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저냥 재밌는 판타지 나오면 읽다가 관심떨어지면 그만읽고 하는 정말 일반적인 유저입니다. 추천글도 처음 써 보네요
재미있는 판타지가 아니면 대부분 20-30화 내에서 접어버리는데, 추천하고자 하는 이 글은 정신없이 읽다가 벌써 200화를 훌쩍 넘기고 있습니다.
개인취향을 꽤 타는 글이라 생각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독특한 세계관과 주인공이 눈을 때지 못하게 합니다.
개인적으로 열혈, 복수 보다는 생존에 가까운 주인공의 험난한 여정을 좋아하는 아재식 글을 좋아라 하고, 글에서 감정이 느껴지기보다는 좀 담담한? 건조한? 그런 글에 몰입을 잘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게임 속 전사가 되었다’, ‘약먹는 천재 마법사’, ‘만렙 잡캐’ 를 좋아합니다.
‘전지적 독자시점’은.. 뭐랄까 재미있게는 봤는데.. 열혈? 쪽이라... 저하곤 안맞더군요
그럼에도 총 200화 라면 딱 180화 정도에서 글읽기를 멈춰버리곤 하는 괴벽이 있는 변태 독자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무거운것만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서 가볍고 유쾌한 글도 많이 읽는 편입니다.
대강의 줄거리는
회귀, 게임같은 소설적 장치는 없고,
과거 이미 ‘판타지 쇼크’로 국력이 쇠해진 한참 이후의 대한민국이 배경이고, 태산박이라는 고아원 출신 ‘던전사용자’가 유년기 생존을 위해 해야했던 킬러에서 벗어나 헐벗고 굶주린 사람없는 자신만의 유토피아 도시를 만드는 꿈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만 보면 열혈과 복수로 글이 전개될 것 같지만 오히려 뒷통수치기, 냉혈한, 우연, 타협, 음모 같은 단어가 더 어울립니다. 한마디로 주인공의 꿈만 밝고 그럴듯하지, 등장 캐릭터, 세계관, 심지어 작가님이 문득문득 보여주는 인식까지 총체적으로 비틀려있고 기괴합니다.
1. 세계
우리가 아는 세상이 아닙니다. 이름만 대한민국이지 대충 625전쟁도 없던 것 같고, 일제시대도 없었던, 고려~조선~대한제국~판타지쇼크~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엘프와 오크만 없다뿐이지 완벽한 판타지 세계이며,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것은 정치도 경제도 아닌 ‘문중’ 혹은 ‘가문’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이며, 이러다보니 나타날 수 있겠다 싶은 자본주의와 가문의 극악한 이기주의와, 가문중심주의를 보여주고, 거기다 판타지쇼크까지 겹쳐서 거의 도시하나마다 지배자랄 수 있는 가문이 모두 다르다보니 보여지는 총체적 난국과 부패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개인과 가문들의 발악, 그 아래에서 아득바득 바닥을 기고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화폐단위도 원을 쓰지만, 우리가 아는 원에서 거의 10배나 100배 정도해야 우리가 흔히 ‘현판’에서 보는 화폐단위와 비슷합니다.
거기다 사람이름도 태산박 박조조 같이 무슨 무협에서도 안쓸이름인데, 이게 또 한분위기 잡습니다. 음... 여자들 이름은 정상이더군요.. (여기서도 성차별이..ㅠ.ㅠ)
그런데, 이런 설정들을 개인과 가문, 기업, 세계를 잘 엮어서 이야기를 풀어놓으니 뭐.. 소설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야 지옥일지 몰라도 독자입장에서는 이 세계가 꽤나 매력적입니다. 어차피 판타지 세계는 영주부터 시작해서 드래곤 오크 악마 엘프들로 인해서 원래 지옥이라고 생각합니다만...
2. 캐릭터
어떻게 한놈도 제대로 된 인간이 없습니다. 주인공부터 모든 등장인물 모두 욕심에 이기주의에 극악한 생존에 모든 촛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거기다 주인공 주변에는 주인공의 사업을 빼앗으려는 놈, 빌붙으려는 놈, 죽이고 절망을 안겨주려는 년이 천지에 깔렸는데, 뭐 이거야 보통 판타지도 그렇지만, 여기는 정말 이런 놈들 밖에 없어서 주인공이 이런 놈들과 손에 손잡고 지옥을 뚫고 나가지 않으면 버티지 못합니다. 심지어 전혀 눈치도 못채죠
흔히 보는 판타지에서는 소위 능력자가 되면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지는데 반해서 그런 소설을 보다가 이걸 보시면 그 능력이란게 사실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약소합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지옥같은 인간들과도 협력을 하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는데, 그러다보니 주인공 포함 뒷통수때리기, 배신, 암살, 마음속에 칼을 숨기고는 협력, 연애까지 달려버리죠.
