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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2.11.30 18:24
조회
9,721

개인적으로 월영신님의 화산신마, 천하제일 이인자 모두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천하제일 만년학사 역시 기대가 큽니다.


우선 천하제일 만년학사의 장점을 몇가지 생각해보자면.


1. 이해하기 쉬운 세계관 및 설정

천살성, 천무성 등의 클리셰는 자주 사용되어왔기 때문에 무협을 어느정도 읽은 독자라면 어떠한 것인지 바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을 둘러싼 정/마의 무인들이 안배하는 것을 보노라면, 쉽게 주인공에게 거대한 기연이 갔구나-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꽤나 친절하게 이야기가 전개 됩니다.

게다가 상대해야할 적도 이야기 속에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독자들은 굳이 머리 아프게 누가 선이고 악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러한 단순 명료함은 단점일 수도 있지만, 이해가 확실히 된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장점입니다.


2. 단순하고도 명료한 카타르시스의 구조

월영신님의 기본적인 특성상, “평소엔 별 것 아닌 놈이었는데, 이런 면모가?”를 베이스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쉽게 해놓았습니다. 나쁘게 말하자면 이미 수차례, 아니 수백차례는 써먹힌 해묵은 방식입니다만(굳이 판무를 넘어서, 오랜 고전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방식이지요) 그만큼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독자들은 주인공의 태생적 특성(천살성과 천무성, 그리고 쌍성의 안배)을 바라보며 그것들이 멋지게 터질 날을 고대하고 있을 테니까요.


3. 비현실적인, 그러나 입체적인 인물구성.

분명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리고 전작인 천하제일 이인자나 화산신마의 인물들은 다소 비현실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현실적인 면모가 보이는 인물로 팽소혜(맞나요?)가 있을 것 같군요. 문피아 연재 당시, 청운학관에 황보 가의 여아가 준 히로인 급으로 등장했던 거 같은데 아쉽게도 사라졌습니다만, 너무나 자주 사용되고, 왜색이 짙은 나머지 없애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월영신님의 글은 좋게 말하면 만화책처럼 술술 잘 읽히며 익숙하고, 나쁘게 말하면 다소 왜색이 짙은 편인데 그렇기에 장점이자 단점으로 이해하기 쉬운 인물 상들이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월영신님의 가장 뛰어난 장점 중 하나로, 인물이 다소 평면적이고, 소위 흔해빠진 인물상으로 만들어졌다 해도 그를 둘러싼 이야기는 감동적이며, 그가 살아 숨쉬는 인간임을 알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쌍성과 주인공의 이별 장면, 그리고 아버지의 기대에 힘겨워 하면서도 그것을 끝까지 믿고 나아가려는 주인공의 마음, 주인공을 신경쓰며 하나하나 챙기려는 호위(황조인가요?) 등, 구체적이고도 세세한 표현과 사건들로 하여금 이야기에 빠져들 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마 이 점이 없었다면 월영신님의 오늘은 없었을 것이라고 저는 감히 생각하며, 이런 점 덕분에 흔해빠진 기믹을 가지고도 남다름을 유지하실 수 있다고 봅니다.


아직까진 초반이라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앞으로도 기대가 되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아쉬운 점을 몇가지 나열해보겠습니다. 독특하게도 제가 생각하는 이 책의 장점이 곧 단점입니다.


1. 단순 명료한 세계관과 설정.

간단히 말하자면 누차 사용되어 왔고, 고민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한 권선징악적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야기의 깊이가 모자르게 된다는 점은 단점입니다. 물론 글의 특성상 복잡하고 머리아픈 이야기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종류의 글에서 암울하고 칙칙한 세계관과 이해하기 어려운 다양한 설정이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글의 장르와 목적을 헤치는 일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세계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는 ‘악’과 그를 저지하려는 ‘선’의 대립이 아니라 좀 더 인간적이면서도, 흥미로운 대립 구조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요? 저는 작가가 아니옵고, 설령 작가라 하여도 월영신님 만큼 잘 쓸 자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독자로서(그리고 굉장히 월영신님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월영신님의 뛰어난 필력에 더해 그와 같은 고민이 깃들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 너무나 단순한 카타르시스 구조.

사실 작품 내의 설명은 완벽합니다. 주인공은 무림을 두려워하고 무공을 무서워합니다. 무림인은 아주 괴물인 줄 압니다. 게다가 어딘가 바보같은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도를 지나친 면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부가 보인 무지막지한 힘을 보고도, 일류 고수의 힘이라고 생각할 수 있긴 할까요? 설령 일류 고수의 힘이 그정도라고 그 당시엔 생각한다 할지라도, 금세 자신의 생각을 고칠 수 있는 환경에 있음에도(수많은 기재가 모인 학관에 들어갔는데!) 추호도 생각의 변함이 없습니다.

물론 작품 내에선 오류가 없이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만, 그런 설명이 ‘아하 그렇구나!’ 하고 마음에 이르기는 조금 힘들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무리수를 두면서 주인공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걸까요?

모든 독자가 이해하고 있듯, 카타르시스를 위해 힘을 숨기고 있을 뿐입니다. 주인공이 무림인을 두려워하고, 무공을 무서워하고, 바보가 된 것은 정말 단순하게도 그 이유가 있을 뿐인거죠.

힘을 숨기고 있던 주인공이(자의든 타의든) 어느 순간 멋지게 해결하고, 주위의 사람들, 혹은 그를 무시하던 사람들이 놀란다!

보증된 수표이긴 합니다만, 이 구조도 탈피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 구조를 유지한다 해도 조금은 다른 이유로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3. 인물 구성에서 드러나는 왜색, 그리고 한계.

이미 장점 부분에서 조금은 썼기 때문에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물론 소설과 현실이 같아야 될 이유는 없습니다. 현실과 같이 몰개성한 사람들만 잔뜩 나온다면, 저부터도 그 소설은 안 볼 것입니다. 하지만 개성과 ‘틀에 박힌 개성’은 엄연히 다릅니다. 현실과는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대거 나온다고 해서 그것이 개성이 되는 것은 아니지요. 이미 수차례 사용된 인물 구조와, 인물 상이 반복된다면 독자들은 그들의 대화, 행동 등을 모두 예측하게 됩니다. 그런 의외성의 결여는 소설로서는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하지만 위에 썼듯이 월영신님은 그런 인물 상 위에 ‘이야기’를 얹으므로 여러가지 문제점을 회피하는 재치를 보이셨는데요. 그런 점은 정말이지 훌륭합니다만, 그런 것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는 분명 존재합니다.

굳이 일본 만화 스러운 캐릭터를 등장시키지 않아도, 굳이 그런 대화나 묘사를 삽입하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고 훌륭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일본의 것’이기 때문에 나쁘다! 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저 역시 라노벨이라면 환장을 해서 집에 한 500권쯤 있고, 애니메이션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만화 등에서 다룰 만한 것이 있고 소설에서 다룰 만한 것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 점이 개선되길 바랍니다.



이러쿵 저러쿵 평이 난잡합니다만, 개인적으론 정말 재미있고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월영신님이 건필하셔서 더 재미있는 책들을 많이 내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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