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Personacon 진신두
작성
03.07.16 21:28
조회
1,219

일 끝나고 집에 오니까 동생 녀석이 벽에다 못을 박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형, 망치 못봤어?" 합니다.

"네 손에 든 건 뭐냐?" 했더니, "뒤져도 안나오길래 샀어." 그럽니다.

지난 번에도 못 찾아서 사온 적이 있었지요.

제가 뒤져 보니까 크고 작은 망치가 다섯 개나 있더군요.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새로 사는 성격이라, 낭비라면 낭비겠지요.

물론 있는 것을 또 사는 경우가 없지는 않습니다.

빈손으로 나갔다가 소나기라도 내리면 우산을 사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집에 와서 쌓인 우산을 보면 다음부터는 꼭 챙겨야지 하는 다짐을 하곤 합니다.

여러가지로 말이 많은 소위 "번역투"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어학을 연구하는 분들은 우리말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매우 싫어합니다.

하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는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알 수가 없지요.

보통은, "말"이라는 것이 원래 변하면서 흘러가는데 그게 무슨 큰 일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시인들이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많이 쓰고 있다면 받아들이면 되는 게 아니냐 하고도 흔히 얘기하지요.

그에 대한 답은 뒤로 미루고, 어떻게 해야 좀 더 경제적이고 "간결한" 글을 쓸 수 있는지 몇 가지 생각을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번역투"라는 말 자체로 우습게 느낍니다.

번역이면 번역이지, "번역한 어투"라는 말이 도대체 왜 나왔는지.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신조어"를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신조어 즉, "새로운 말"을 왜 만들게 될까요?

현재 있는 말로 그 뜻을 표현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① 문화가 변하면서 새로 생기는 말

②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꾸기 힘들어서

③ 현재 있는 말로 제대로 표현하기가 어려워서

④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⑤ 멋있으니까(개성 표현 ^^)

이 정도로 나눌 수 있겠지요.

아까 제 동생 얘기를 한 것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잘 찾아서 써야지, 당장 급하다고 새로 사는 건 낭비겠지요.

어쩔 수 없거나 반드시 필요한 경우는 인정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구요.

①, ②는 당연한 것이므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될 수 있으면 있는 데서 찾아 쓰는 게 좋지만 그렇게 할 수 없으면 어쩔 수 없습니다.

새로 만드는 수 밖에.

그럼 ③, ④, ⑤는 잘못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③, ④, ⑤ 역시 절대 그른 것이 아닙니다.

다만,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그렇게 한다면 그건 분명히 잘못이고 낭비입니다.

수많은 글을 접하고도 부족해서 방방곡곡 숨어 있는 방언까지 찾아서 글을 쓰는 사람이, 그래도 적당한 말이 없기에 "새로운 말"을 만들었다면 어떻게 할까요?

고개를 끄덕거려야지요.

문학에서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③, ④, ⑤의 경우도 그렇게 찾아보고 적용하는 것이라면 문학에서는 인정합니다.

그러나 제대로 찾지도 않고 망치만 계속 사온다면 당연히 부모님 혹은 형에게 한소리 듣겠지요.

그것도 계속 반복되면 그렇게 간단하게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번역투"가 그런 이유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 바쁜 현대 사회를 살면서 경제적이지도 않으니 더 문제입니다.

번역투는, 한 번이라도 자판을 더 두드려야 하고 한 글자라도 더 읽어야 하고 한 번쯤 더 생각해야 이해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지요.

아래 예문을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 표시는 어색하거나 바르지 않다는 뜻입니다.)

- 번득이는 칼날에 *찢겨져 *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번득이는 칼날에 *찢겨져 *있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우리말에 크게 영향을 끼친 영어를 살펴 보면, "수동태"와 "진행형"이 있습니다.

자신의 의지로 어떠한 행위를 한다기 보다는 타인의 의지나 상황에 따라 어떠한 행위를 할 수 밖에 없다 라고 말하는 것이 "수동태"입니다.