세상이 기괴하게 비틀려 있으니 어쩌면 인간도 그렇게 제대로 된 놈 없이 싹~다 기괴하고 비틀리고 다들 사이코패스에 소시오패스는 기본 장착입니다.
음.. 요즘말로 대환장파티인데, 이게 나쁘지 않습니다. 읽다보면 개인적으로는 유쾌해지기까지 하더군요 (변태라서..) 즉.. 현실을 넘어서서 극사실주의랄까?
그림으로 치면 그 왜.. 기괴하게 비틀려있는 초현실주의나 달리 그림을 보는듯한 (제가 그림은 잘 몰라서.. 비유가 맞는진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느낌입니다.
3. 플롯
보통 던전들어갔다 나와서 정리하고 어떻게 성장하고.. 이런 일차원적인, 평행선같은 그런 글을 읽다보면 사실 던전만 재밌고 나와서는 페이지 휙휙 넘기게 되고.. 뭐 보통은 그렇습니다만, 그리고 주인공이 상황을 모두 통제하는.. 그렇게 주인공이 성장하다보니 조금만 읽어도 사실 지겨워지죠. 상고시대 영웅의 살짝 고난 한스푼에 폭풍성장에, 아니면 첨부터 강하던가, 애닯은 연애 한스푼은 우리 너무 많이 봐 왔죠
이건 주인공이 성장하기 위해서 악전고투 합니다. 실제 7-8레벨로 성장하기 위해서 주인공은 100화 넘게 1레벨 던전을 떠돌죠. 그러니 독자가 보기에 ‘오 되게 현실적이다‘ 라는 느낌을 줍니다.
던전마다 또 쉬운게 없어요. 부지기수로 죽어나갑니다.
거기다 나오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모두 사정을 가지고 생존을 위해 경주를 하니 주인공시점이 아닌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 전개가 굉장히 흥미롭게 전개되어서 주인공은 주인공데로, 다른 캐릭터들은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데로 몰입하게 되고, 다음 이야기들이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이 글의 장점이, 주인공이 던전을 한번 들어가면 며칠씩 걸리기도 하고, 주인공이 신도 아닌데 모든 상황을 통제를 못하지요. 그런 우연성을 캐릭터간의 관계, 욕심, 이기심으로 아주 개연성있게 상황의 우연성이 잘 그려집니다.
그 속에서 주인공은 어쩔 수 없이 타협하고 내어주면서 아득바득 성장해갑니다.
뭐 하나 개발하면 몇백억 몇천억씩 벌어재끼는 판타지와 달리, 기껏 많이 잡아야 50%, 심하면 5% 수익에 타협하고, 맛있는 설렁탕(왕 좋은 아이템)을 사회가 무서워서 먹지도 못하고 심지어 숨겨서 찔끔찔끔 먹어댑니다. 찌질하죠?
근데 이게 사실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뭐 자기 죽이려는 년, 빌붙는 놈, 모자란 놈까지 닥닥 긁어서 던전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니 말해 뭣하겠습니까마는 저는 이게 그렇게 매력적이더군요
거기다 주인공은 자신에게 능력을 주는 ‘신’에게까지 이용당해야 하더군요.
총체적 난국이죠.
4. 마무리하면서..
글을 읽다보니 사실 주인공보다 다른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되는 순간도 있고 주인공도 사실 더럽게 나쁜놈이다보니 별 정 안갈때도 많고, 다른 캐릭터 이야기가 더 흥미로울때도 많고.. 암튼 그렇습디다.
뭐 요즘 다들 사이다사이다 하는데, 뭐 별로 그런건 없어요. 사실 사회라는게 그렇잖아요? 사이다가 어딨어요? 어제 내목에 칼 박으려는 놈이 오늘 나한테 이익이 되는 제안을 해왔는데, 뭐.. 손 잡아야죠.. ㅋㅋㅋ
자기 사업을 빼앗은 년하고 연애까지 달리는데, 참.. 이건 정말 굉장하다 싶더군요 (변태라고 말씀 몇번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이런 역경과 고난을 특유의 냉정함과 배덕함으로 이겨나가고, 작가님도 어쩔 수 없었는지 주인공에게 많은 능력을 몰아주는 모습은 조금 아쉽더군요. (아아.. 전 시은이 처럼 정점에 선 주인공의 멸망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뭐.. 그게 우리가 지금 즐겁게 읽고 있는 판타지의 한계? 독자들을 즐겁게 해야할 작가님의 자본주의적 한계? 라고 생각합니다만... 뭐 여기서 비극을 논하는건 우습겠죠. 일단 문피아에 들어와서 읽는 글은 사실 우리가 사회에서 겪은 어려움을 해소하고 배설하는 ‘순기능’이 있어야 할테니깐요.
그럼에도, 문체가 좀 호불호가 갈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작가님 이전 글들은 이정도는 아니셨는데.. 각성하신건가요..
암튼 나머지 7-80화 긴긴 설연휴를 날려버릴 게 남아서 개인적으로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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