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풍종호
작품명 : 지존록 10권
출판사 :
거의 1년만에 나온 지존록 10권. 드디어 보게 되었다. 일대마도 등 풍종호님의 다른 작품을 보다가 지존록을 읽으면 별들의 전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의 수준이 다르다. 신화적 존재들이 끝없이 나오고, 다른 작품에서 등장했으면 환상의 기연으로 취급되었을 것들이 그저 참고자료 수준으로 다뤄진다.
한권 쓰는데 일년이나 걸린 만큼 굉장히 힘드셨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왠지 '마음껏 즐기며 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해주고 싶은 전설, 써보고 싶은 설정, 신화적 존재들의 업적 등이 엄청난 기세로 풀려나온다. 다른 작가가 이런 식으로 쓰면 쫄딱 망하기 딱 좋다. 그러나 지존록은 다르다. 풍종호님이 쓰기 때문이다.
쏟아져 나온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신공절학, 기보, 절대고수, 비밀세력 등에 대한 설정을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그러면서 꼬이지 않게 구현해서 보여줄 만한 작가는 결코 흔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무슨 심화된 세계관 설정집같은 소재를 이토록 재미나게 쓸 수 있는 분은 풍종호님 정도다.
물론 그 기반에는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자리잡고 있다. 풍종호님만큼 열성적인 독자가 많은 무협작가도 흔치 않다. 풍종호 월드에서 전개되는 다양한 이야기는, 풍종호님의 작품을 읽어가면 갈수록 서로 상승효과를 읽으키며 깊이를 더해간다. 첫번째 작품으로 인해 두번째 작품은 더 재밌고, 세번째 작품은 더더욱 재밌다. 그리고 나면 첫번째 작품을 다시 읽게 되고 새로운 맛에 감탄하게 된다. 현재 그 정점에 있는 것이 이 작품, 지존록이라 하겠다. 특히나 경혼기에서 보여준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를 기억하는 이에게 지존록은 최고의 별미다.
사랑스럽고 개성적인 캐릭터들은 이 독창적인 강호 속에서 각자 빛을 발하며 독자를 유혹한다. 특히 풍종호님 특유의 위트 넘치는 말재간은 최고. 개인적으로는 히로인쪽이 조금 약한 느낌이라 아쉽긴 하지만. 이번 지존록에서는 운령이 그 자리를 채워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9권과 10권에서 보여준 포스를 유지하기만 해도 더 바랄 게 없겠다.
사실 풍종호님의 서술방식이 친절한 편은 아니다. 좋게 말하면 독특하고 나쁘게 말하면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각종 기이한 현상이나 무공을 설명할 때는 빈말로도 머리속에 쏙쏙 들어온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그것은 그만큼 상궤에서 벗어난 소재를 많이 다룬다는 이야기이고, 잘 씹어서 삼키다보면 그 독특한 분위기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상상하면 할 수록 무협인지 신선열전인지 헷갈리는 환상적인 정경에 매료된다.
이번 10권도 너무 재밌었다. 사모하는 운령이 많이 나와서 좋았고, 흰둥이 검둥이 부하 두분도 여전해서 기뻤다. 잠깐 나오는 전투씬이나 절진 융합 장면(?)은 역시 풍종호님다운 독창적인 묘사가 돋보였다. 이대로만 가주오~ 라는 느낌. 다만 출간주기는 좀 아쉽다. 신간이 나올 때마다 앞의 한두권을 다시 읽어야 하는 건 좀 문제가 있으니. 적어도 육개월에 한권 정도는 내주시면 좋겠다고 오늘도 별똥별에 빌어본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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