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수어재
작품명 : 브라반트의 흑기사
출판사 : 로크미디어
현대인이 중세 유럽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라는 주제로 글이 진행됩니다. 현대인의 사고방식과 관습과는 완전히 다른 중세유럽의 생활. 미친 사람으로 취급받고 이해할 수 없는 인간으로 비춰지지만 그래도 살아남기 위해서 악착같이 적응하려고 애씁니다.
하지만 적응하는 과정은 정말 힘듭니다. 죽을 고비도 숱하게 넘기고 정신적으로 황폐화되기도 하죠. 현대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행동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중세유럽인들 조차도 치를 떨 정도로 치열하게 삶에 대한 집착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글이 흘러갑니다.
네, 필력은 요즘 출판되는 장르소설 작가들 중에서도 상위권에 놓을 수 있을 정도죠. 글을 이끌어가는 능력이나 소설의 주제에 대한 고찰과 심리묘사 등등 글 전반에 이 소설을 쓴 사람은 글 좀 쓰는구나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글의 전개가 자연스러운 것과 글이 재밌는 것은 별개입니다.
브라반트의 흑기사에는 장르소설이 팔리기 위해서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없습니다. 그건 바로 재미입니다. 요즘 장르소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요소가 있죠. 주인공에 의한 통쾌함과 시원함입니다.
주인공이 악이나 부당함과 부딪치고, 그렇게 만난 악이나 부정부패와 싸워서 통쾌하게 이겨서 시원한 감정을 주는 면모가 없습니다.
이유? 간단합니다. 주인공이 중세유럽에 떨어져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악이나 부당한 존재가 되어가니까요. 사실 그게 맞습니다. 맨몸으로 중세유럽에 던져진다면 누구라도 살아남기 위해서 악이 되어야 할 겁니다.
그래서 브라반트의 흑기사는 불행합니다.
장르소설이 아닌 중세유럽을 배경으로 한 일반적인 서점용 소설이었다면 성공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브라반트의 흑기사는 장르소설이죠.
유행과 대세를 완전히 거스르는 소설. 그러나 소설 그 자체로서는 읽어볼만한 소설. 물론 완벽하게 중세유럽을 고증해서 쓴 소설은 아닙니다. 그러나 장르소설임에도 상당히 노력해서 쓴 중세유럽을 배경으로 쓴 소설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전 작가분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다만 제가 편집장이라면 조만간 종결내고 시장의 유행에 편승할 수 있는 소설을 써 달라고 요구할 겁니다.
그 정도의 필력으로 이런 소설을 써서 반품되느니 그 쪽이 나을테니까요.
다음작에선 보다 독자들의 요구에 귀를 귀울이셨으면 좋겠습니다. 브라반트의 흑기사 2권까지만 들여놓은 대여점 때문에 후속편 읽어보기 위해서 주변 대여점을 다 돌았습니다. 5군데 대여점 중 단 한곳에만 있더군요...
PS. 참고로 4권 후반부터 기독교 신앙간증소설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갑니다. 기독교를 종교로 가진 분에겐 반길만한 소설이 될 것이고,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있거나 특정 종교에 편향된 소설을 보는게 싫으신 분들은 미리 알아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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