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H. P. 러브크래프트 / 정진영 옮김
작품명 : 러브크래프트 전집 1권 - 크툴루 신화
출판사 : 황금가지
발행일 : 2009년 8월 17일 발행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감정은 공포다. 그리고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다." - H. P. 러브크래프트
스티븐 킹, 클라이브 바커, 존 카펜터, H. R. 기거 등 현존 거장들이 경배해 마지않는 어둠의 제왕.
불멸의 금서 『네크로노미콘』, 공포의 전설 「크툴루 신화」의 창조주.
비교할 자가 없는 이세계적 공포, 러브크래프트의 사악한 만신전(萬神殿)을 확인하라!
"20세기 고전 공포의 가장 위대한 실천가 H. P. 러브크래프트를 능가한 사람은 없다." - 스티븐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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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팬덤에는 "빛의 톨킨이 있다면, 어둠에 러브크래프트가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러브크래프트는 현 판타지/호러 분야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 사람입니다. 톨킨이 광대하면서도 영광이 넘치는 크나큰 환상 세계 속에서 웅장하고 인간적인 영웅들의 서사를 구사하는 '빛의 세계'를 구현했다면, 러브크래프트는 고래로부터 있어온 인간의 인식을 아득히 초월하는 근원적 공포의 존재들과, 그 비밀에 다가가 끝없는 절망과 공포속에서 파멸하는 무력한 인간들이 등장하는 '어둠의 세계'를 구현하였지요.
시기적으로는 러브크래프트가 상당히 앞섰지만, 출간 당시부터 압도적인 인기를 끈 반지의 제왕과는 달리, 러브크래프트가 주류 문단의 주목을 받게 되며 컬트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은 그의 사후에 그의 동료 작가이던 어거스트 덜레스가 '아캄 출판사'를 세워 그의 작품들을 출간하기 시작한 후로도 꽤나 후입니다. 1920년대부터 30년대에 걸쳐 '위어드 테일즈' 등의 펄프 잡지에서 주로 활동하였고, 37년 대장암으로 사망한 러브크래트의 작품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휩쓴 허무주의 열풍속에서 급격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가 쓴 이야기들은 고대에 인간이 이 땅을 걷기 훨씬 이전에 이 지구를 외계에서 온 끔찍하고도 사악한 존재들이 지배했으며, 지금은 비록 바다 깊숙한 곳에서 잠자고 있으나, 다시금 깨어나 지구를 지배할 '별이 제자리를 찾을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위 "크툴루 신화"라 불리는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어와 용, 인간을 합쳐둔 듯한 모양세를 한 '크툴루'는 고대에 지구를 지배한 '그레이트 올드 원'의 대사제로, 바다속에 잠든 도시 '리예'에서 풀려나길 기다리며 인간들과의 은밀한 접촉으로 사악한 마법과 그들의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그 외에 외계의 신이지 이 우주의 절대 혼돈의 지배자, 백치의 절대자 '아자토스', 아자토스의 사신, 기어드는 혼돈 '니알라토텝' 등 수많은 옛 존재들이 암약하여 그것을 접한 인간을 공포로 끌어들입니다.
이런 고대의 존재들을 기록한 책 '네크로노미콘', '프나코틱 필사본'등은 각국의 도서관의 금서로 지정되어 보관되고 있다고 하며, 대부분 가상의 책이나, 이 러브크래프트 작품들의 인기에 편승해 가짜 판본들이 진짜인양 출판된 경우도 있다고 하지요. 심지어는 러브크래프트 자신이 구상한 이 '크툴루 신화체계'는 러브크래프트가 작중에서 은밀이 암시한 '진실'이라는 믿음 하에, 실제로 '크툴루 교단'이나 '데이곤 밀교'등의 종교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식의 오로지 소설 창작만을 위한 광범위한 설정 창조는 그 당시 꽤나 신선하게 다가왔기에, 러브크래프트를 비롯 그와 비슷한 계열에서 활동한 작가들은 서로 자신들의 창조물을 공유해가며 훗날 어거스트 덜레스가 '크툴루 신화'라 정리할 세계의 여러 기반이 됩니다.
그가 집필하는 '공포'의 근원은 인간이 알아서는 안될 것들, 혹은 감당하지 못할 비밀에 대한 것으로서, 그 앞에서 인간은 철저히 무력하며, 그렇기에 '알게 되는 것' 자체가 절망과 광증밖에 남지 않는 공포가 됩니다. 반항할 수 없는 우주적인 공포는 '코스믹 호러'라는 SF와 공포가 결합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였지요.
'미지'를 다루는 '판타지'의 주류가 '환상적인 신비'를 따르는 톨킨류라면, 미지의 또다른 속성인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를 조명하는 또다른 면이 러브크래프트 작품의 성질인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상당히 이른 시기에 소개되어 '로도스도 전기'로 대표되는 톨킨류의 중세 판타지의 흐름과 함께하는, 뱀파이어 전설 등의 고딕 로망, 일본의 전통적인 요괴/전기 소설 등과 어울려 '현대 판타지'의 상당히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일본의 매체가 조금씩 소개되며, 특히 '데몬 베인'류의 미소녀 물로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정보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많지요. 기실, 데몬 베인은 말 그대로 완벽하게 소재만을 빌려온, 오히려 안티태제에 가까울 정도로 막나가는 활극물입니다만(...). 아, 애초에 '신에게 버림받은, 인간의 존엄을 완벽하게 박탈당하는 공포'를 주 요점으로 하는 코스믹 호러의 근원이 기독교와는 별 연이 없는 일본에서는 그다지 '공포'로서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저 '음습한 신화체계를 갖춘 판타지 설정'으로서 더 먹히는 것 같습니다만.
