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영웅&마왕&악당
작가 : 무영자
출판사 : 골든노블
일단 저는 잡식성 독자이기 이전에, 판타지 매니아입니다.
그 중에서도 동양적 요소의 판타지와, 모험물 적인 서사가 있는 판타지를 좋아합니다.
처음 접한 판타지 소설이 퇴마록, 그 바로 다음이 드래곤 라자 였으니...
첫경험과도 같은 그 영향을 상당히 지대하게 받은 것 같습니다.
수많은 수작과 명작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이 책을 그 대열에 올려놓고 싶습니다.
최소한 저에게 있어선 굉장히 강한 여운이 남는 글이었습니다.
작가분의 필력이 얼마나 몰입도 있게 전해지는가, 소재가 얼마나 흥미있고 특이한가 하는 요소들은 배제하겠습니다.
물론 작가분의 글솜씨는 여느 프로작가분 못지 않습니다. 단지, 풀어지는 이야기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감상을 남기겠다는 의미입니다.
대략적인 스토리를 말하자면...
삼류 악당이 험악한 세상에서 살아남고자 발버둥 친다.
그러다, 영웅으로 불리는 고지식하고 순진한 여기사와, 어린 소녀의 모습을 한 마왕이 함께 파티를 이루게 된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점점 커다란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고작 삼류 악당에 불과한 자신은 그들을 버리고, 속이기를 반복하며,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며 살아남으려 애쓴다.
다만, 자신이 그렇게 버려지고 속지 않기위해, 다른 이들이겐 적당히 착한 녀석으로 비추어져야 하기에 약간의 연기가 필요한 것은 당연했다.
라는 이야기 입니다.
딱 읽어봐도 특별한 설정은 없습니다.
오히려 전형적인 하렘물의 요소를 갖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하지만, 제가 보았을 땐 하렘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팔불출에 가깝습니다.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사건과 마음 씀씀이에 피식하고 웃은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으면서도, 절대 아니라고 하면서도, 주인공은 영웅인 여기사와, 마왕인 소녀에게 상당히 신경을 써줍니다.
겉으로는 친절한, 실제로는 속고 속이는...
하지만 알고보면 자기 자신을 속이는 츤데레와 같습니다.
그 소소한 이야기와 서사가, 마음을 참 따뜻하게 해줍니다.
강력한 임팩트가 있는 것도, 다음 이야기가 미치도록 궁금한 것이 아닙니다.
정말 쉽고 부드럽게 다음 장, 다음 권을 읽어 내려가게 됩니다.
말 그대로 이야기가 적힌 책을 읽는 것이지요.
마지막에 전해지는 숨겨진 설정은 이러합니다.
세상은 영웅이 존재 할 수 없는 저주에 걸려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살기 힘들기에, 세상을 구원해줄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소위 천재, 말그대로 하늘이 내린 인재가 그러한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며 길을 떠납니다.
그가 바로 주인공이었습니다.
본신의 능력이 그토록 뛰어남에도, 남을 속이고 스스로를 속일 수 밖에 없는 이유.
그것은 세상을 속이기 위함이였습니다.
자신은 영웅이 되어서는 안되니까요.
주인공이 영웅과 마왕을 속인 이유가 그것이었습니다.
세상을 속이기 위해서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영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영웅으로 불리는 여기사를 속인 것입니다.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이 살기 위해.
자신보다 더 영웅에 가까운 누군가가 필요하지만, 자신도 그녀도 살아야만합니다.
그 미묘한 외줄타기가 너무도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세상을 속이기 위해서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영웅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살아있어야 세상을 구원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마왕을 죽일 수 없습니다.
여기사도, 자신도 마왕을 죽여서는 안됩니다. 그 순간 영웅이 되기 때문이지요.
선택한 것은 자신이 악당이 되어 영웅과 마왕과 멀어지는 것.
죽일 수 없는 이 귀여운 마왕과 영웅은 가까이 해선 안된다.
그들과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 저주받은 천벌이 내릴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내버려 둘수 없다.
우직하고 순진한 영웅을 알게 모르고 도와주고
죽일 수 없는 저 귀여운 소녀(마왕)을 교화시킨다.
참...귀여운 선택이지만, 그것을 표현하고 녹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무척 흥미롭고 재미 있었습니다.
여운을 남겼다는 것은 뭔가 생각할 만한 거리가 있었다는 말입니다.
저는 이것이 과연 판타지 세상의 이야기인가, 상상속의 세계인가 하는 느낌이 그다지 들지 않았습니다.
영웅이 존재 할 수 없다는 설정. 삼류 악당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설정.
그 설정에서 오히려 지독한 리얼리티가 느껴졌습니다.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지요.
악당은 있을 지언정,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이 세상을 빛으로 밝히는 것은, 유명한 누군가가 아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지요.
적당히 이기적이고, 적당히 타락하고, 적당히 도덕적이고, 적당히 착한.
그리고 그들은 이 세상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이 세상이 우리들의 세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주인공처럼 약간은 먼치킨 적인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랬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어쩌면 나도 세상의 구원자일수 있다는 비약은 들지 않았습니다.
단지, 읽는 내내 피식거리게 만든 것처럼. 소설속의 세상과 현실 속의 세상을 돌아보며 다시한번 피식거리게 만드는 여운을 주었을 뿐입니다.
장대한 이야기.
뇌리를 강렬하게 파고드는 이야기.
엄청난 웃음과, 미치도록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이야기.
그러한 책들 중에, 이토록 머릿속에 남아 있게 되는 글이 과연 몇개나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요소가 없음에도 이 글은 제 머릿속에 오랜동안 남아 있습니다.
벌써 수년전에 읽은 글인데도 말입니다.
일상의 소소한 재미가 있는 이야기.
깊은 여운을 남겨주는 이야기
피식거리는 웃음과, 언제 이만큼 읽었나 싶을 만큼 자연스레 다음 장으로, 다음 권으로 넘기게 만드는 이야기.
바로 이책이 가진 매력이고, 제가 추천을 하는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본 감상란에 올려진 또 다른 감상글을 링크합니다.
물론 무영자님의 영웅&마왕&악당이라는 글에 대한 감상글입니다.
ps.
아...이 감상글 적는데 한시간이 걸려 버렸네요..
병원 치료 받으러 가기전에 약간 짬이 남아서 쓴다는 것이 ㅠ.ㅠ
다 쓰고 보니 병원갈 시간을 놓쳐 버렸다는...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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