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를 한 번 떠났다가 어디 갈 데도 없고 해서 돌아와놓고
다시 연재하자니 좀 민망하기도 하고 댓글에 휘둘리기도 싫어서 모든 소설에 댓글을 달지 못하도록 설정했습니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장점.
1. 글 한 편 올리고 혹시 댓글이 달리지 않았나 들락날락 거리지 않는다.
2. 나는 어떤 반응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쓰고 싶은 걸 쓰고 있을 뿐이다, 라는 마인드 컨트롤을 유지할 수 있다.
3. 생각없이 내지르는 한마디에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
4. 별 생각없는 칭찬 한마디에 자뻑하고 주제파악 상실할 위험이 없다.
5. 새 글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을 느낄 필요가 별로 없다.
6. 어떤 반응에 반응하여 쓰고 싶었던 방향이 휘둘릴 일이 없다.
단점.
1. 심심하다.
2. 새 글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을 느낄 필요가 없어서 심심하다.
3. 생각없이 내지르는 한마디에 상처받을 필요가 없어서 심심하다.
4. 별 생각없는 칭찬 한마디에 자뻑하고 주제파악 상실할 위험이 없지만, 그래서 진짜 심심하다.
5. 나는 어떤 반응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쓰고 싶은 걸 쓰고 있을 뿐이다, 라는 마인드 컨트롤을 유지할 수 있지만, 심심하다.
6. 글 한 편 올리고 혹시 댓글이 달리지 않았나 들락날락 거릴 필요가 없는 만큼, 심심하다.
7. 어떤 반응에 반응하여 쓰고 싶었던 방향이 휘둘릴 일이 없지만, 심심하다.
8. 완전한 작품 하나를 쓴다는 자세가 아니라 틈틈이 한 편 쓰고 한 편 올리는 소설을 쓰는 주제에, 이번 편이 어땠는지 전혀 반응을 알 수 없으니 다음 편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은 솔직히 그렇게 큰 단점은 아니지만,
심심하다.
그렇습니다.
심심합니다.
그래서 먼저 경험한 입장에서 조언 한 말씀 드리자면,
완결 다 내고,
“내 소설은 하나의 세계다. 남들 눈에 재미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담은 하나의 완전한 세계다. 작가는 쓰고 독자는 읽을 뿐.”
이라는 마인드로 쓴 소설이 아니라면 댓글 금지하지 마세요.
심심합니다.
그래도 단점보다 장점이 더 작지는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가 지금도 기억하는 명작들은 대부분 인터넷은커녕 컴퓨터도 없던 시절에 손으로 종이에 열심히 쓴 작품들이니까요.
저야 늙었으니까 이제 (특히 여기서는) 실력 향상이건 인기건 기대할 게 없지만, 아직 전도가 유망한 작가지망생 젊은이들은 과감하게 댓글 금지 한 번 설정해 보시는 것도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멍청한 짓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이라는 게 원래 춥고, 배고프고, “외로워야” 나오는 거라는 미신도 있잖아요.
근데 심심합니다.
오죽 심심하면 술먹고 이런 걸 다 쓰겠습니까?
심심해서 글 쓰는 분들은 이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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