주로 어떠어떠한 "상태"이다 라고 표현하지요.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영어는 위아래의 구별이 없기에 예의가 부족한 언어이다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예의를 갖추거나 완곡하게 말할 때 "수동형"을 쓰지요.

또 어떠한 사건이나 동작이 계속되는 것을 표현하려고 "진행형"을 씁니다.

일어 역시 같은 의미로 "수동형"을 많이 씁니다.

분명 자신의 의지로 했음에도 한 발 떨어져서, 상황이 그러하기에 어쩔 수 없이 했다 라는 뜻을 담고 있지요.

우리말에도 이와 비슷하게 쓰는 "보조 동사"가 몇 있습니다.

- (아/어)가다, - (아/어)오다 : 사건이나 행위의 "진행"을 뜻함

- (아/어)있다 : 어떠어떠한 "상태"를 뜻함

- (아/어)지다 : "상태"와 "진행"을 뜻함

  

"상태"와 "진행"을 뜻하기에 주로 "번역투"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뜻을 보조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주된 뜻을 지닌 "본동사" 뒤에 따라 옵니다.

예전부터 써온 말이지만 "번역투"에서는 "중복"해서 쓰고 있어서 문제가 됩니다.

위의 두 예문이 별로 어색하지 않을 것입니다.

워낙 흔하게 쓰고 있어서 익숙하기 때문이지요.

관련이 있는 말들을 나눠 보겠습니다.

- 찢다 : 주된 뜻을 지닌 본동사

- 찢기다 : 본동사에 "-기-"가 붙어 수동, 피동의 뜻을 추가

- 찢겨지다 : "찢기다"에 "-(어)지다"가 붙어 진행, 상태의 뜻을 추가

- 찢겨져 가다 : "찢겨지다"에 "-(어)가다"가 붙어 진행의 뜻을 추가

- 찢겨져 가는 : "찢겨져 가다"에 "-는"이 붙어 진행, 상태의 뜻을 추가

- 찢겨져 있다 : "찢겨지다"에 "-(어)있다"가 붙어 상태의 뜻을 추가

- 찢겨져 있는 : "찢겨져 있다"에 "-는"이 붙어 진행, 상태의 뜻을 추가

- 찢어지다 : "찢다"에 "-(어)지다"가 붙어 진행, 상태의 뜻을 추가

가만 보면 "-(어)지다", "-(어)가다/-(어)있다", "-는" 다 같은 뜻인데 세 번이나 쓰이고 있습니다.

필요하지 않은데 중복이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운데 부터 하나씩 지워 나가지요.

찢겨져 가는 -> 찢겨 가는 -> 찢기는

찢겨져 있는 -> 찢겨 있는 -> 찢긴

- 번득이는 칼날에 *찢겨져 *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번득이는 칼날에 찢기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번득이는 칼날에 찢어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번득이는 칼날에 *찢겨져 *있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번득이는 칼날에 찢긴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번득이는 칼날에 찢어진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좀 더 간결하다고 느끼지 않으세요?

글을 쓰다가 "-(아/어)지다"를 쓰게 되면 한 번만 더 생각하면 됩니다.

본동사에 "-이, 히, 리, 기, 우, 구, 추" 등이 붙은 수동, 피동의 뜻을 지닌 말이 없는지.

또, 상태와 진행을 뜻하는 말이 중복해서 쓰인 것은 아닌지.

깔끔하고 간결하게, 좀 더 경제적이고 어법에 맞는 글쓰기를 할 수 있습니다. ^^

(연재글에서 많이 보여서 참고하시라는 의미로 적습니다. 이와 연관된 "-(이)*되어지다", "-(으로)*결정/*특징/*한계지어지다", "-(에)*안들어가지다"에 대한 글을 다음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Comment ' 15

  • 작성자
    Lv.15 노레이션
    작성일
    03.07.16 21:36
    No. 1

    자수합니다! -.-;
    번역투 대마왕 가인이었습니당~ ㅜㅜ;;

    진신두님의 지적은, 모두에게도 그렇지만, 특히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슴에 새겨두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오용된 어법이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염될 수 있으니까요.
    그것은 표현 그대로, 전염되는 병균인 것입니다.

