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촌부
작품명 : 자승자박
출판사 : 청어람
한 폭의 수채화와도 같은 소설. 인간애가 물씬 느껴지는 소설.
사랑이 길을 잃어 어긋난 사이로 삐뚤어진 분노가 새어나오는 수많은 소설의 복수극이 촌부 작가의 시선 아래선 이렇게 변모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이 소설에서 우리가 주인공에 대해 이해하면 이해할 수록 마치 달콤한 과즙처럼 무지개같은 색으로 우리의 가슴에 한 폭의 치유의 그림이 그려질 것입니다.
주인공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감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슨 이야기일까요?
우리는 자승자박이란 소설을 읽지 않았더라도 두 가지는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이미 신선이야기로 잘 알려진 우화등선의 작가에 의해 쓰여졌다는 것이 하나며, 둘은 이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깨달음을 얻고 모든 것을 잊어나가던 주인공. 결국 모든 인연을 풀고 자신마저 잊었는데...
"그런데.. 나는 누구지?"]
맞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에 대해 우리는 딱 그만큼 알고 있습니다. 소설 소개가 그랬습니다.
마치 전설과도 같은 무위를 가지고 있으나 은거에 들어간 이.
등선을 해야 했으나 하지 못한 이.
모든 기억을 잃었지만 신선과 같은 힘을 가진 이.
하지만 과연 이 소설이 그게 전부일까요?
어디선가 혜성처럼 떡하니 등장하는 얄팍한 소드맛스타를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주인공에게는 슬픔이 있습니다. 복수가 있고 원한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도의 제왕과도 같은 그는,
모든 명리와 감정을 초월하여 덧없음의 이치를 깨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끝내 벽을 넘고 우화등선을 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는 우화등선을 하지 못합니다.
과연 그것은 왜일까요?
우리는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만약 하지 않은 것이라면?
원한마저 잊고 자신까지 잊은 그가 아직 때가 아니라 느낀 까닭은?
그리고 그것은 누구를 위해서일까?
바로 그것을 우리가 알게 될 수록 가슴이 따뜻해지게 됩니다.
주인공은 그야말로 마도의 제일인 파천제.
진정 신선이 될 수 있었던 그는 자신과 세상을 위해 마치 바보와 같은 순수함으로 어떠한 종착점을 향할지 모를 여정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우리는 이 소설을 읽어가며 마치 우스운 장난과도 같이 만나고 헤어지는 조연들을 보게 되고, 또한 가벼운 터치로 훑어가는 듯한 스토리를 만납니다.
재미를 말하기도 재미없음을 말하기도 어렵다고, 어쩌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때가 되지 않은 것 뿐입니다.
주인공이 찾아야 하는 것, 해야 하는 것. 그것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모습의 윤곽이 드러날 수록 우리는 이윽고 주인공에게서 진한 인간향을 느끼게 됩니다.
그곳이야 말로 작가 촌부의 힘이 드러나는 곳.
그 순수한 영역에 존재하는 메시지를 들어보고 싶지 않습니까?
이 소설의 특징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변함없는 듯한 존재감으로 소설 끝까지 함께 할 주인공과 함께, 현재에 살고 있는 그의 과거의 잔재를 어디 한 번 매듭지어 봅시다.
그 매듭이 조여질 때까지 아마 우리의 호기심과 갈증도 멈추지 않을 겁니다. 작가가 독자를 위해 준비한 것도 바로 그것이고, 또한 우리가 즐겨야 할 것도 그것일 겁니다.
이 소설은 작가의 특징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웃음 그리고 감동. 그 외에 무엇을 더 첨언할 수 있겠습니까?
모든 이에게 재밌으리라 생각지는 않지만 주인공이 마치 사골국처럼 잘 우려진 소설이기에 계속 권수를 더해갈 수록 그 맛과 향이 깊어질 것이 확실합니다.
Commen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