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들이 공감할 만한 감상보다는 그냥 지극히 개인적이고 졸렬한 단상 뿐이라서 감상을 쓰지 않을까 하다가, 혹여 비슷한 감상을 가지신 분이 한 분이라도 계시면 반가울 것 같기도 하고 제 생각을 정리할 필요도 있어서 올려 봅니다.
검색을 해보니 다른 분들도 비슷한 걱정을 하신 것 같던데, 9권에서 완결이 될만한 흐름이 아니었는데 급하게 마무리 된 느낌이 있더군요. 빠진 떡밥은 없는데 떡밥을 해소하는 방법이 너무 직선적이었달까요? 주인공 석여송의 아버지와 관련된 계림혈사에 대한 전모가 너무 쉽고 단순하게 밝혀졌고 여송과 금령에게 전해진 오경 떡밥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이건 대단한 문제가 아닌데 금문과 금령에 얽힌 음모와 야망이 ‘추룡대’ 하나로 귀결되고 마무리되는 건 안타깝더군요.
사실 저는 북천십이로의 주인공이 여송이 아니라 금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송은 사실 아버지와 관련된 원한을 제외하면 모든 게 완성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작중 행보에서 금령이나 청도주가 그냥 집에 가라 하면 진짜 집에 가서 발 뻗고 자면서 완결이 나도 아무 상관 없을만큼요..크크크
그에 비해 흥미로운 인물은 금령이었지요. 패도를 걷는 여인. 중반부터는 패도 일직선을 걷지만 사실 초반부 여송과 만난지 얼마 안됐을 때부터 부드러운 여인으로써의 면모나, 금문을 위해 살겁과 암계를 마다않는 피의 길을 걷는 데에 대한 양심의 가책..그러면서 느끼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지만 정말 나한테 선택할 여지가 없었나?’ 하는 ...자기 삶에 가책을 느끼지 않기 위해 핑계를 대고 있지 않나 하는 고민?
초반부에는 작가님도 신경을 쓰신듯 얼핏설핏 금령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고 그러면서도 결국 ‘금문의 패도를 위해 어쩔 수 없다’ 는 핑계로 폭주하는 금령을 막아서는 요송~ 이라는 구도를 예상했는데 의외로 너무 쉽게 금령과 요송의 인연이 멀어지더군요.
다른 분들과 달리 요송이 결국 다른 히로인과 맺어지게 되는 것에는 별 불만이 없었지만...북천십이로 1-3권 무렵에 은은히 깔렸던 금령의 행보에 대한 화두가 사라진 완결 구도가 더 없이 아쉽습니다.
개인적으로 완결 9권 중반부에서 석문의 수장인 석송이 석요송을 금령을 보호하라고 보내면서 내세우는 첫번째 명분이 너무 얼척이 없더군요. 추룡대를 위해서 금문에 잠입한 왕적은 다른 사람을 속여가면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악한 인물이라 그런 사람이 득세하면 의(義)가 없어진다나?
아니 그러면 금령은? 사실 금령도 자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누군가를 속이는 음모를 쓰거나 심지어 무인도 아닌 무고한 민간인을 죽이는 걸 서슴치 않던 여인입니다. 초반부 권력을 잡았을 때 다른 세가를 처치하기 위해 그 세가의 충복을 배신자로 모함하는 더러운 술수를 쓰기도 했고 8-9권에서는 금불해의 가문을 미끼로 삼기 위해 갖다버린 철혈의 여인인데 왕적보다 나을 게 뭐가 있다고 왕적을 막고 금령을 보호하는게 의 란 말입니까.
야망도 욕심도 없이 청빈한 삶을 꿈꾸는 주인공 석요송과, 그에 대비되듯 야망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짓밟는 걸 서슴치 않는 금령의 폭주를 대비시키면서 북천십이로의 진짜 최종 악역은 추룡대도 오경도 아닌 금령이 되었으면 했는데...아니면 다른 분들이 예상하셨든 히로인이거나요.
결국 금령과 금문은 별로 손해본 것도 없이 금령이 태상장로에서 물러나는 걸로 끝나는 바람에 뭔가 제가 예상했던 작가님의 주제의식과는 다른 흐지부지한 결말이 된 느낌입니다...초연한 석요송만이 보중하고 야망에 찌든 금문이나 다른 세력들은 멸망하거나 더러운 지옥도, 아귀다툼의 장이 되면서 끝날 줄 알았는데요!
북천십이로가 끝나서 참으로 아쉽습니다. 이 정도로 탄탄한 무협지가 요즘 흔치 않잖아요. 금령, 청도주, 왕적 등등등 나름대로 인물들도 하나하나 매력적이었고 줄거리도 탄탄해서 한 권을 읽으면 두텁다는 느낌이 드는 좋은 책이었는데....
9권에서 급물살은 탄 건 작가님의 의도가 아닌 것 같은데 판매량이 저조해진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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