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작가 사무실에 있다 보면 쉬지 않고, 들려오는 타자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기계식 키보드만이 낼 수 있는 타자 소리.
처음에 작가 사무실에 왔을 때만 해도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곳인데, 저렇게 소리가 크면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자꾸 듣다보면 적응이 되고,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된다.
그 어떤 감미로운 음악보다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타자소리는 선배작가의 조언과 스스로의 다짐보다 글을 쓰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고는 한다.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명성이 높고, 돈도 많이 버는 분도 저리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데, 나도 놀 수야 없지!
하지만 사무실에 계신 모든 작가님들이 기계식 키보드를 쓰고 있지만, 난 사용하지 않았다.
일단 입문자용만 해도 1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고, 제일 가깝게 파는 곳이 용산이라 왔다 갔다 하기가 귀찮았다.
물론 인터넷에서도 팔고 있지만, 키보드는 기계가 아니라 과학이었다.
손으로 쳐봐서 키감을 보고 사야 한다고 했다.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단 손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처음에는 모르지만 글을 계속 쓰다보면 어느 샌가 팔목과 손가락이 끊어질 것처럼 아프다고 했다.
키보드를 살짝, 살짝 누르는 행위는 가벼운 일이지만 그것도 자꾸 하다보면 손가락에 무리가 온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 역시 아주 먼 과거에 그런 경험이 있었다.
하루에 12시간씩 게임만 했더니 팔목과 손가락이 끊어질 것처럼 아픈 적이 있었다.
작가는 의자와 모니터와 키보드는 돈이 없어도 웬만하면 좋을 걸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작가사무실에 출근을 하고 두 달여 만에 10만 원짜리 입문자용 기계식키보드를 구매했다.
그리고 신세계를 경험했다.
글을 쓸 때마다 들려오는 타자소리가 너무 좋았다.
평소 만 글자도 쓰기 힘들었는데, 오늘 난 기계식 키보드의 소리와 촉감에 취해 만 오천글자나 썼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열심히 글을 쓰고 잠시 스트레스를 풀 겸 스타나 한판 하려고 하면…….
“야. 게임 하지 말고, 빨리 글 써라!”
“게임 안하는데요?”
스타를 할 때는 다른 작가님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그리고 선배작가님이자 스승과 같은 작가님이 계시기에 항상 이어폰을 꼽고 했다.
“어서 밑장 빼기야? 혼나 볼래? 너 지금 타자치는 소리만 들으면 한 시간에 한 5만자는 써야 나오는 소리거든?”
전업 작가가 되었지만, 글을 쓰는 속도보다 스타를 할 때 나의 손가락은 더 빠르고, 정확했으며 날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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