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오츠이치(乙一)
작품명 : Goth - 리스트 컷 사건
출판사 : 학산문화사
밤의 어둠을 닮은 소녀 요루와 밤의 어둠을 사랑하는 나는 보통 사람과는 조금 다르다.
눈을 돌리고 싶어질 정도로 잔혹한 살인, 인간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어둠이 그대로 드러난 끔찍한 사건을 조사하는 취미를 가진 우리들은 ‘GOTH'라고 불린다.
GOTH는 중세의 건축 양식을 지칭하는 'GOTHIC'의 약어이지만 건축과는 관련이 없다. 이것은 문화이자, 패션이자, 스타일이다. 인간을 처형하는 도구나 고문 방법 등에 흥미를 갖고, 살인자의 마음을 엿보고 싶어 하며, 인간의 암흑에 심취한 사람들을 부르는 명칭, GOTH.
……나와, 그리고 같은 반의 모리노 요루가 바로 그런 인종이었다. - 알라딘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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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h. 참 오래 전에 사 둔 책입니다. 만화책을 먼저 사서 먼저 읽었었고, 소설책은,
'Dog' 파트를 읽은 뒤 그 섬찟함 때문에 꽤 오랜 기간 봉인했었네요.
이 책은 한때 '살인미화'라는 이유로 유해 도서 지정되어 전량 회수될 예정이었습니다만, 재심의 결과 '청소년 유해도서' 판정만 받아 19세 마크를 받고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었지요. 만화책은 작 내의 끔찍한 시체 묘사등을 그야말로 가감없이 묘사해내는 기행을 보여주었고(...).
17세라는 나이로 혜성같이 데뷔하여 젊은 층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끈 '오츠이치'가 처음으로 '미스테리'를 의식하여 집필한 소설... 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것 과는 상관 없이 '사이코패스가 주인공인 소설'로 더 유명합니다만.
예, 이 소설의 주인공은 사이코패스입니다. 눈을 돌리고 싶을 만큼 비참하고 안타까운 인간의 죽음에 끌리고, 살인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돌아보는 것이 취미이며, 고문도구와 사형기법에 대해 적은 책을 좋아하며 읽습니다. 그러면서도 대인관계는 무의식 수준의 '연기'에 의해 오히려 주변에는 '재밌는 녀석'으로 인식되고 있는, 머리 좋고 치밀한 타입의 사이코패스지요.
딱히 복잡한 설정도, 어두운 과거도 없습니다. 작가 후기에 의하면 "이 소설은 판타지로 생각하고 썼다. 살인자들은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는 설정이다. 흡혈귀라던가 '괴물'을 보는 시각과 마찬가지다. 이것은 결코 현실이 그렇다는 말이 아니므로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는 언급이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 소설에 나오는 다양한 인간들은 '다양한 괴물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히로인인 모리노 역시 '죽음'에 끌리는 인간입니다. 다만 언제나 딱딱하게 굳은 표정에 병적으로 흰 피부, 침묵과 냉대로 일관하는 낮은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주위로부터 소외되는 타입이지요.
주인공과 모리노는 닮았으나 다릅니다. 모리노의 경우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죽음'을 너무 일찍, 너무 가까이 느껴버려 거기에 사로잡혀버린 아이이지요. 주인공이 쾌락살인을 원한다면 모리노는 자살지원자입니다.
또한, 주인공이 이 작품에 나오는 여러 범인들과 마찬가지로 원래부터 그러한 '괴물'이라면, 모리노는 그런 괴물들에게 가까이 가고자 하는 '인간'이지요.
그런만큼 주인공은 괴물의 입장에서 괴물들의 행동을 추측하는 것으로 사건을 따라갑니다. 괴물은 '인간'인 모리노를 노리고, 주인공은 그 모리노를 지키지요. 그런만큼 모리노가 '인간'의 시야로 결코 눈치 채지 못하는 '범인'에 대해 주인공은 같은 '괴물'에 입장에서 손 쉽게 다가가 버립니다.
주인공 커플의 관계 외에, '괴물'이라 표현된 인물들에 일어나는 작 중 이야기들은, 너무나도 담담하게 서술되기에 반대로 오싹하고, '설마'라는 보편적 감정에 의한 반감을 너무나도 쉽게 뒤집어버리는 반전에 의해 차갑고도 섬뜻한 공포감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개 Dog' 파트!
만화책에서는 모리노의 개인사를 다룬 '기억 Twins' 파트와 소설의 종장인 '목소리 Voice' 파트를 함께 어레인지 해서 마지막 파트로 삼았더군요. 트릭 상, 만화책으로 만들수가 없는 이야기였기에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고, 만화책의 에피소드 자체도 상당히 잘 어레인지된 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야기의 마무리'라는 면에서는 만화책의 중2병 적인 마무리 보다는 주인공과 모리노의 관계를 명확히 들어내고, 모리노의 정신적인 부분을 좀 더 부각시킨 소설쪽이 훨씬 마음에 드네요.
주인공 커플의 이야기도 더 보고 싶습니다만, 작가가 후기에 언급한 '주인공의 여동생이 시체를 발견하는 이야기'도 재밌을 듯 합니다만... 안 나왔죠?
오츠이치 소설은 이것밖에 못 읽었습니다만, 꽤나 옛날에 읽기 시작한 책이라 제 머리속 '오츠이치'의 인상은 'Goth'같은 음습하고 차가운 소설을 쓰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작가 후기에 의하면 '애절함'으로 유명하다던데... 다른 소설을 좀 더 찾아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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