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둔저
작품명 : 불패신마
출판사 : 로크미디어
문피아 감상란 댓글을 통해 자주 접하던 닉네임 둔저. 다작이 아닌 다독의 섭렵자인 그가 펴낸 책은 어떨까하는 호기심에 책을 펴 들었다.
'으하하하! 나 불패에겐 불가능이란 없다'
첫 페이지에 떡하니 시작하는 문장... 통재라... 이, 이것은 '투'로 시작해서 '곤'으로 끝나는 다섯 글자 제목의 전설 속 그 작품에서 자주 보았던 구절이 아니던가.
이건 취향이 아니다 싶었지만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다시 읽어 나갔다. 그러나...
참고로 마존맹주 불패의 연공실은 지하에 있다.
차,참고라니? 이건 게시판에 글 쓸 때 주로 하는 어투지 작가시점의 설명에서 나올 어투가 아니었다. 여기서 덮고 말았다.
그러던 중 감상란을 통한 추천글을 읽고 재도전을 하게 되었다. 혹시 내가 모르는 매력이 있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지상에 올라오자마자 이런 더러운 놈들을 보게 되다니 나도 참 운이 없군."
까지 읽고 나니 다시 망설임이 일기 시작하였다. 내가 원하는 주인공은 좀 더 진중한 편이었으니까.
그런데... 여기까지였다. 이 부분을 넘기고 나서는 남은 페이지를 헤아리며 글에 몰입되어 있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왜 1권 초반에 이렇게 혹독한 함정을 설치하셨던 겐지... 혹시.. 혹시... 설마 그 혹시인가...?
그렇다. 불패 제자들이 그의 황당한 수련법에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처럼 독자도 19페이지 즈음까지 주화입마를 견뎌내면 아주 달콤한 결실을 얻는 시스템이었던 것이었다!! 두둥.
이것이야 말로 둔저님의 깊은 뜻이었던겐가? 고통없는 성과는 없다. 나름대로 불패의 제자를 내세워서 이룩한 작품을 꿰뚫는 철학이 아니던가!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라전 종횡기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 몇번의 도전을 거쳐 단련됐던 나에게 이정도 고통은 약과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불패신마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광오한 제목과는 달리 독자를 만족시키면서도 '적절한' 선을 잘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터무니 없이 강한 주인공을 내세워서 이 '적절한' 선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문장도 뒷받침 되어야 하고 스토리의 개연성도 탄탄해야 하며, 갈등이 생기기 쉽지 않기에 소소한 갈등구조를 잘 살려내야 한다. 이와 같은 것들을 만족시켜 주는 최근 작품 중에서는 강무님 작품이 떠오른다. 바이발할 시리즈 말이다.
둔저님의 불패신마는 강무님의 바이발할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진중함을 크게 잃지 않으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하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독자의 시각에서 작품을 쓴다는 점이다. 다른 작품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던 가려운 곳을 긁어 준다고나 할까? 이런 내공이 언제 쌓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특히 둔저님이 가장 잘 할 수 있던 영역이 아닐까 싶다.
고통을 견뎌내면 남들보다 빠른 성취를 얻을 수 있다! 19페이지를 못 넘기고 책을 놓으신 동도들께 감히 재독을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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