    (아아..그렇게 말하면서도 끔찍한 병균덩어리를 한아름 품고 있는 나는 뭘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유천
    작성일
    03.07.16 21:37
    No. 2

    으음...
    진신두님 혹시 직업이 국어와 관련되어 있나요...?
    진신두님이 댓글을 다는 작품들의 작가들은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의 모든 오류를 잡아내시니까요...^^ (괜찮다면... 건곤권도...)

    음... 이런 글이 종종 올라왔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어학 공부 따로 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국어 문법 틀리기는 짜증나고... 이런 글을 보면서 자신의 글을 한 번 돌아봅니다.

    참 도움이 많이 되는 글 같습니다. 유용한 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51 용비
    작성일
    03.07.16 21:44
    No. 3

    진신두님은 우리말 쪽 전문가가 아닐까요?^^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神색황魔
    작성일
    03.07.16 22:00
    No. 4

    국문학과 전공했다는 소리를 얼핏 들었는데...
    진신두님의 강의 정말로 매주는 아니라도 한달에 한번씩이라도
    올라왔으면 좋겠네요..
    저같은 습작초보작가에게는 큰 배움이 된다고 할까요?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많은 것을 알았습니다..

    p.s 패건곤은 어떻게 된거예요? -_-;;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기다리는 독자로서는 힘듭니다...^^:;;건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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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 신독
    작성일
    03.07.16 22:10
    No. 5

    뻔히 알면서도 항상 실수하는 신독입니다. ㅡ,.ㅡ
    번역투 문장에 대한 고민을 한 것은 몇 년 전, 이오덕님의 '우리글 바로쓰기'를 읽으며 부터였죠.

    제가 많이 쓰는 번역투 문장..ㅡ,.ㅡ

    1.수동형
    2. -적

    이런 식입니다.
    문제는..ㅡ,.ㅡ...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손이 안따라줍니다. ㅡ,.ㅡ

    어린 시절 읽었던 세계명작동화들과...중고딩시절 탐닉했던 문고판 외국고전들..ㅡ,.ㅡ...이게 제일 컸습니다.

    이상한 버릇이 있어서...정식번역된 책들보다 해적판 책들에 더 정이 갔었지요. ㅡ,.ㅡ

    아시다시피 해적판 책들의 번역은 그야말로 번역투의 표본..
    대부분 주어가 사람이 아니고...영어의 번역식 부사와 어미의 연속..이런식입니다.

    어릴 때, 버릇이 잘못 든 탓이죠. ㅡ,.ㅡ

    특이한 문장이고..무언가 딱딱하고 강해보이는 번역식 문장이 더 멋지게 보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ㅡ,.ㅡ

    대학에 들어와서 이론서적들을 보면서 이 경향이 더 강화되었구요.

    아아...세밀하게 문장 뜯어보면, 어느샌가 수동형으로 늘어지게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의 한심함이란...ㅡ,.ㅡ

    어린 시절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합니다..ㅡ,.ㅡ

    십대 동도들은 부디 정확하고도 아름답게 쓰여진 우리글들을 많이 보셨으면...하고 바랍니다.

