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비하하는 언어에 대한 얘기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
12.09.03 02:35
조회
1,090

핫이슈로 옮겨진 반도 얘기 때문에 생각이 난 것인데...

미국에서는 흑인을 지칭하는 많은 단어가 있습니다.

90년대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 것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그나마 제일 중립적으로 생각이 되는 'african-american'이 있고요 (물론 이것도 여러가지로 문제가 많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무난하지만 상황에 따라 상대의 기분을 나쁘게 할 수 있는 black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면 흑백차별이 있을 때 쓰던 negro (어원은 그냥 라틴의 검은색)가 있고, 마지막으로 흑인이 아닌 사람이 흑인에게 썼을 경우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 nigger라는 말이 있죠.

웃기는 것은, 이 nigger라는 표현의 경우 흑인들끼리 쓸 때는 굉장히 친근한 단어로 사용됩니다.  우리들이 불알친구들 사이에서 '새끼'라는 말이나 기타 욕을 남발해도 '정겨운 표현'이 되는 것과 비슷한데, 여기서 더 나아가 nigger라는 단어는 동질감의 표현이 되기도 하고, 동네친구라는 뜻이 되기도 하고, 갱이나 갱을 동경하는 애들 사이에 끼기 위해 터프한척 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합니다.  특히 랩에서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백인애들끼리, 동양애들끼리 서로를 nigger라고 부르는 경우도 흔히 있죠 (흑인 애들이 없을 때).

하지만 근본이 비하의 뜻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저속한 표현에 속하기 때문에 (욕으로 쓸 수 있는 것들이 원래 다 좀 그렇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죠) 당연히 공식적인 석상에서 쓰이지는 않고, 흑인들 중에서 일부 식자들은 흑인들끼리도 이 단어를 쓰면 안된다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물론 대부분은 '타 인종이 우리에게 쓰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일부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흑인들끼리의 유대감을 강화시키기 위해 쓰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는 경우까지 있고요.

우리나라도 흑인들처럼 노예로 부려지다시피한 역사가 있고, 그 역사가 흑인들의 해방보다도 더 최근이기 때문에 (물론 법적차별이 없어진 것을 기준으로 하면 해방보다 늦죠) 이와 비슷한 뉘앙스를 가진 단어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문제는 언어는 다르지만 한자는 공통으로 쓰기 때문에 '발음은 다르지만 표기는 같아서 의미가 다른지 같은지 애매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죠.  물론 제가 조금 더 공부를 해서 일제강점기에 친일하는 사람들이 동포들을 뭐라고 비하했는지를 안다면 (조선인이라 불렀는지? 아니면 조센징이라 불렀는지? 아니면 또 다른 표현이 있었는지?) 각각의 단어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사실 굉장히 애매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런 애매한 부분에 대해서는 생산적인 토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결론이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최소한 일부 사람들이 왜 해당 표현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Comment ' 6

  • 작성자
    Personacon 無轍迹
    작성일
    12.09.03 03:07
    No. 1

    제가 생각한 바를 그대로 말해주셨네요. 단적으로 귀머거리, 소경, 앉은뱅이는 예전에 그냥 쓰던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언제부터 대상을 낮춰 부르는식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죠(유의어인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 하반신 장애인에는 낮춰 부르는 뜻이 없나 보죠 한자어라서 그런가요?) 그래서 공식석상이나 신문기사 등에서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즉 중요한건 그 말이 정확하게 무슨 뜻인가 어떤 어원인가가 중요한게 아니라 받아 들이는 쪽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흔히 감자바위 라는 말은 강원도 출신을 낮춰 부르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강원도 출신이 스스로를 감자바위로 칭하는 (소설 문순태님의 타오르는강 같이) 경우에서는 스스로의 어떤 정체성의 표현이 되는거죠 (뭔가 나는 시골출신이지만 우직하고 의리 있는 놈이다 이런 식의 표현이 되는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無轍迹
    작성일
    12.09.03 03:13
    No. 2

    그런데 똑같은 감자바위를 누군가가 인터넷 게시판에 감자바위 운운 하면서 비하하는 뜻으로 썼다면 그건 무효님이 말씀하신바 처럼, poco(정치적으로 올바른 politically correct 요새는 아예 이렇게 쓰더군요 후후)하지 않은 단어가 되는거지요. 똑같은 방식으로 아주 정치적으로 무관한 단어지만 그것이 말하는 사람이 아닌 받아 들이는 쪽에서 모욕감을 느꼈다면 그건 문제가 되는겁니다. 원래의 뜻, 역사적 어원 보다 중요한건 그것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5 손발퇴갤
    작성일
    12.09.03 15:52
    No. 3

    요즘에 인터넷에서 사람들끼리 뻐킹김치맨 하면서 지내는데 딴나라사람한테 들으면 기분나쁠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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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25 Trouble
    작성일
    12.09.03 16:36
    No. 4

    마침 또 강원래, 허경환 두 사람끼리의 난쟁이발언도 나왔네요. 어떻게 판단할지는 각자가 생각해봐야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12.09.03 17:03
    No. 5

    그래서 한 때 미국에서는 short 대신에 vertically challenged라고 써야 되냐며 오바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었죠.

    그리고 얼마전 NBA에서 대만계 미국인이자 하버드 졸업생인 제레미 린이 떴을 때 ESPN에서 '갑옷의 흠집 (chink in the armor)'라는 표현을 썼는데 여기서 흠집(chink)이라는 단어가 중국인을 비하하는 용도로도 쓰이기 때문에 해당 기자는 해고를 당하고 편집장은 징계를 받은 적이 있었죠.

    어떻게 보면 중의법으로 위트있는 헤드라인을 뽑았는데, 이게 말하자면 nigger를 이용해서 말장난을 한 것과 비슷한 정도의 사안인데 워낙 아시아계 미국인 권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저게 기사 제목으로 나간게 아니냐는 둥 얘기가 많았거든요. 물론 아시아계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저 정도는 웃고 넘어갈 수 있다 없다로 논란이 꽤 있었고, 같은 유색인종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일치가 되지는 않았었고요.

    어찌되었던 이게 참 쉽지만은 않은 문제입니다. 최대한 사람들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게 표현을 하려고 애써야 하는 것이냐, 아니면 너무나 노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역감정 조장 등) 작가의 자유의지에 맡겨야 하는가, 그렇다 하면 그 선은 어디인가... 등.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無轍迹
    작성일
    12.09.03 17:52
    No. 6

    무효님 댓글 보니 또 하나 생각나는건 racist .. 이건 저쪽에서는 아주 저열한 사고방식의 소유자라고 생각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이걸 당당히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것도 참 웃기죠. (기본적으로 인종주의자를 무슨 민족주의자 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게 저는 정말 갑갑하더군요. ) 제가 좋아하는 소설가 중에 한 사람인 러브 크래프트가 글중에 검정 고양이를 Nigger-man이라고 썼다라는 사실로 (그 당시는 흔한 표현이었다는데도 검정 고양이니까 깜둥이 정도 느낌?) 현대에 그를 racist로 모는 경우까지 있을정도죠. 아 근데 이 이야기는 약간 논점에서 벗어난것 같네요 하하. 제가 말하고자 한바는 그런 사소한 단어 하나로도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뭐 이런겁니다. 작가의 생각은 그게 아니었다고 해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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