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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란이 조금 활발해졌네요

작성자
Lv.18 나카브
작성
14.11.21 17:33
조회
2,044

피드백을 절실히 바라는 작가로서도, 읽을만한 소설을 찾으러 다니는 독자로서도 기쁜 일입니다. 예전에는 ‘비평 요청합니다’ 라는 게시글이 뜨면 댓글이 잘 안 달렸는데 말이죠. 베네가님도 수고 많으시고.


개인적으로 좀 더 바라는 점이 있다면... 비평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도 초보 작가분들에게 도움 되는 방향으로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거? 저도 비평을 몇 번 해본 사람으로서 생각해봤는데, 이런 점들을 고려하며 비평을 하면 좋을 듯 해요.



1. 평가하는 입장에 서지 말 것

저는 무뚝뚝하기로 소문난 지역 대구 광역시에서 사는데요. 지금은 그런 이야기 안 나오는데, 옛날에는 보통내기가 아니었습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몇몇 개그맨들이 가장 공연하기 힘든 데라고 평가할 정도였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른 동네에서는 개그를 쳐주면 호응을 해주는데, 옛날의 대구 사람들은 ‘자 날 웃겨봐’하고 팔짱 끼고 지켜본다는 겁니다. 개그가 얼마나 대단한지 평가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니, 잘 웃어주질 않는 거죠.


근데 생각해봐요. 시간내서 웃으러 갔는데 자기 태도 때문에 웃지를 못한다니 자기 손해잖아요. 비평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이 소설의 급을 평가를 해보겠어’라고 달려들면 읽는 동안 즐기지 못해요. 


그럼 즐기지 못하면 뭐가 나쁘냐? 치명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모든 글에 냉담하게 반응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 독자들과는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리는 상황에 처합니다. 그렇게 될 경우... 재수 없으면 ‘어? 이 사람 이상하게 비평 내렸는데? 색안경 쓰고 글 본 거 아니야?’라는 소리 듣습니다.


그럼 평가하는 입장에 안 서면 비평은 어찌 쓰냐, 그냥 독자로 즐기시고, 비평글 쓸 때 생각나는 걸 정리해서 쓰면 됩니다. 그중에서 너무 취향을 타는 부분만 자르고. 


다만 재미가 없을 때는 약간 인내력을 가지고 독자로서 읽는 것보다 좀 더 많은 분량을 읽는 게 좋습니다. 중반부 넘어가서 특색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 그 이외에는 재미없는 글을 볼 때도 독자로서 살펴보고 솔직하게 쓰면 됩니다. 


복잡하게 보인다면.... ‘평가 항목 설정 -> 감상 (X)’ , ‘감상 -> 평가 (O)’ 라고 생각하심 됩니다.



2. 지엽적인 부분에 너무 집착하지 말 것

블로그 운영하면서 게임 리뷰 쓰는 사람들 보면 ‘이 게임은 UI가 복잡하고, 최적화가 덜 돼 있으며, 그래픽 옵션에서 이게 안 되고 블라블라블라’ 늘어쓰는 경우가 종종 보일 겁니다. 


겉보기로는 구체적으로 잘 작성된 리뷰 같지만, 게임 웹진에다 저런 걸 투고하고 원고료 받겠다고 하면 빠꾸 먹기 딱 좋습니다. (만약 그런 리뷰 쓰는 사람을 필진으로 고용하는 웹진이 있다면, 그 웹진은 제대로 된 웹진이 아닙니다. 엄청 궁하거나 생각이 없거나 둘 다 거나.)


 ‘그래서 뭐?’라는 소리가 나오는 리뷰거든요. 사람들이 리뷰를 읽는 이유는 이 게임을 할까 말까를 정하기 위해서지, 어떤 블로거가 이 게임에 점수를 얼마나 주냐 그런 걸 궁금해해서가 아니거든요. AVGN이나 앵그리 죠쯤 되면 모를까. 하지만 그 사람들도 그 따위로 평가했으면 무명으로 머물렀을 겁니다.


장르 소설 비평도 마찬가지에요. 맞춤법이나 문체 등 작은 문제들을 지적할 필요가 있을 때도 있지만, 너무 집착하면 큰 걸 못 봅니다. 그 소설의 재미, 그 소설이 가진 잠재력, 그 잠재력을 억누르는 단점, 같은 거 말이죠.



3. 비교는 안 하는 게 미덕

공산품 같은 제품은 비교 리뷰를 하기 참 좋아요. 정해진 가격, 정해진 성능, 정해진 용도, 정해진 타겟. 비슷한 등급의 라인업끼리는 객관적인 잣대로 비교할만한 게 많거든요. 


근데 게임이나 장르 소설은 좀 달라요. 같은 장르라도 작가가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같은 독자라도 취향에 따라 달리 평가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비교 리뷰를 쓰면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라는 반박 듣기 딱 좋습니다. 


무엇보다... 비교를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A라는 장르 소설과 B라는 장르 소설을 비교할 경우, 어느 한 장르 소설만 읽은 채 비평 읽는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러니 공감을 절대 못하죠. 어느 한쪽만 체험해본 사람이 더 많은데.