    저도 계속 노력해 고쳐나갈 것입니다. 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dragon
    작성일
    03.07.16 22:44
    No. 6

    훔....그렇군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2 백제의혼
    작성일
    03.07.16 23:51
    No. 7

    진신두님 여기서도 강의하시는 군요. 잘 배웠습니다. 늘 진신두님 앞에
    서면 부끄럽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ch******
    작성일
    03.07.17 01:14
    No. 8

    '바른 글쓰기를 위한 조언'보다는 '바람직한 글쓰기를 위한 조언' 쪽이 글을 쓰신 취지에 보다 부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핫산
    작성일
    03.07.17 02:41
    No. 9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가만히 소리를 내어 글을 읽어보면 "찢겨져 가는"과 "찢기는", 그리고 "찢어지는"는 나름대로 다른 뉘앙스를 전해줍니다. 제 경우에는 "찢겨져 가는"이란 표현에서 더욱 처참함을 느낍니다. 말씀하신대로 비록 문법적으로는 의미가 중첩되어 간결치 않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작가의 취향 또는 선호에 따라 이른바 번역투이든 문법적으로 간결한 표현이든 선택하여 쓸 권리가 있다고 봅니다. 간결한 표현이 절실한 분야는 보도문(신문 등)이지 문학이라고 생각치는 않습니다.
    물론 이런 차이를 알고 썼다면야 더 바랄 것이 없지만 몰라도 그다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치 않습니다. 우리가 무협소설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작가의 상상력, 세계관 또는 소설로서의 재미지 맞춤법이나 문법 실력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님께서 말씀하시려는 의미는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찾아보면 집안에 망치가 있지만 이걸 찾지도 않고 새 망치를 산 경우와 못질하는 모양새가
    표준형이 아니라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의 형은 제가 못질을 하는데 자루의 앞부분을 잡고 조금 쳐든 다음에 여러 번 친다고 "그건 아니지. 망치자루의 뒷부분을 잡고 높이 올려서 단번에 쳐야 힘도 덜들고 못도 잘박혀"했지만 전 항상 망치자루의 앞부분을 잡고 여러 번에 걸쳐 내리쳤습니다. 전 그게 더 잘 박혔기 때문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스칼렛2024
    작성일
    03.07.17 03:33
    No. 10

    대..대단하십니다. 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일신
    작성일
    03.07.17 09:46
    No. 11

    평강공주의 손에 자명고가 찢겨져 가고 있었다.
    평강공주의 손에 자명고가 찢기고 있었다.
    평강공주의 손에 자명고가 찢겼다.
    확실히 위에 것이 더 느낌이 살긴 하는 것 같네요.
    중복에 의한 강조 정도가 되려나...
    여튼.. 불필요하게 중복하여 '쓰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인 듯 보입니다.
    보통때 같았으면 '쓰여지는 경우'라 썼겠지만 배웠으니 복습...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일신
    작성일
    03.07.17 10:33
    No. 12

    근데 ...보통때가 맞나요? 보통 때가 맞나요?
    그리구... 씌어진 맞나요? 쓰여진이 맞나요? ㅡㅡa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Personacon 진신두
    작성일
    03.07.17 11:30
    No. 13

    다르다고 느끼는 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수정한 예문 셋이 어떻게 다른지를 우리말로 표현할 수가 있을까요?

    위의 예문이 각기 다르게 느껴진다면 "어감 차이"라는 말이 그런대로 어울릴 것입니다만 그조차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제가 다른 느낌을 풀어서 설명하려 했습니다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분명히 중복에서 오는 미묘한 차이가 있음에도 풀어쓰기가 힘듭니다.
    설명을 위해서는 음운론, 통사론, 의미론, 음성학, 심리학 등을 같이 이야기할 수 밖에 없겠지요.
    안 그래도 어렵다고 느끼는 "문법"에 대해 가능하면 쉬운 말로 설명하고자 한 의도와 어긋나기에 복잡하게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제가 이 글을 적으면서 "틀리다"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 상당히 조심했습니다.
    영어에서 "Not bad"는 우리말로 "(아주) 좋아"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말의 "그르지 않다"는 말 그대로 "옳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반드시) 그르지는 않다"라고 봐야 하겠지요.
    그렇게 적으려 했습니다.

