문제는 오타가 많고, 갑자기 내용이 산으로 갔다가 내려오는 척 하며 바다로 갔다.
처음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 글 쓰는 실력이 올라가는 것보다 눈높이가 더 빨리 올라간다고 했다.
골베 1위를 하고 있고, 만여 명에 가까운 독자들이 선호작을 눌러줬지만, 리메이크를 결정했다.
무책임하게 유료연재를 하는 것보다는 더 나아진 글로 시작을 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다시 쓰면 지금보다는 더 잘 쓰고 나은 글이 나올지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또 다시 연중일 뿐이었다.
심지어 그 와중에 다작도 했다.
선택과 집중을 해도 모자를 판에 다작을 하고 연중을 하고…….
출판은커녕 아직 유료연재는 시작도 해보지 못했는데 ‘연중작가’ 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새로 글을 쓸 때마다 컨택이 들어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냥 일이나 열심히 하자. 네가 천재가 맞기는 한데, 너 같은 작가는 수 없이 많았다. 그리고 다들 금방 사라졌지. 진짜 작가가 되려면 너처럼 초반만 재미있고 흐지부지 끝나는 조루소설이 아닌 네 글을 봐준 독자들이 실망하지 않는 마무리를 하는 거다. 그런데 넌 심지어 연중까지 했지.’
작가라는 존재들과 인연을 쌓으며 처음으로 만났던 작가님이 하신 말이었다.
아팠다. 많이 아팠다.
인터넷에서 댓글로 욕을 먹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핵 직구.
약 올라서 포기하고 쉽지 않았다.
잠시 집필을 접고, 글을 쓰는 방법을 설명해주는 책들을 보고, 너무 질문을 해서 짜증이 날 정도로 선배작가님들을 괴롭혔다.
회사에서 마침 너무 터무니없는 곳으로 발령도 내 주었다.
안 그래도 계속 다녀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선택을 하는 걸 도와줬다.
10년을 다녔던 직장을 하루아침에 관둬 버리고 작가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두 달 후.
잘못했다고 하고 다시 직장에 들어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다.
글이 산으로 갈 때도, 연중을 할 때도 모두 시간이 없어서 그렇게 된 거라고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막상 일을 관두고 작가사무실에서 출근해서 쓰는 글이랑, 본업을 가지고 틈틈이 쓰는 글의 양이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글의 재미는 그때가 더 좋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투잡으로 했을 때와 돈을 벌기 위한 생계로 할 때는 그 무게감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남은 거라곤 스트레스를 풀 목적으로 다시 시작한 2343승-543패 스타크래프트 아이디 일 뿐이었다.
지금도 잠시 멍을 때리다 이상한 글을 쓰며 딴 짓을 하고 있다.
이렇게 쓴 글이 벌써 10여개가 넘었다. 매번 휴지통으로 갔지만, 이번에는 올리겠습니다.
누군가 정해주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나태해지지 않기 위해 시간표를 정했습니다.
아침 9시 출근
머리를 식힐 겸 스타를 시작!
잠깐 머리를 식히려 했지만 어느새 1시
점식식사.
점심을 먹었으니 몸에도 좋다고 하는 잠깐의 오침을 하려고 했는데 눈 떠보니 3시.
그때서야 부랴부랴 집필 시작.
3시간가량 작업 끝에 오천글자 완성.
6시.
신기하게도 하루도 빠짐없이 작가님들이 놀러 와서 술을 먹자고 하거나, 친구들이 당구 한게임을 치자고 함.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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