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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12.03.05 22:42
조회
3,511

작가명 : 마이조 오타로

작품명 : 좋아 좋아 너무 좋아 정말 사랑해

출판사 :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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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연기, 흙, 먹이>로 제19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하고, 2003년 <아수라걸>로 미시마 유키오 상을 수상한 일본 작가 마이조 오타로의 소설집이다. 제131회 아쿠타카와상 후보작에 오른 '좋아 좋아 너무 좋아 정말 사랑해'와 또 다른 작품인 '드릴홀 인 마이 브레인'이 실렸다.

표제작 '좋아 좋아 너무 좋아 정말 사랑해'는 '순애보'라는 고전적 테마를 새로운 소설 형식과 문체로 그려낸 작품이다. 불치병에 걸린 애인의 병상을 지키다 결국 그녀를 떠나보낸 한 소설가의 이야기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슬픔과 괴로움, 상대에 대한 애정을 통한 자기 자신의 성장이 차분하고도 집요하게 묘사되어 있다.

'드릴홀 인 마이 브레인'은 구멍이 뚫린 머리를 가진 소년의 기묘한 사랑과 성적 판타지를 그린다. 어머니의 정부(情夫)에게 머리를 드라이버로 찔린 소년이, 현실로부터 자신의 의식으로 들어가 또 하나의 완전히 다른 인격, 지구를 구하는 초능력자가 되어 활약하는 이야기다.

이 책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마이조 오타로는 최근 일본 문학의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라이트 노벨'의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자기 작품의 삽화 대부분을 직접 그리는 그는 이번 소설집에도 직접 일러스트를 그려넣었다. <알라딘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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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흙, 혹은 먹이'로 데뷔한 일본의 복면 작가 마이조 오타로. 1973년 일본 후쿠이현 출신이란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으며, 심지어 편집자와도 E-mail로만 연락을 하고, 미시마 유키오상 수상 당시에도 수상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작가.

'연기, 흙, 혹은 먹이'를 읽고 그야말로 멱살을 잡혀 얼굴을 아스팔트에 갈리는 듯한 충격적인 독서경험을 한 뒤 머리속에 뚜렷이 각인되어 버린 작가입니다. 아, 하지만 '아수라걸'은 병신같았어요.

일단 마이조 오타로는 '파우스트 계열'로 분류되는 작가입니다. 일본의 오타쿠 성향 문예지 '파우스트'를 중심으로 활동한 작가군인데... 사실상 이 파우스트도 폐간되었고, 파우스트 계열 작가군 중에 아직까지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 봐야(아니, 오히려 인기 자체는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니시오 이신 정도입니다.

허나 어쨌거나 마이조 오타로, 사토 유야, 니시오 이신 이 세 사람이 초기 파우스트를 이끌던 대표 주자들이고, 전 니시오도 사토도 좋아하니까요.

'연기, 흙, 혹은 먹이'같은 소설을 계속 썼다면야 마이조도 좋아했겠지만...

'좋아 좋아 너무 좋아 정말 사랑해'를 읽고 다시 생각했습니다.

사토는 병신이지만 그 독기 넘치는 병신끼를 좋아할 수 밖에 없고,

니시오는 병신임을 숨기지 않고 막나가서 즐겁지만,

마이조는 너무 병신같아서 따라갈수가 없습니다(...).

* 여기에서 말하는 '병신같다'는 애정어린 표현으로, 사전적 의미와는 조금 틀립니다.

**

군대 가기 전에 대학도서관에 마이조 오타로와 사토 유야의 전집을 주문한 뒤, 사토 유야를 천천히 읽고 아이 좋아라~ 한 뒤, 마이조 오타로를 집어들었다가 '아수라걸'에서 넉아웃 된 후 전 군대를 갔지요.

복학하였으니 좋아라~ 하면서 도서관에서 일단 이걸 빌렸습니다.

그리고 또 넉 아웃.

내용에 대한 감상은 단 하나.

도대체 뭐래는 겨?

**

일단 스토리라던가 테마도 이리저리 따져 보자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듯 한데, 뭐 그럴듯한 의욕은 안나네요.

쉴세 없이 질주하는 그 속도감 넘치는, 그러면서도 독자의 멱살을 잡아끄는 듯 한 폭력적인 문장은 여전하기에 일단 첫 장을 펼친 뒤에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 '거북함'은 그다지 느낄 수 없습니다. 문장 자체는 매우 빽빽함에도 불구하고(개행이 거의 없습니다), 읽는 것 자체는 매우 수월해요.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하겠다는게 문제지.