    "번역투"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료를 찾아봐야 합니다.
    한동안 시끄러웠던 "영어 공용화 논쟁"을 보았고 어학자들의 말도 들어 보았습니다.
    찬반 양측의 말을 같이 살펴야 하고 영어의 정서법(orthography), 일본의 외국어 교육 정책 등을 맛보기나마 돌아본 후 개인적인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어렸을 때, 외국어를 글로 배우지 않고 말로 배운 사람들은 소위 "번역투"를 쓰지 않습니다.
    외국어로 나름의 뜻을 잘 전달하고 우리말로는 고유의 맛을 잘 살립니다.
    다만 글로 적을 때, 정서법의 차이로 혼란을 느끼는 탓에 "번역투"가 나오게 됩니다.
    사실은 한글과 외국어를 혼용해서 적게 되지요.
    그래서 글을 먼저 배우고 외국어를 익히게 되면 오래 걸리고 더 어렵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1990년대 초반 이전의 외국어 교육의 큰 문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민족이 지닌 언어에는 고유의 정신과 문화가 담깁니다.
    일제 치하에서 목숨 걸고 지키려 하고 지금의 우리 어학자들이 고심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경제적인 면을 살펴도 그렇습니다.
    맞춤법 개정을 한 번 하면 예상되는 소모 비용이 얼마나 될까요?
    수많은 출판물, 인쇄물, 교육비 등 가만 생각해 보면 엄청난 액수가 될 것입니다.
    짧은 시기에도 많이 변하는 "말"과 다르게 "글"에서는 쉽게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말이 변하는 것을 조절할 수 있지요.

    이미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충분히 표현할 수가 있는데 굳이 새로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설명조차 어려운 아주 작은 차이를 얻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지요.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습니까?
    망치 하나를 가지고 자루로 치건 머리로 치건 못을 잘 박기만 하면 된답니다. ^^
    그저 이 글을 읽고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참고 사항일 뿐입니다.

    (제목 줄이 두 줄이 될까봐 "바른 글쓰기"라고 했는데 역시 좀 어색하죠? 그래도 그냥 두렵니다. 그리고 과분한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께 쑥스럽다는 미소를 날립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주단학
    작성일
    03.07.17 18:31
    No. 14

    진신두님의 강의 참 유익하다고 생각됩니다.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번역투]와 위에 설명하신 내용은 약간 거리가 있다는 느낌입니다.
    위의 내용중 대다수는 번역투의 문제가 아니라 [바른 글쓰기]의 문제점이 아닐까 하네요.

    더구나 [고!무림]에서 번역투의 문제점을 다루시려면 [중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했을 때의 문제점을 들어주시는 것이 더 적당하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고!무림]과 [영어 혹은 일어]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중국어는 사실 수동태니 현재진행형이니 하는 것들이 뚜렷하게 정리되기 힘듭니다.
    따라서, 위에서 지적하신 내용들은 중국어를 번역했을 때 출현하는 것들이라고는 보여지기 힘듭니다.
    중국어를 번역했을 때의 가장 큰 문제점들은 명사나 동사를 중국어로 그대로 옮긴 경우이지요.

    왜 이런 문제점들이 출현했는가 하면 초기에 중국무협을 번역한 사람들이 온전히 중국어를 배운 한국인이 아니라 [화교]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한국인들은 아무리 중국어를 잘 구사한다고 해도 화교만큼 중국어를 능숙하게 한국어로 번역하기 힘듭니다.
    더구나 출판하기 위해서 시간이 제한되어 있는 경우라면 두말할 나위도 없지요.

    사족이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ch******
    작성일
    03.07.18 19:09
    No. 15

    주단학 님,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적하신 중국어 문제는 물론 옳으신 말씀이고, 관심을 갖고 노력할 부분입니다만, 그와는 별개로 진신두 님이 지적하신 영/일문 번역투는 무협을 비롯한 출판물 전반에 걸쳐 찾아볼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것이 특정 외국어 작품을 '번역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번역본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문체'에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에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쓰게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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