하여간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은 공포 단편집에 실린 것들을 제외하고는 동서 문화사에서 나온, 일본어판을 다시 중역한 조악한 판본밖에 없었습니다. 이전에 동서판 1권인 '공포의 보수'를 구입하여 읽었습니다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 없는 엉망진창이 번역 탓에 다 읽긴 했어도 기진맥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오래 전 부터 황금가지에서 러브크래프트의 전집을 출간한다는 소문이 있었고, 발매 계획도 잡혔지만 끊임없이 연기되기를 몇 번. 드디어 8월달에 전 4권을 예정으로 1,2권이 출간되었습니다.
각 권은 '크툴루 신화', '우주적 공포', '드림 랜드', '아웃사이더'의 부제를 달고 공동 저작, 청년 시절의 습작을 제외한 모든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하며, 한국 최고의 러브크래프트 팬 사이트 '위어드 테일즈'의 공동 운영자인 정진영님의 정성들이 번역과 작품에 대한 해설, 작품 요소에 대한 주석이 달려 있습니다.
비록 그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려 온 것 치고는 과도한 오탈자, 기존에 익숙한 표기와는 다른 외국어표기법을 따른 고유명사 표기 문제(이것은 애초에 제대로 된 발음따위 불가능한 이상한 음운체계로 구성된 고유명사들이 많기 때문에 어쩔수 없기도 합니다만;;)등이 있습니다만, 매끄럽게 읽히는 문체와 풍부한 해설의 전문성으로 권당 13000원이라는 값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데이곤 - 1920년에 쓰인, 러브크래프트의 '신화'의 서막을 알리는 물건. 짧지만 직관적인 전개에 꽤나 강렬한 임팩트를 주는 마지막 장면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니알라토텝 - 세계를 유린하는 압도적이고 음습한 존재의 대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만, 너무 시적이라 이해가 난해하군요.
그 집에 있는 그림 - 고전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 평범한 괴담 같은 분위기입니다.
에리히 잔의 선율 - 상당히 흥미로운 단편. 러브크래프트 자신이 가장 좋아했다는 두 작품 중 하나입니다. 알 수 없는 공포는 잘 들어난 것 같지만, 짧기도 하고 너무 '미지'에 의존해서 자극은 조금 부족한 것 같아요.
허버트 웨스트-리애니메이터 - 가장 전형적인 류의 공포물. 광기에 찬 허버트 웨스트라는 캐릭터 자체는 지금와서는 흔한 류지만 일단 인상적이기는 합니다.
벽속의 쥐 - 동서 문화사판 1권에도 실려 있던 이야기. 빠른 전개와 인상적인 결말로 동서판을 읽었을 당시 꽤나 마음에 들었었지요.
크툴루의 부름 - 왔다, 크툴루!! 하여간 이것도 동서판 1권에 실려있었는데, 벽속의 쥐나 인스머스의 그림자는 2번째 읽는거라는 걸 알겠는데, 왠지 크툴루의 부름은 처음 읽는 것 처럼 낯섭니다... 동서판에서는 분명히 증기선을 타고 크툴루를 들이박는 장면은 인터넷에서 그런 장면이 있다는 것을 들어서 일부러 찾아봐도 못봤던 장면이거든요. 번역만 엉망인게 아니라 삭제된 부분까지 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 당시 제 눈이 삐었던건지;;
러브크래프트가 추구하던 '공포'는 지금 현대에는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기에, 이런 류의 '설정'이 많이 나오는 작품이 상대적으로 더 흥미를 끌 수 밖에 없습니다. 신화 체계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서의 가치도 있고, 이야기 자체도 재밌습니다.
픽맨의 모델 - 이게 '온건하게 쓰여진 이야기'라니... 평범하게 끔찍한데...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는 방식이라 글을 읽어나가기는 좋지만 결말이 너무 뻔한게 단점.
네크로노미콘의 역사 - 2페이지 가량의 짤막한 설정. 딱히 감상은 없음.
더니치 호러 - 1권에서 지금 읽기에 평범하게 '가장 재밌는 이야기'입니다. 끔찍한 괴물과 여러 마법들, 그리고 거기에 온갖 비술을 사용해 직접 공포와 맞서는 사람이 등장하는, 러브크래프트 치고는 드문 종류의 이야기. 가상의 공간 '더니치'의 묘사는 전형적인 낙후된 미국 시골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어 작품이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불가사리'류의 미 괴수 영화가 살짝 생각나기도 하네요.
인스머스의 그림자 - 마찬가지로 동서판 1권에 실려있던 이야기. 동서판의 끔찍한 번역이 극에 달했던 작품이라, 이렇게 다시 읽으니 참 개운한 느낌. 이번 권의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결말의 충격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현관 앞에 있는 것 - 마찬가지로 꽤나 재밌습니다. 역시 '마법'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재밌어요. 인스머스의 그림자 바로 뒤에 위치해 있고, 등장인물들도 인스머스의 그림자와 상당히 연관이 많이 있어서 그 연관점을 찾아가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결말이 깔끔한게 상당히 신선한 느낌.
누가 블레이크를 죽였는가 - 러브크래프트의 최 후기 작품 중 하나입니다만, 그렇기 때문인지 꽤나 체계적으로 잡힌 '설정'의 맛이 노골적으로 강조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레 이야기에 녹아 있어 즐거운 작품입니다. 러브크래프트가 좀 더 살았다면, 단순히 공포의 감정을 강조하기 보다는 이런 '설정'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작품들이 좀 더 많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러브크래프트 자신은 형식적인 설정이 들어나버리는 것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고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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