**

역자 후기에는 이 책에 실린 작품인 '좋아 좋아 너무 좋아 정말 사랑해(참고로 제목의 '너무'는 국문법상 긍정표현에 쓰이는 것은 잘못된 사례입니다만, 이 책의 내용으로 봐서는 꽤나 괜찮은 선택이라 보입니다. '지나치게 사랑하지 않으면, 충분히 사랑하지 않은 것이다' - 파스칼)'가 아쿠타가와 상 후보로 올랐었던 때와, 발표 이후(탈락한 이후) 각각 나온 두 평론가의 대담이 실려있습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2004년 일본 문학계의 화두는 '세상에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였으며, 너무나도 상투적이고 감상적이며 클리셰 투성이의 억지 눈물짜기의 이 이야기에 대한 세상의 환호에 대하여, '문학'은 어떻게 답해야 하나~ 라는 테마를 아쿠타가와 상에서 주요하게 다뤘다고 하네요. '좋아 좋아~'도, 2004년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간병입문'도 '투병하는 상대와 그것을 지켜보는 나'라는 구도를 띄고 있는 소설이라고 합니다.

... 솔직히 최근의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이라고 해 봐야 제가 읽은 것은 와타야 리사의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뿐이고요.

이건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는, 너무나도 약하면서도 드센, 그런 사춘기의 섬세하고도 뾰족한 소녀의 감성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 그런 훈훈한 청춘/성장 소설이었는데...

와타야 리사의 수상은 '최연소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통해 화제성을 불러일으키고 싶었을 뿐이란 평가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충분히 '문학'이었고, 충분히 '오락'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이조 오타로는 뭐 어쩌라고(...).

이 평론가란 사람들, 그냥 SF/판타지가 좋을 뿐이고, 그걸 문학에서 한답시고 하니까 좋아할 뿐인 것 같은데...

"마이조가 이만큼 많이 쓰고, 새로운 독자를 유치하는 것에 대해 순문학계는 감사해야 해요. 제대로 손님도 데리고 오지 못하는 심사위원들이란..."이라고 말하지만,

마이조도 이딴거 쓰고 있으면 충분히 답답해, 이 양반들아...

마이조 오타로 본인도 소설 본문에서 밝히잖아요. "내 소설이 사소설답다고 말하는 인간들이 많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엔터테이먼트를 쓴다."라고. 물론 작 중 등장인물의 말입니다만, 마이조 본인의 말이라고 해도 별 상관 없을 겁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아수라 걸도 그랬지만 이 '좋아좋아'나 같이 실린 '드릴홀 인 마이 브레인'같은 것들은 이미 엔터테이먼트의 영역이 아니라고요.

그저 오덕 서브컬쳐의 장치들을 해체하여 '세카이계'의 구조로 덕지덕지 재구성한 '문예'고, 솔직히 그 탓에 매우 기괴한 모양일 뿐이라고요. 마이조는 엔터테이먼트를 하고 싶은건지, 문예를 하고 싶은건지...

비슷한 파우스트 계열 작가라고 해도, '마이조의 마이너 카피'라고 불리기까지 한 사토 유야라도, 그 자극성은 명백한 '사건'을 둘러싼 서사구조를 치장하고 있고, 니시오이신은 명실상부 1류 엔터테이먼트 작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이조는... 음...

**

뭐, 제 문학적 안목이 미천하여 이런 감상을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 계열에서 열심히 굴러먹은 평론가들의 대담이었으니.

하지만 "엔터테이먼트 작가인 마이조가 문예를 함으로 인해 새로운 '문학'독자가 유입된다"라는 말을 할 것 같으면, 적어도 마이조는 '좋은 문학'이면서도 '좋은 엔터테이먼트'를 제공해야 할 텐데...

솔까말 이걸 성공한 작품은 데뷔작인 '연기, 흙, 혹은 먹이' 뿐이고 나머지는 제가 보기에는 아무리 봐도 퇴화에요.

뭐, 어차피 파우스트 사조나 '세카이계' 유행도 이미 멸망한 시점이니, 저 사람들의 대담은 그들 말 마따나 무의미한 넋두리였겠죠.

일단 문장의 중독성과 글의 묵직한 힘 자체는 좋으니, 마지막으로 남은 마이조의 책인 '모두 씩씩해'는 읽어보려고 합니다. 그 외에 사토 유야도 군대 가지 전에 읽은 것 말고, '아이들이 화낸다 화낸다 화낸다'라고 또 책이 한 권 나온 것 같고.

'연기, 흙, 혹은 먹이' 정도의 충격과 재미를 주는 작품이 또 있다면 좋으련만...

ps. 그나저나 파우스트는 학산에서 정발했으면서, 정작 단행본은 왠 듣도 보도 못한 출판사에서 나온거지?


Comment ' 2

  • 작성자
    Lv.64 天劉
    작성일
    12.03.06 01:37
    No. 1

    연기 흙 혹은 먹이는 재밌더군요. 사토 유야는 시리즈 때려치고 좀 덜 장르적이게 바뀐 거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일
    12.03.06 01:46
    No. 2

    천검님//사토 유야의 경우, 아예 일반문예로 전향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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