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장경
작품명 : 철산호
출판사 : 로크 미디어
<뒤늦게 철산호를 보고...>
장경.
철산호를 읽고 나서 한 줄의 문장으로 감상문을 적어보고 싶었다.
「한마디로, 나는 그의 글에 반했다.」
아니, 정확히 말해 귀호라는 사나이에 흠뻑 빠져들었다.
하지만 철산호같은 대작들을 한 줄로 평하기엔 그토록 고뇌하고 노력해서 써낸 작가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므로 지금부터 한 올 한 올, 실타래를 풀어가듯이 철산호의 감상평에 대해 써보기로 다짐했다.
1인칭 시점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무척 힘이 드는 일이다. 주인공의 초점에 맞춰 주변 인물들, 심지어 주변의 상황과 묘사들을 그려낸다는 것은 어쭙잖은 필력으로는 제대로 된 구성을 갖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장경이라는 작가는 필시 이 철산호라는 글을 적으면서 귀호의 움직임에 따라 작가 자신도 귀호의 희노애락을 같이 느꼈을 것이다. 나 자신조차도 귀호라는 인물에 정이 들대로 들었으니 말이다.
장경은 마치 자신이 주인공인 귀호가 된 것 마냥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아주 세밀하게 규명시켜 주었다.
귀호가 대산인의 손녀를 금위인들로부터 구해준 장면을 목격했을 때, 마치 내가 귀호가 된 것처럼 흥분했고, 마지막 6권에서 통천방의 방주와 대결하는 장면에서는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리던 귀호의 애잔한 마음을 깊이 공감했던 것처럼.
이런 면에서 볼 때, 무협작가를 희망하는 나로서는 장경이라는 작가에게 이 자리에서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다.
무엇보다도 무협소설이 순수 문학보다 폄하되고 있는 현 시대에서 이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한 편의 아름답고 애잔한 내용을 쓸 수 있다는 무한한 창작의 힘을 조금이나마 이해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무릇, 인간이란 자신을 보살펴주고 길러준 부모에게 칼을 들이미는 몰상식한 짓을 할 수 없는 법이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절대불멸의 진실이자, 먼 옛날 공자께서 말씀하신 유가사상이기도 하다.
이처럼 귀호는 대산인의 전인으로써 녹림왕이 되었지만 과거에 몸담았던 통천방의 식구들과 대결하게 된다.
그러나 결국, 귀호는 섣부르게 공격할 수도 물러날 수도 없는 상태에서 통천방의 방주, 즉 자신을 길러준 아버지와 같은 존재와 한 판 승부를 겨룬다.
방주는 귀호에게 말했다.
[그래. 나는 못난 네 사형의 아비이기도 했다. 그래서 너를 사랑했던 그만큼 너를 미워했고 질시했다. 목까지 베러 나선 마당에 무슨 아들 타령이냐고 욕할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나는 내 목의 가치를 네 목의 가치보다 높게 둔 적은 없다.]
귀호도 이런 방주의 말을 다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했다.
귀호는 말했다.
【나를 키운 건 나다. 큰 바람 물결쳐도 그곳엔 스스로 강해지는 남자 귀호가 있었다고.】
이처럼,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했던 그의 주위에는 그를 따르려는 자들이 넘치고 흘렀다. 촉한의 유비처럼 귀호도 자신을 사랑했던 것처럼 남을 아끼고 이해해주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외롭고 고독한 그가 귀호이지만 그의 곁에는 그를 아끼고 따르는 녹림의 호걸들, 그리고 누구보다도 귀호에 대해서 잘 알기에 사랑하는 그녀, 여원이 있기에 그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귀호.
자신에게 말했던 것처럼, 그는 자신과 자신을 믿고 따르는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강호역사에 남을 멋진 종사가 돼 있을 것이다. 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니 내 가슴도 귀호못지 않게 흥분되고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또한, 이 감상문을 쓰면서 다시 한 번 장경작가에게 존경심을 보내는 바이다. 앞으로도 그의 마르지 않는 창작샘이 끊임없이 이 세상에 나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6권으로 끝내기엔 귀호라는 사내에 물들어 버린 정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었다. 아쉽지만 철산호에 대한 감상문을 이것으로 마치면서 장경 작가의 앞날에 무궁한 행복과 만수무강이 깃들이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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