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갑자기 나타난 편전에 대한 이야기가 있군요.
애깃살이라고도 부르는 이 편전은 조선에서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예전부터 사용되었던 기록이 있는 물건입니다..
조선쪽 실록에는 왜인들도 구경하고 배워갔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럼 왜 왜인들은 쓰지 않았는가. 왜 조선에선 표준 장비로 채용하지 않았는가.
그것은 편전은 쓸모있기는 하지만, 우월한 병기는 아니었다는 반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사거리 문제를 생각해 보지요.
가벼운 탄체와 무거운 탄체 중 어느쪽이 더 멀리 날아갈까요?
공기의 저항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편전은 일반 화살보다 속도는 빠릅니다만, 가진 에너지는 비슷합니다.
쏜 활에서 받은 운동 에너지가 적용되지요.
그리고 공기의 저항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빠를 수록 많은 공기의 저항을 받습니다.
따라서 무거운 탄체가 더 안정적으로 활강을 해서 날아갑니다.
물론 편전 역시 화살촉이 붙어있어 절반 이하는 아니었기 때문에 사거리는 길기는 합니다만, 그리 큰 차이는 아닙니다.
태종13년에는 200보, 세종 27년에는 약한 활로도 300보, 임란 당시 일본의 기록으로는 457.2미터 가량을 날았다고 합니다.
(방송에서 테스트에는 384미터였다는군요.)
꽤 멀리 날아간 건 사실입니다만, 국궁 자체도 300미터 이상도 날아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큰 차이는 아닙니다.
정확도의 문제에서는 일반 화살보다 현저히 떨어집니다.
전차포에 강선포(라이플포)가 대세였던 적이 있지요.
이것은 포탄이 안정적으로 날아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활강포가 대세가 되었습니다. 이 활강포의 경우 포탄, 그러니까 탄체에 날개가 붙어 있습니다. 이것으로 인해서 정확도와 비거리가 늘어나며, 파괴력도 강선포를 압도하지요.
일반 화살에는 이 날개 깃이 붙어 있어서 더 안정적으로 날며 명중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탄체가 무거워서 관통력이 원거리에서도 안정적입니다.
(근거리에서는 편전이 더 높긴 합니다. 속도가 있으니.)
편전의 속도는 석궁보다 느립니다.
그리고 석궁 화살은 안보일 정도로 빠르진 않습니다.
편전의 경우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지는 않을 겁니다.
통아라는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장전하기도 쉽지 않고, 안정적으로 발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능한 무관이 아닌 징집병들은 훈련시켜도 쓰지 못했다고 하지요.
바람이 많이 부는 전장에선 총알도 휩니다. 그래서 때로는 투석전이 총격전보다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하지요.
편전의 문제는 화살보다 더 바람에 약한 것도 있다고 할 수 있겠군요..
그런 면에서 보면 일반 화살에 비해 장점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단점도 많습니다. 비거리도 그렇게 파격적이지 않고, 명중률은 오히려 일반 활보다 나쁘며, 배우기 어렵고 쓰기 어렵지요.
좋은 편전에 뛰어난 실력자가 사용하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겠습니다만, 무기로서 과연 시대를 바꿀만한 힘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는 못합니다.
조선의 궁병들이 모두 편전을 쓰지 않은 것은 그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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