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백천유
작품명 : 악마전기
출판사 : 발해
악마(惡魔)
한문 그대로 뜻을 해석하면 악한 마귀란 뜻입니다. 사실, 이 惡이라는 뜻은, 인간의 관점에서 출발한 개념입니다. 사실, 인간을 제외한 여타의 동물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논점이니까요.
이 글의 저자인 백천유님은, 이 글의 주인공인 적화린을 통해서 惡이라는 논점을 풀어 나가고 있습니다.
적화린은 특별합니다. '평범한'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 천재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특별한. 하지만 그걸로 끝났다면, 적화린의 특이성은 평범한 무협소설의 주인공과 다를 바가 없겠죠.
그래서 작가는 여기에 또다른 설정을 갖다 붙입니다. 어찌보면, 인간만이 가진 개념, 惡입니다. 그래서 적화린은 뛰어남을 넘어, 특별함을 부여받습니다. 그의 특별함은 천재적인 능력이 아닌, 그 능력의 방향성인 惡이 되는 것이죠.
그는 현대적으로 해석해 볼 때, '사이코패스'라는 사람들의 성향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적화린은 그들과는 다릅니다. 사이코패스들은 사람을 죽이는데 흥미를 느끼지만, 적화린은 무공을 배우는데 흥미를 느끼며, 무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사람을 죽일 필요성을 느낄 뿐이죠.
그들의 공통점이란 사람을 죽인다는 행위가 잘못됐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며, 그로인해 살인(殺人)이라는 보편적인 인간의 틀에서 생긴 최악의 죄를 죄라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죠.
이것이 적화린이 '앞으로도 계속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이유' 입니다. 또한, 이런 이유는 무협이라는 소설의 특이성에 있어서, 적화린이 '계속해서 생존할 수 있는 이유' 또한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이런 인간적 아이러니는 적화린이 계속 '강해지는 이유' 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아시겠습니까? 이 이유들이 합쳐지면
'무협 소설의 주인공이 가진 특성들'
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도출하게 됩니다. 여타의 소설들의 주인공들과는 특성의 인과 관계가 뒤바뀌어 있기는 합니다만, 대표적인 특성들의 나열은 놀랍게도 비슷합니다.
惡이라는 잘못된 시작을 교묘하게 비틀어 만들어진 적화린이라는 인물. 그리고 무협 소설이라는 장르라는 것을 이용해서 적화린에게 주어진 주인공이라는 당위성. 앞으로도 이 글을 즐겁게 읽을 주요 논점이 됩니다.
놀랍게도 특별한 캐릭터로 인하여 시작된 글인 만큼, 이 글의 스토리 라인은 전적으로 적화린이라는 캐릭터에 달려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끝까지 캐릭터의 특별함을 유지하는 동시에, 캐릭터만 부각 됨으로써 부실해질 수 있는 스토리 라인에 살을 붙이는 일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또한, 이 글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적화린의 이름이 계속 바뀐다.' 라는 점이었습니다.
악마(惡魔)라는 명칭은 동양적이라기 보다는 서양적입니다. 보통 동양에서는 악귀나 귀신이라고들 합니다. 사극이나 전설의 고향에서 "악귀야 물렀거라!" 라고 외치지 않습니까? 그에 비해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서양의 惡한 존재들을 보통 악마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현재 판타지 소설에서 쓰여진 이런 서양의 악마들은 특성을 아십니까?
바로 이름에 구애 받는다는 것입니다. 언젠가부터 쓰여진 설정인지는 불분명 하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이름이라는 것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큰 자부심을 가지거나, 특별함을 부여받습니다. 그만큼 악마들에게 이름이라는 것은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겠죠.
우리가 지금 살펴보는 악마, 적화린 역시 이름을 가집니다. 그것도 다양한 이름을 말이죠. 그리고 그 이름에 따라서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변태합니다. 그렇게 계속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변태하고, 강해집니다. 악마가 가진 '이름' 과 '힘'의 밀접함과 비교해 봐도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그것이 작가분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지 말이죠.
악마전기는 흥미로운 글입니다. 강렬한 캐릭터와 특별한 스토리 구조로 흡입력이 굉장합니다. 아직까지도 그런 흥미로움을 잃지 않았고, 넘치는 즐거움을 담은 글입니다. 이번에 출판한다고 하니, 문피아 회원님들의 많은 사랑과 관심이 있을거라 감히 장담합니다. 그만큼 재밌는 글이니까요. 백천유님 출판 축하 드립니다.
이만 효렴이 불민한 솜씨로 글 한 편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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