정 비교를 해야 하는 경우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전작 혹은 후속작과 비교해야 문제가 덜 생깁니다. 문제는 게임이면 이게 그나마 쉬운데 (Ex.‘배틀필드 3와 배틀필드4를 비교해보니, 멀티플레이에 물리 엔진 적용 안 하는 사기는 안 치더라. 나아졌네. 근데 버그는 업그레이드됐네?’) 장르 소설은 쉽지 않을 듯 하네요. 같은 작가가 써도 장르, 문체, 소재가 완전 다를 가능성이 높으니.


4. 단점만 나열한다고 비평이 되지 않는다

비평의 정의는 ‘문학작품을 정의하고 그 가치를 분석하며 판단하는 것’입니다. 두산 백과에서는 ‘사물의 미추(美醜)·선악·장단(長短) 등을 들추어내어 그 가치를 판단하는 일.’이라 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어디에도 단점만 잔뜩 찾아서 작가 기 죽이라는 행동이라 표현돼 있지 않습니다. 비판이나 비난처럼 앞 글자가 ‘비’자라서 응당 단점만 열심히 찾는 게 비평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가끔 있긴 하지만. 

(그런 의미로 전 문피아가 무슨 배짱으로 감상란과 비평란을 나눠서 사람들에게 감상란- 긍정적인 거, 비평란- 부정적인 거라고 무의식에다 바람을 불어넣었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단점만 찾아 쓰면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이고, 실제로 소설을 읽는 독자들과는 전혀 다른 눈으로 소설을 보게 됩니다. 이 경우 1번에서 말한 것과 같은 문제를 떠안게 됩니다.


물론 장점이 전혀 안 보인다 하면 억지로 생각을 쥐어짜거나 없는 장점 만들어내줄 필요 없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당당히 말하는 게 제 1의 원칙이니까요. 



5. 습작은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비평하는 편이 좋다


문피아는 초보작가들이 많습니다. 당연히 실수하고, 독자들이 생각하는 바에 못 미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다만 잘 살펴보면, 그 작가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습니다. 이런 시도는 잘 쓰더라, 이런 묘사는 약하더라, 그걸 정리해주면 ‘비평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이건 단순한 칭찬으로 그치지 않고, 자기 강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할 기회를 주는 것이니 말이죠.



이 다섯 가지를 고려하고 쓴다면, 비평을 쓰면서 적을 만들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잘하면 한 초보작가가 전문 작가로 데뷔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요. 


뭐... ‘나는 그냥 까고 싶어서 비평 씁니다’, 이렇게 하시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싸우느라 기력이 많이 소모될 겁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그런 일로 심신을 소모하는 건 아까운 일 아닙니까?




Comment ' 8

  • 작성자
    Lv.18 나카브
    작성일
    14.11.21 17:56
    No. 1

    덧. 그러는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훈계질이냐 할 사람이 있으려나 모르겠는데... 그래도 나름 리뷰로 먹고 사는 직업에 종사한 적 있습니다.

    http://www.thisisgame.com/webzine/game/nboard/16/?n=40751

    http://www.thisisgame.com/webzine/game/nboard/16/?n=42811

    http://www.thisisgame.com/webzine/game/nboard/16/?n=40205

    http://www.thisisgame.com/webzine/game/nboard/16/?n=42535

    http://www.thisisgame.com/webzine/game/nboard/16/?n=55014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나카브
    작성일
    14.11.21 17:59
    No. 2

    물론 그런다고 소설을 잘 쓰는 건 절대 아니지만요 :) 소설 방면으로 오면 그냥 늅늅이일 뿐.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사평
    작성일
    14.11.21 20:59
    No. 3

    세상에! 디스이즈게임의 아퀼리페르님 이셨다니!
    저도 디스이즈게임 독자인지라 엄청 반갑네요. 문피아에서 뵙게 될 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나카브
    작성일
    14.11.21 21:21
    No. 4

    건강이 심하게 악화돼서 하차했지만요. 이젠 백수입니다. 하하핫.; 안 그럼 지스타 하는 동안 소설 쓸 리가 없었겠죠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3 룰창조
    작성일
    14.11.21 18:10
    No. 5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 선작이 5나 올라서 뭐지? 했는데 비평란 활성화군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꿈꾸는백수
    작성일
    14.11.22 03:13
    No. 6

    예전에 비평에 대해 고심해 보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비평과 감상에 대한 분류 기준을 모르겠습니다. 비평 중에 인상비평은 우리가 생각하는 감상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이 해당 작품에 싫았던 이유와 좋았던 이유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어떤 작품을 볼 때 계속 읽지 압ㅇ게 도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왜 나는 이 글을 읽을 수 없는지에 대해 보냐 이성적으로 논거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야기 하다보면 결국 자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비평은 재미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7 순수국산
    작성일
    14.11.22 17:12
    No. 7

    같은 고민을 해봤던 1인으로
    전 여전히 감상이 옳다고 주장하고 다닙니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준석이
    작성일
    14.11.22 14:48
    No. 8

    정말 좋은 글이네요. 추천 누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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