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박찬규
작품명 : 천리투안 1권
출판사 :
어떤 개념을 장착하지 못하신 분이 2권을 오래도록 반납하지 않는 바람에 일단 1권만 읽었다. 처음엔 영 아닌걸 싶었으나 후반부엔 괜찮은 느낌이다. 스트라이크존을 한참 벗어나는 폭투가 이어지다가 투스트라이크 연속 넣은 상황이라 하겠다.
사실 박찬규님의 작풍은 그다지 취향이 아니다.(취향일 뿐이니 의미는 두지 말자) 너무 감상적이랄까 그런 부분이 많아서 읽을 때 괴로운 경우가 잦았다. 태극검제에서는 답답해서 책을 덮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주요등장인물들의 정신세계도, 이야기의 진행 방식도 나와는 좀 맞지 않는다.
나는 답답한 캐릭터, 소위 말하는 찌질형 인물을 매우 싫어한다. 의지가 강하고, 낙관적이진 못하더라도 진취적이긴 한 게 좋고, 소극적인 캐릭터보다는 적극적으로 상황을 주도해나가는 캐릭터가 취향이다. 그런 면에서 천리투안의 초반부분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취향과 정반대랄까.
삶에 의욕도 없고, 누가 욕해도 다른 이가 대신 변호해주고, 겨우 겨우 입을 열었다 했더니 힘빠지는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제일 거슬렸던 건 그놈의 '요요요요요' 말투. 아무리 열살이래도 사내녀석인데 죽어도 요요요 타령이다. 물론 요요 타령도 어울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정도껏 하지 않으면 극도로 여성적인 인상을 주어서 나같은 사람에겐 그야말로 쥐약이다.
하여간 초반 부분의 주인공을 보고 내가 떠올린 건 『소금에 푸욱~ 쩔어서 축- 늘어진 배추』였다. 이 배추는 푹 찌르면 '보이지 않으니까요..' 라고 대답하는 독특한 배추였다. 하여간 이것도 저것도 무진장 마음에 안들었고, 이거 계속 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내 취향과 천리만리 떨어져 있는 캐릭터였던 거다.
게다가 프롤로그부터 힘빠지게 만드니... 네살이면 똥은 가려도 오줌은 잘 못가리는 나이다. 덧셈 개념도 알기 힘든 나이이며 사리분별같은 거 전혀 없다. 네살짜리 아이의 세상은 비좁아 터졌고 눈앞의 현실만이 모든 것이다. 그런 네살짜리가 나와서는 무슨 20세 처녀처럼 애달프고 구슬픈 독백을 늘어놓는데..... 프롤로그에서 책 포기할 뻔 했다.(정말로)
이런 난관을 넘어서 계속 읽었다. 정말 짜증 솟구치는 요요요 타령도 참아가며. 오로지 추천글이 많더라~ 하는 이유때문에. 개인적 취향으로 초반은 빵점이었지만, 이걸 넘기면 뭔가 있겠지 하면서 꾹 참고 읽었다. 그러자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광의에게로 끌려가서 소정과 만나고, 조금씩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기 시작하더니 금새 애가 달라진다. 아무래도 눈이 다시 보이게 되었으니 좀 더 희망을 갖게 된 것이겠지. 게다가 자기가 천재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것을 이용할 줄 아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리하여 마침 좋은 싸부 만나게 되고, 팔자를 고치더라.
강인해진 것보다 더욱 나를 기쁘게 한 변화는 나이가 좀 들자 그놈의 요요요 타령에서 드디어 졸업했다는 것이다. 나를 슬프고 힘들게 했던 요소들이 점차 사라져가는 것이 기쁘다. (다만 작가 특유의 감상적 장면구성은 역시나 취향이 아니다)
첫 권은 좀 힘들게 읽었다. 둘째 권은 훨씬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듯한 느낌이 든다. 부디 태극검제에서처럼 무공만 엄청나게 높은 ○○○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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