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방에 갔더니 기대하던 팔선문 3권이 있더군요. 생각할 것도 없이 냉큼 빌려왔습니다. 앞서 두권을 읽고 기대하던 소설이라 읽을 생각에 흥분이 되더군요^^ 그러나 3권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4권을 읽고 생각해 보자 였습니다.
팔선문을 읽어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전체적인 주인공의 성격은 과거 황규영 작가님의 잠룡전설과 비슷합니다. 게으르지만 강한 주인공. 그러나 귀찮음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강함을 숨기는 주인공입니다. 물론 요즘에야 자신의 강함을 숨기는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들이 넘쳐나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런 식의 주인공을 사용하는 소설의 가장 큰 단점이 바로 주인공의 강함이 드러나기 전까지의 내용전개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강함을 숨기는 주인공이 주변사람들에게 개무시를 당하고 해코지를 당해도 별 생각없이 책장을 넘기고는 했는데 제 인내가 바닥난 건지 아님 제가 이상한건지 요즘에는 이상하게도 짜증이 팍팍 치솟더군요. 그래서 단천붕지를 손에서 떠나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팔선문 같은 경우는 주인공도 어느정도 한 성격 하는 성질이라서 힘을 쓸때는 팍팍 내보임으로써 이런 저의 짜증을 어느정도 희석을 시켜주기는 했지만 3권에서는 그러지를 못하겠더군요. 물론 작가님의 필력이나 재미에 대하서는 할말이 없습니다. 필력도 뛰어나시고 재미도 분명히 있습니다. 재미는 있으면서 짜증을 느끼게 하는 이런 이분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주된 이유는 바로 주인공의 행동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일신의 귀찮음을 피하기 위해서 자신의 강함을 숨깁니다. 즉 어쩔 수 없이 내보여야 할 때만 내보이죠. 여기서 저의 의문은 시작됩니다. 과연 강함을 숨기는 것이 귀찮음을 피하는 길인가?
팔선문만이 아니라 주인공의 강함을 숨기는 책들에서 보면 주인공은 강함을 숨김으로써 더 귀찮은 일들이 발생합니다. 바로 주인공을 개무시 하는 주변 상황으로 인해서 어중이 떠중이 모두들 주인공을 개무시 하고 귀찮게 하고, 사지로 내보내고, 그리고 당연하게도 주인공은 그런 상황을 이겨내고 돌아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주변의 어중이 떠중이들은 주인공이 강한게 아니라 운빨이 생겼다고 생각하거나, 소문이 과장됐다고 생각하고 여전히 주인공을 개무시합니다. 그리고 귀찮게 하죠. 당연히 팔선문에서도 그런 상황은 나타납니다. 사부도, 사매도, 사제도, 그리고 무림맹 안의 일당들도 주인공을 개무시합니다. 당연히 주인공을 찾아와서 귀찮게 하죠. 이런 상황까지 오면 그냥 자신의 온 힘을 다 내보여서 사부도 패고, 사매도 패고, 사제도 패고, 어중이 떠중이 까지 다 패버려서 자신을 귀찮게 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 걸까요? 물론 책의 내용이야 어디까지나 작가님의 재량이기에 제가 왈가불가한 사항이 아닙니다. 그냥 무협을 읽으면서 느껴본 적인 언젠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카타르시스를 느껴보고 싶어하는 무협매니아의 넋두리라고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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