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풍종호
작품명 : 지존록
출판사 :
책방 아저씨의 걱정어린 눈빛과 책을 빼려고 고민중이라는 말씀 속에서도 당당하게 끝까지 지존록을 10권까지 다 봤습니다.
지존록을 처음 읽기 전에 '풍종호 월드'라는 말을 많이 봐서 꽤나 궁금증이 컸습니다. 어떤 책일까?
자꾸 사람이 나오는 겁니다. 게다가 무공도 자꾸 나오는데, 무공도 사람도 스쳐지나가는 게 너무 많은 겁니다. 스쳐지나가는 무공과 사람인데도 무언가 안정된 분위기가 있더군요. 그러니까
'나는 언제든지 어디에서나 다시 나올 수 있어. 나는 설정이 다 되어 있다고! 아무때나 쓰일 수 있지. 음하하하'라는 말이 들리더군요.
'월드'라는 말이 참으로 딱 맞다고 생각한 이유는 지존록이 작가의 세상에서 떼어낸 한 부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지요. 보통 스토리의 연결과 진행을 위한 인물과 무공인데, 지존록에서는 그냥 그 사람들은 거기에 이미 존재하고 있고 그것을 그저 보여주고 있는 것 같더군요. 그러니 각자의 인생에서는 각자가 주인공인 것처럼 각자의 사정과 사연과 인생이 스쳐지나가더라도 조금씩 그 면면을 보여주게 되는 거죠.
참으로 불친절하게 글을 쓰시는 편인데, 단편단편을 보여주고 찾을 테면 찾아보라고 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 책처럼 앞을 많이 뒤적거린 적도 없을 거예요. 예를 들면 누가 쓴 무공인 가나다는 이렇게 쓰면 보는 사람은 편할 텐데 그냥 가나다는 이렇게 훅 내미거죠. 힌트 없이. 이게 풍종호님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너무나 큰 세상을 오류없이 꼼꼼하게 쓰느라 힘쓰고 있는' 느낌이라서 불만 없이 앞을 뒤적거리는 거죠. 1권에 스쳐간 단어가 6,7권에서 툭 튀어나오면 허허 웃음이 나오지만, 스스로 이걸 기억하다니 참 뿌듯한 느낌도 아주 큽니다.
예를 들면, 풍현이 홍지주에게 일월주천로의 지도를 뺏을 때 지주문(?)은 제세칠성의 지류중 하나라서 후예 쯤 된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8,9권 어디쯤에선가 지주문이 제세칠성의 지류가 되는 설명이 살짝 나오지요. 제세칠성이 제자를 키운 것은 아니고 살짝 도와준 3인이 후예로 소문나서 겪는 짧은 이야기속에서 더 짧게.
참으로 대단할 수 밖에 없는데 스토리 진행과는 떨어져 있는데도 저 앞에서 이미 설정을 해 놓고 저 뒤에서 슬쩍 써 주는 센스. 이런게 번뜩 연결되면 보물을 찾은 것처럼 기분이 좋습니다.ㅋㅋㅋㅋ 열심히 정독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아니면 이런 재미들을 놓치게 될테니. 진짜 퍼즐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참, 정말, 열심히 읽었고, 재밌었어요.^^
11권이 빨리 나오면 좋겠네요~^-^
덧; 지주문이라는 문파 이름이 맞는지 확신이 없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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