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사카 코타로
작품명 : 골든슬럼버
출판사 :
"추켜세웠다 버리는 게 세상 사람들 취미야."
"제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대체 어딨습니까?"
"증거는 속속 드러나고 있어."
"속속? 대체 어디서 어떻게?"
"미안하지만 나오게 돼있어."
이 책을 읽고 전율을 느꼈습니다. 아마 지금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는듯 하고 이렇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현실이 이럴지 모르기에 더 무섭습니다. 정말 국방부위에 앉아 있는 분이 이 책을 봤다면 이 책을 국방부 선정 불온도서로 지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몰입감이 있습니다.
이제 부터의 이야기는 다수 이 책의 내용을 포함 할 것이기에 책 내용을 알면 책을 보는 것이 주저 된다는 분은 보시지 않는 편이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뒤의 감상은 평어로 갑니다.
택배회사 직원, 아니 전 직원 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오야기 마사히루는 그냥 평범한 일반 시민이다. 정의관이 확고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보통사람이다. 다만 그는 얼굴이 잘생겼고 항상 남을 배려하는 사내다. 그 답답함에 질린 애인에게 이별 통고를 받기 까지 했다. 그런 사내가 일약 유명해졌다. 아이돌을 강도의 손에서 구함으로써. 일약 유명인이 되고 그 유명세에 힘들어 하지만 대중은 언제나 그렇듯 이 사내를 잊어 버렸다.
그 사내가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총리 살해 용의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다면 그럴 것이다. 매스컴은 벌떼 같이 달려 든다. 이 사내는 졸지에 자신이 하지 않은 일에 대한 누명을 쓰고 이리 저리 쫓겨 다닌다. 그러는 와중에 자신이 하지 않은 일로 완전히 파렴치한으로 낙인 찍힌다.
무엇 때문에 이 평범한 사내가 범인이 되어야 했을까?
그의 영웅 이미지 때문이다. 뭔가 호감을 주던 사람이 그 이미지가 깨질때 대중은 격렬하게 반응한다. 그 이미지를 이용하기 위함이다. 그 이미지에 대한 것이 목적임이 이 소설의 대화 중에 나온다.
배경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는 말이야. 정보를 통제하고 조절하는 거지. 자네는 범인이지만 증오해야 할 역겨운 인간이 아니야. 용서받을 수는 없지만 동정 못 할 것도 없지.
이미지란 게 그런거 아닌가? 별다른 근거도 없이 사람은 이미지를 갖게 되지. 세상은 이미지로 움직여. 맛은 똑같은데 어느 날 갑자기 레스토랑이 번창하는 것은 이미지가 좋아졌기 때문이야. 서로 모시려고 아우성치던 배우의 일감이 떨어지는 건 이미지가 나빠졌기 때문이고. 총리를 암살한 남자인데도 큰 미움을 받지 않는 것은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지.
이 말이 이오나기 마사히루에게 형사가 한 말이다. 형사는 이 사내가 범인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이오나기가 자수를 하면 파렴치범의 이미지가 아니라 동기를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정보 조작을 통해서.
하지만 이오나기는 자수하지 않는다. 자수를 하면 어떻게 될지 알기 때문이다. 케네디 암살 용의자, 오즈월드 처럼 죽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진실한 범인은 따로 있지만 드러나지 않는다. 왜?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대중은 의심을 막기 위해 자수한 범인을 우발적인 사고로 죽게 만든다. 이것을 알기에 이오나기는 자수하지 않고 도망 치는 것이다.
이 이오나기의 적은 개인이 아니다. 국가 혹은 더 커다란 세력이다. 그 세력이 사생활을 통제하고 수집하기에 사방이 막혀 있고 고립되어 있다. 그런 이오나기가 도망 칠 수 있었던건 다름 아닌 사람들의 도움에 의해서다. 자기 주위의 사람들은 이오나기가 범인이 아닌걸 알고 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정보가 거짓이기 때문이다. 그런 텔레비전의 위험, 정보를 다루는 자의 위험은 이오나기의 아버지의 일갈에서 잘 드러난다.
이름도 못 밝히는 너희 정의의 사도들, 정말로 마사히루가 범인이라고 믿는다면 걸어봐. 돈이 아니야. 뭐든 자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걸라고. 너희는 지금 그만한 짓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 인생을 기세만으로 뭉개버릴 작정 아니야? 잘 들어, 이게 네놈들 일이란 건 인정하지. 일이란 그런 거니까. 하지만 자신의 일이 남의 일생을 망칠 수도 있다면 그만한 각오는 있어야지. 버스기사도, 빌딩 건축가도, 요리사도 말이야, 다들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가며 한다고. 왜냐하면 남의 일생이 걸려 있으니까. 각오를 하란 말이야.
이 일갈을 보며 많은 걸 느꼈다.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악법들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 나게 한다. 통칭 최진실법. 사이버 모욕죄. 사건이 그렇게 커졌으니 그런 입법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일이 그렇게 커진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인터넷에서 일 개인이 떠든 일이 그렇게 까지 커지진 않는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부풀리기를 하긴 전까진.
한 개인이 쓴 댓글이 그렇게 확산될 수 있었던 건 언론이 그걸 부풀렸기 때문이다. 고고한 척 하지만 돈되는건 뭐든 꺼리지 않는 언론이 명확한 진위도 가리지 않고 일을 키웠던 거다. 악플 물론 찌질하고 저열한 행위다. 그래도 악플이 이렇게 큰 파괴력을 가지게 만든 건 언론 이다. 그러면 그 언론을 통제하는 법을 만들어야지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법안이 나올 수 있는지 지금도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위의 장면도 이오나기를 범인으로 만들려는 그 힘에 의해 벌어진 일이다. 이것이 진실인가 하는 의심의 여지도 없이 돈이 되니깐 이슈가 되니깐 이렇게 달려든 거다. 2장에서 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었다가 일약 파렴치한으로 만든 것도 무서웠지만 저 장면도 무서웠다. 저런 일이 지금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니 말이다.
이 책의 내용이 남같지 않은건 우리가 그런 일을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한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동백림 사건등 과거 많은 일이 날조된 일을 떠올리면 더 무섭다. 지금도 그때처럼 친북좌파를 발본색원 하겠다고 하니 더 섬뜻하다. 지금 세상에 친북좌파니, 용공이니 빨갱이니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두렵다는 생각 보다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더 든다. 그래도 그런 일이 실제로 또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역시 두렵다.
그러는 와중에 KBS사태가 일어 났다. 이미 언론을 자기 멋대로 조작할 수 있음을 다시 보인 것이다. 이 책의 작가가 우리나라의 일을 예언하기라도 한듯 보인다. 그래서 아마 이 책을 나는 국방부 지정 금서목록에 추천한다. 그 사람들 논리에 따르면 이 책은 빨갱이에 친북좌파의 사상 지도서로 써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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