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백승후
작품명 : 60억분의 1
출판사 : 동아출판사
처음 이 책을 잡았을 때의 느낌은 무슨 격투기에 대한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격투기 매니아라면 다들 아실 효도르의 별명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다 읽고 나서 제목이 촌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뭔가 다른 좋은 제목이 있었을 텐데 하면서 말이죠.
요즘 현대물이 많아진 느낌이 듭니다. 과거 21세기 무인 같은 소설이나 최근의 무적자 같은 이야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부쩍 현대물에 무협이나 판타지적 설정을 가미한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마법사는 아닌데, 지금은 21세기, 소드마스터와 마왕과외계인, 대형, 후아유 등이 있고 당장 생각나지 않지만 몇 개의 이야기가 더 있겠네요.
시장의 흐름은 현재 소재의 고갈화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마감을 다루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겠습니까.(물론 마감무림 3권의 개그편은 최근 보지 못한 유쾌한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더 이상 파낼 자원이 없으면 독자는 시장을 떠나게 되는 것이죠. 결국 장르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서 고육지책으로 현대와의 접화를 시도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튼 요즘 후아유가 엄청 욕을 먹고 있긴 하지만 그만큼 현대란 설정이 가지는 부분에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개인이 평가하는 부분을 넘어서서 말입니다.
60억분의 1은 기본적으로 후아유와 닮은 꼴입니다. 그러나 신인 작가이다 보니 많은 허점을 안고 있습니다. 일단 주인공이 그러한 능력을 얻기까지의 이야기가 그렇구요. 이후에 주인공은 이 능력을 수련하기 위해 계룡산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사건이 그렇습니다. 작가분은 기본적으로 주인공에게 휴머니즘과 합리주의를 배합한 성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1세기의 무인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 깊이 고민하면서 경찰직을 선택한 것처럼 주인공도 자신의 능력을 남에게 베풀기 위해 우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수련을 바탕으로 갈고 닦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연히 암 환자를 도와주다 그만두고 서울에 와서 과일 가게를 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경찰 일도 돕게 되고 다시 고기집을 하게 되어 크게 번창하다 친구 몇 명의 배신으로 깊디 깊은 좌절과 아픔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사연의 구절구절 속에서 독자가 지적하는 게 꽤나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억분의 1이 괜찮다고 생각되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주인공의 사람됨이랄까요. 인간이니까 허술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능력 이후에 변한 것도 있고 친구의 배신으로 인해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의 처지랄까 분수를 망각하지 않아서 좋게 생각됩니다. 원래부터 그는 가난하면서도 마음이 착한, 그러니까 악인은 아니란 거죠. 소시민적이며 바탕은 선량한 사람이랄까요. 그리고 능력을 얻었다고 거만해진게 아니라 그 능력으로 인해 아픔을 겪게 되면서도 그것을 야기한 속좁은 재벌2세 친구놈을 원망할 지언정 주변인을 탓하진 않습니다. 그게 인간의 속성이기도 한 것을 아는 까닭이니까요.
같은 초능력을 지녔으면서도 후아유는 스케일이 큰 반면 60억분의 1은 스케일이 작습니다. 물론 60억분의 1도 이야기 진행상 필요 없다 보여지는 전개도 있는데요. 그건 요즘 나오는 소설에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때문에 스케일면에서 소품적인 이미지를 가지는 60억분의 1이 조금 더 따뜻하고 감정적으로 솔직한 부분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능력을 얻은 주인공이지만 때때로 가족을 위해서 쓰고 싶어하고 확실히 자신 주변만을 챙기려는 모습도 보이지만 사정이 딱한 사람을 알고 나면 지나치려 해도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지는 주인공을 볼 때마다 이야기가 허술한 점이 많지만 점점 진행되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2권 마지막에 루 게릭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죽음을 통해서 주인공이 자신이 가진 능력과 반성, 왜 능력을 갖게 되는지에 대한 일종의 사명을 갖고 거듭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 응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3권이 솔직히 기다려집니다.
Commen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