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정구
작품명 : 불의 왕
출판사 : 북박스
논란이 많은 작품이죠.
하지만 확실히 말해두고 싶은 건 일단 읽고 판단하시라는 겁니다.
퓨전 판타지에서 대리만족의 쾌감을 주로 찾는 분이나,
아직 나이가 조금 어리신 십대에서 이십대 초반 분들에게는 안맞을 수 있습니다.
결코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불의 왕'이 그런 분들에게는 좀 취향을 벗어나는 작품이라고 먼저 말해두고 싶네요.
그렇다고해서 결코 진지한 작품이라는건 아닙니다. 신승에서도 보여주었듯 재미있는 글을 쓰는 작가의 필력은 여전합니다. 술술 읽히고 캐릭터도 살아 움직이죠.
나이가 이십대 중후반 넘어가서 80년대 초반이나 그 이전, 국민학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분들에게 일단 무작정 읽어보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판타지, 무협 같은 장르로 굳이 틀지울 필요없이 불의 왕 1, 2권 자체로 훌륭한 성장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1권에서 유년기의 일상을 흘러가듯 쌓아가다가 2권에서 갑자기 환상적인 부분을 삽입시키며 쌓아올린 일상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구성은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한순간에 몰아쳐서 일상을 부숴뜨리고 주인공의 유년기의 종말을 고하는 부분은 매우 훌륭합니다. 밑의 어느 분 말씀대로 탈출 욕망과 자기 멸시, 현실과 환상, 나와 세상 사이의 팽팽한 갈등을 잘 보여주는 구성이었습니다. 더해서 결국 자기 멸시의 승리를 보여줌으로 더욱 큰 충격을 줬고요. 물론 나에게 적대적이었던 학교 선생들에 대한 통쾌한 승리도 보여줍니다만 그것이 통쾌하게 다가오기보다는 오히려 더 허탈하고 당혹스럽더군요. 작가도 그 점을 의도했던 것 같고요.
정구의 이번 불의왕 1,2권 부분은 마술적 리얼리즘을 잘 살린 수작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일상과 현실을 잘 뒤섞은 일반 문학이 국내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퓨전과 무협을 쓰던 작가가 과감하게 그런 시도를 했던 부분을 사주고 싶습니다. 국내에서 어반 판타지가 좀 약한 편인데 어느 정도 지명도를 얻은 작가가 이런 사고를 저질러 준다는 것은 대중 소설의 판 자체를 더 키우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도 있고요.
아직 뒷 전개를 예상하기 힘들지만 나오는 것을 봐서는 걸작의 반열에 올려도 괜찮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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