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운하
작품명 : 규토대제, 아니 '규토폭군'
출판사 :
문피아 감상란에 감상에 대한 감상(혹은 답글)이 올라와도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적절하지 않다면 운영자분께서 삭제 혹은 이동해 주실 것이라 믿고 끄적입니다.
운하님의 감상글에 몇 번 리플을 달았다가 지웠습니다.
글쓴이가 글에 대한 평에 끼어드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문피아 감상란은 종종 들리는 편인데, 보고 힘이 되는 감상평은 혼자 웃고 지나가고, 쓴소리는 가급적 받아들여서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헌데 굳이 이렇게 운하님의 감상평에 대해 다시 감상을 다는 이유는 논란이 너무 과하게 길어진다 싶어서입니다.
제 부족한 글을 옹호해주시는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그 때마다 운하님께서 계속 반박 리플을 달아서 논란이 과열되는 것 같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운하님께 그만큼 규토대제가 불쾌하셨다는 뜻이겠지요.
운하님께선 감상글을 통해 제 글이 지닌 여러 가지 단점을 지적해 주셨지만,
유독 눈이 머무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제가 이 두 가지는 쉽게 동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1. 규토대제라는 제목이 규토폭군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제에 어울리는 업적을 한 것이 무엇이 있느냐?
2. 쥬논은 암흑가의 보스(?)를 신봉한다. 그런 스타일로 글을 쓰는 것이 문제다. 쥬논은 이미 브랜드화 되어있으니 다른 작가들이 따라할 테고, 이건 여러 모로 안 좋다.
감상글과 리플을 통해 운하님께서 제개 질책해 주신 말입니다.
이에 대해 제가 답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1. 저는 대제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고 쓰지 않았습니다. 업적이나 성품을 떠나서, 후세 사람들이 '대제'라고 부르면 대제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단어가 사람을 많이 타기 때문입니다.
- 징기스칸. 아시아에서는 징기스칸을 대제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동유럽에서는 악마로 생각합니다.
- 광개토대제.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제로 생각하지요. 제가 아는 중국인들은 고구려는 왕국이지 제국인 적이 없었다. 따라서 황제를 높인 대제란 단어는 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동의하지 않지요.
-샤를마뉴. 르네상스의 신봉자와 같은 종교를 가진 추종자들은 대제로 생각합니다. 사라센인이나 바이에른족 등에겐 그 역시 악마였습니다.
-규토. 운하님께서 제 글을 어디까지 읽어보셨는지 모르겠으나, 6권에 이르는 동안 규토가 부하나 추종자들에게 폭군처럼 군 적이 없습니다. 사람 목숨을 가지고 논 적도 없고 강제로 여자를 취한 적도 없습니다. 적에게는 가혹했지만 이 정도를 폭군이라고 부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역사적으로 몇몇 성군을 제외하면, 평범하다고 일컬어지는 고대의 황제나 중세의 영주들의 일반적인 행동이 어떠했는지 사료를 읽어보시면 금방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이상의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후세 사가들이 대제라고 부르면 대제다. 그리고 후세 여러 사람들이 단순히 황제라고 불러서는 안된다고 여겨서 더 높여 불렀다면 대제다.'
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자에게는 자신의 글의 제목을 적극적으로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 모방만 아니라면요.
따라서 제 글 제목이 규토대제인 것에 너무 불만을 갖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대제'가 운하님의 '대제'와 다르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2. 다른 작가들에게 끼칠 영향은 적다고 봅니다. 문피아에도 그렇고, 정말 노력하고 열심인 작가분들이 많습니다. 제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런 작가분들께 영향을 끼치겠습니까? 쥬논이 브랜드화 되어 있다는 말에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운하님,
감상글과 질책 고맙습니다. 리플을 달면서 규토대제의 문제점을 설파해 주신 열의에도 감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규토대제가 바뀔 일은 없을 겁니다. 규토의 성격이 바뀔 일도 없을 겁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글을 씁니다. 제가 좋아하는 성격의 주인공만 그립니다.
제 능력이 부족해서지요. 쓰면서 신명나지 않는 주인공은 도저히 묘사할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제 글을 좋아해 주시는 독자분들도 계시더군요. 물론 운하님을 비롯해서 불쾌하게 생각하시는 독자분들도 계시고요.
그렇다고 규토가 도중에 성향이 바뀔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세상에는 열심인 작가분들도 많고 보석같은 소설도 많습니다. 앞으로는 그런 글 위주로 읽으셔서 규토대제로 인해 불쾌하셨던 마음을 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쥬논.
추신:
운하님,
혹시 제 글 때문에 다른 좋은 글들이 묻힌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런 의견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지만, 혹시 그런 생각이시라면 내년 봄쯤엔 좋은 소식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직업이 따로 있습니다. 이게 스트레스를 꽤나 많이 받는데,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일이어서 그만 두지도 못합니다. 덕분에 머리카락 깨나 빠졌답니다.
그래서 앙신의 강림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 성향이 투영된 글을 쓰자 스트레스가 풀렸고, 제 글을 좋아해 주시는 독자분들 때문에더더욱 스트레스가 날아갔지요. 9시 퇴근 후 매일 2~3시까지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신이 났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천마선도 그렇고 규토대제도 그렇게 썼었다지요.
헌데 요새는 글 쓰기가 별로 달갑지 않습니다. 체력도 한계에 달해서 매일 2~3시까지 쓰기도 벅차고요. 가족들에게도 불평을 듣고 있습니다.
부족한 능력에 글을 쓰면서 굳이 건강을 해치고 스트레스까지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간을 제 직업에 투자하면 글 쓰는 것보다 더 수입도 좋거든요.
그래서 요새는 규토대제를 제 뜻대로 잘 마무리 짓고 난 뒤 글쓰기를 그만 둘까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참, 규토대제는 아마도 내년 늦봄쯤이면 끝날 겁니다.
운하님께 좋은 소식이기를 바랍니다.(혹시라도 제가 변덕을 부려서 또 글을 쓰더라도 너무 욕하지는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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