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감상이기도 하고 일종의 정보 제공이나 한담이기도 하며 작품에 대한 추천 같기도 해서 어느 게시판에 넣을지 고민되었습니다. 일단 여기에 올려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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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에 종종 나오는 대법(大法)은 판타지의 마법과 유사하기 때문에 무협이 판타지적 요소를 갖는데 퍽 효율적이다.
일단 대법은 무공이 아니다. 작가들은 무공으로 커버하기 어려운 어떤 능력이 필요할 때 대법을 쓰는 것 같다. 사실 무공이란 것도 현실성은 없지만 나름대로 설명을 하자면 못할 것이 없다. 대개는 외공은 몸의 움직임과 세기(細技), 속도, 위력을 바탕으로 하며 내공은 기(氣)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초현실적인 능력이나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무공보다는 대법이 유용하다. 술법이나 마법과 거의 같다고 할 수 있고 진법(陣法)과는 좀 다르다.
대법을 쓰면 뭐든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일종의 만능 열쇠(마스터키)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함부로 만들어서 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안 쓰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무협에는 많은 종류의 대법이 있다. 가장 흔한 것이 귀식대법(龜息大法)인데 사실 이건 ‘대법’이란 명칭에 어울리지는 않는다. 단지 죽은듯이 납작 엎드려 있을 뿐이지 않은가.
그 외에 각종 강시제조를 위한 대법이 있고 흡정대법(吸精大法 : 남녀가 상대방의 정기를 흡수하는 방법), 흡성대법(吸成大法 : 상대방의 공력을 빨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대법), 강신대법(降神大法 : 죽은 영혼을 불러내는 대법), 그리고 타인의 정신을 지배, 조종하는 대법 들이 있다.
하지만 수많은 작품에서 대법을 펼치는 자들은 사마의 무리들이고 그 때문에 그 자체는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편이다. 하지만 다음 몇몇 작품에서 펼쳐지는 대법은 이야기의 전개에 아주 중요한 동기가 되고 흐름을 완전히 지배할 만큼 중요하게 사용되었으므로 간단히 소개한다.
야설록, <천객>, 반천역시대법(反天逆時大法)
과거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대법이다. 현재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되자 주인공이 과거로 가 해결을 시도한다. 사마(邪魔)집단의 거마들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하나의 엄청난 괴물을 만들어낸다. 이제 현 무림에서는 그 괴물을 이길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터미네이터처럼 주인공은 과거로 간다. 그 괴물이 평범한 인물이었을 때 제거하기 위해.
이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처음 이 소설을 읽고 수 년 후에 다시 읽었는데 이 대법이 펼쳐지는 부분은 마지막 4권의 뒷부분 일부였다. 짧은 부분이 왜 그렇게 오래 기억에 남았을까. 사소한 듯 보이는 사랑 때문이었다.
금시조, <실혼전기(失魂傳奇)>, 이혼대법(移魂大法)
혼을 잃어버린 기이한 이야기라는 제목인데 사실은 제목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혼을 옮기는 이혼대법을 펼쳐 한 사람의 영혼이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도록 만든다. 대법은 성공하였는가 아닌가? 이 부분에서 이 작품의 가장 큰 반전이 펼쳐진다.
아마 무협 사상 가장 대단한 반전이 아닌가 싶은데……. (달리 생각하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전동조, <묵향>, 묵령시분술
혈교의 술법인데 내용면에서는 대법과 별 차이가 없다. 이것은 대부분 아는 내용일 터이므로 자세한 얘기를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주인공이 무협 세계에서 환타지 세계로 차원이동을 하는 계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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