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민수
작품명 : 찰나의 유혼
출판사 : 청어람
1초가 10초처럼 느껴지는 감각을 타고났다면 어떻겠습니까?
떨어지는 소낙비의 물방울이 천천히... 고요하게.. 마치 정적과도 같은 배경 아래 하나 하나 떨어지는 가운데 그 모든 객체를 느린 시간 속에서 감상하게 된다면 그 광경은 우리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요?
하루 24시간은 240시간이 되고... 하루가 열흘처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처럼 느껴진다면?
상대방의 말이 너무 느리게 느껴지고, 내가 하는 말은 너무 빨라서 웅얼거리는 것처럼 보여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어렵기에 마치 바보같다며 놀림받는다면? 과연 그것은 행운일까요 불행일까요?
여기 그 찰나의 시간 속을 유영하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유혼은 주변의 모든 것들, 사물의 움직임이라거나 소리 등이 느릿느릿하게 보이고 들립니다. 심지어 하늘을 날아가는 새의 날갯짓을 눈으로 셀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그가 빨리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의 시간만이 정상인보다 확연히 느리게 돌아가고 있을 뿐이지요.
그는 다른 사람과 너무나 다릅니다. 그는 같은 순간을 살아가면서도 다른 사람들 보다 더 많은 것을 생각하기에, 그의 정신연령은 어쩌면 일반인들의 기준과 많이 다를 것입니다.
찰나의 유혼의 김민수 작가는 바로 그러한 인물을 소설에 탄생시켰습니다. 너무 느린 것만을 보다 지쳐서, 쾌속한 움직임으로 시각을 만족시켜 주는 무공에 빠져드는 어린 소년을 말입니다.
현재 3권까지 출판되어 독특한 소재를 재미있게 이끌어 나가고 있는 이 소설은 점차 나아갈 수록 마치 일묘 작가의 무상검과 비슷한 면모를 보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물리적 법칙과 형식을 파괴해 신비함을 주고자 하는 과정에서 아쉬움 또한 있었습니다. 그 템포가 약간 빠르다보니 주인공과 주변인들 사이의 감정적 관계에 이야기를 투자하기 보다는 마치 허물을 벗어 던지듯 이야기의 스케일을 빠르게 키우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느릿한 여운을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으론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마치 곰탕 끓이듯 이야기의 완급을 일정하게 하여 소설 전체적으로 은근한 맛이 배어들게 하는 조진행 작가나 송진용 작가, 윤현승 작가와 같은 감성적으로 따뜻한 스타일이라 그 부분에 있어서만 아쉬웠을 뿐입니다. 하지만 소재 하나만으로도 큰 매력을 주는 소설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시간을 느리게 보는 천형을 받은 주인공 유혼. 그가 얻은 것에 비해 어쩌면 정상인의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고통이라는 데에 동의하실 지 어떨 지는 당신의 생각에 달렸습니다.
일단 읽어 보시면 아실 겁니다. ^^ 재미는 어쩌면 보장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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