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사 #회귀 #임꺽정
“나리, 내기를 하나 합시다.”
“네가 지금 감히 이 염라대왕을 희롱하려 하느냐?”
“나는 무식하여 그런가, 암만 생각하여도 내가 일개 도적놈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수긍이 되지 않소. 바라건대 내 한번 더 이승에 가서 날뛰게끔 해주시오. 그리하고서도 범상한 도적으로 끝난다면, 죗값을 곱절로, 아니 거기에 나리를 농락한 죄며 입 함부로 놀린 죄며 곱절로 셈하여 받으리다.”
관군에게 토벌당하고 염라대왕 앞에서 “네깟놈이 무슨 큰 도적이냐!”라는 말에 열받은 나머지 대들다가 자신이 본격적으로 도적의 길로 접어들던 때로 환생한 임꺽정.
다른 회귀물과는 달리 ‘미래를 다 알고있다’는 장점 하나로 다 뒤집어 엎는 먼치킨 이야기는 아니다. 아예 2화에서부터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이 그렇게 엄청난 무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못박고 시작할 정도.
“이흠례도 족치고, 서림이 그놈도 미리 결딴을 내두고 그랬더라면 한 몇 달쯤, 아니 두어 해는 더 버틸 수 있었겠구나. 허나 암만 발버둥친들 구월산 아래 모였던 남치근이의 군세를 깨부술 수 있었겠느냐? 어차피 끝은 똑같았을 터.”
전생에서는 자신을 거두어주었던 스님에게 무예를 익히고 싶다고 했다가 도둑이 되었으니 이번 생에는 아예 시작부터 대놓고 도둑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부터 일그러진 역사는 초반부터 큰 변화를 가져온다.
서화담의 제자로 들어가 토정 이지함과 사제지간이 되며 아직 어린 나이의 율곡 이이까지 패거리에 끌어들이는 중.
일단 글의 내용은 둘째치고 문장의 형태가 고전 문학과 비슷하다보니 장단점이 분명하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되겠지만, 읽다 보면 특유의 옛 글 느낌이 살아나며 분위기를 살린다. 마치 홍길동전 보는 것처럼 조선시대에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랄까.
1권 말미에서부터는 미래 지식을 줘도 못써먹는 임걱정이 자신이 알고있던 전생의 일을 똑똑한 사형들에게 털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대체역사물이 시작되는데, 웹소설 특유의 빠른 진행과 곳곳에 등장하는 조선시대 사회상이 대체역사물의 재미를 살려주고, 임꺽정 특유의 “힘쎄고 머리 안돌아가지만 가끔 웃기는 대장” 캐릭터가 소소한 웃음을 준다.
무엇보다도 매화마다 이어지는 작가의 말을 보면 ‘이 작가가 공부 많이 했구나’라는 생각에 이어 ‘어지간해선 뇌절은 안하겠지’라는 믿음이 생겨서 편안하게 볼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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