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그것은 무협 소설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주인공이 스스로 강해지는 것보다(아예 없지는 않더군요.) 괜찮은 스승을 만나 서서히 강해지는 경우가 많죠.
저도 나름대로 여러 무협소설을 섭렵했다고 생각하기에 한번 무협계의 여러 스승들, 그중에서도 제가 이 스승 짱이다 싶은 3인을 뽑아 보았습니다.
1. 은근히 도통한(?) 괴짜 학도인 <무당신선> 현진자
주인공 무한의 영혼 아버지 현진자. 갓난아기였던 무한을 부적 남발해 얻은 염소젖으로 키워가며 성심성의껏 키웠으며 무한과 함께 도에 대해 공부하며 지금의 무한이 나오는데 큰 기여를 합니다.
무한을 자식같이 여기는 현진자는 무한을 위한다고 매번 장문인과 사형제들을 협박(!)하는 포스를 보여줍니다.(덜덜덜)더 압권인 것은 무한의 꿈에 등장해 협박하는 법을 가르쳐 주기까지 한다는 거죠.
배운거라곤 태극팔권이 전부인 괴짜 노인이지만 은근히 도통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안 맞아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예언을 하면 다 맞습니다.(맞혀놓고 본인이 놀라죠.)더 놀라운 것은 천마와 무한 밖에 사람을 태우지 않는 천붕지학이 전쟁 이후 이 괴짜 노인을 매일 태우고 다닌다는 거죠.
무한에게 조언을 해주고 흔들리는 무한을 다독여주는 현진자야 말로 진정한 무한의 스승입니다.
2. 심심해서 거둔 제자도 끝까지 책임지는 <불패신마> 불패
100여 년 뒤에 일어나 할 일 없어진 불패는 충동적으로 남궁과 제갈의 소년 둘을 제자로 삼습니다. 마인이 자신이 정파 출신을 제자로 들이면 재밌겠다는 이유 하나로.
하지만 그의 제자 사랑은 대단했습니다. 비록 그의 훈련 방법이 거칠었지만 확실하게 둘을 강하게 만들었으며 제자들의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워줍니다. 또한 제자들이 위험하면 구해주는 센스까지 발휘해 줍니다.
비록 거칠게 제자들을 대한 적이 많지만 제자들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불패가 멋있습니다.
3. 애늙은이 문인걸의 아버지 같은 스승 <매화검수> 이삼
훙수에게 스승을 잃고 실의에 잠겨 지내던 이삼은 우연히 문인걸에게 마음이 끌려 문인걸을 제자로 받아들입니다.(사실은 일이 좀 꼬여서 그렇게 된 것이지만.)
안될 줄 알고 신청했던 이삼은 순간 문인걸의 앞날을 막은 것이 아닌지 걱정하기도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문인걸을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아버지같은 스승을 만나고 싶다는 문인걸의 바람대로 사랑으로 문인걸을 이끌어 줍니다. 이삼이 문인걸의 기초를 튼튼히 다져주고 정신을 바로 잡아주었기에 나중에 문인걸이 매화검선의 실질적 수제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문인걸에게 떳떳한 스승이 되기위해 천고의 노력 끝에 매화검수가 되기까지 하죠.
문자 그대로 사랑으로 제자를 안아주는 이삼이야말로 무협소설에서 가장 따뜻한 스승이 아닌가 싶습니다.
4. 세상 모르는 화공의 스승이자 할머니인 <화공도담> 당노태태
주인공 진자명의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해 자신의 자식처럼 그를 아낀 당노태태. 진자명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죠.
진자명이 무림에 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이 신세를 진 적이 있는 남궁가의 추적대를 전멸시키려 했으며 무림맹까지 쳐들어 가 진자명을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진자명이 큰 화를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의 절기를 가르치고 양비자에게 도움을 청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그를 돕습니다.
입이 거칠고 손속이 잔혹하지만 진자명에 한해서는 따뜻한 면을 보인 당노태태. 최후의 순간에도 그를 걱정하며 진자명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그를 소림에 보내면서 눈을 감습니다.
자신에게 정을 준 소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당노태태가 진자명의 가장 위대한 스승이라 생각합니다.
5. 운수 사나운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진 <일보신권> 굉목
집안 말아먹을 팔자인 장건을 장문인의 명으로 억지로 떠맡은 굉목. 처음에는 장건을 귀찮게 여기지만 점점 정이 들면서 자식같이 아끼며 장건의 멘토가 되어 줍니다.(짠돌이 멘토지만요.)
장건이 앓아 누울 때 그의 내공을 일부 전수 했으며 장건에게 여러가지 조언을 해줍니다.
소림의 욕심으로 장건이 큰 일을 당할 때마다 보다 못한 굉목이 장건을 소림으로 내보내려 여러 번 시도합니다.(독선과 당당히 협상하기까지 합니다.) 특히 몸져 누운 이후 장건에게 소림을 나가라며 윽박까지 지르는 그의 모습이 정말 애처로웠습니다.
딱히 정식으로 뭘 가르친 것은 없지만 장건을 위해서라면 사문이고 목숨이고 신경쓰지 않는 굉목이야말로 정말 아까운 스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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