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좌백
작품명 : 비적 유성탄
출판사 : 북두 출판사
좌백님의 비적 유성탄은 지금 제 바로 옆에 있습니다. 막 읽은 글을 가지고 한마디 하려니 재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 물론 좌백님 글의 오랜 애독자고 이분이 가진 글의 내공에 몇번이나 감탄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다른 무협과 별 다를바 없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되짚는 그런 부류였습니다. 하지만 비적 유성탄에는 분명 다른것이 있습니다.
윗분께서 협에 대해서 말씀하셨지만 좌백님의 글에는 이전부터 '당연한 협' 이 아닌 힘으로 좌지우지 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나이의 처절함, 삶과 정이 주는 막막함, 뭔가 더 삶의 냄새를 짙게 하기 위한 노력이 있습니다. 그런 주제들은 좌백님의 내공에 의해 어떤 적절함을 가졌지만, 그 목숨은 딱 거기까지 였던겁니다.
하지만 비적 유성탄은 전작의 그런것을 넘어, 작가로서 표현하고자 싶은 어떤 경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느낀 그것은 '현실감' 입니다.
사실 무협을 쓴다는것 자체가 딜레마가 큰 작업일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는 언제나 현실에 사는데, 그럼에도 무협의 배경은 머나먼 중국땅. 그렇다면 뭐 택견이나 사신무를 소재로 쓰면 되겠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어느정도 정형화된 가상의 삶을 더 현실감 넘치게 그린다는것은, 작가에게는 결과적으로 현실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욕망만 가중시키는 결과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좌백님은 비적유성탄을 통해 그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조금 더 현재에 가까운것들로 불러왔다는 생각을 합니다. 현대의 큰 화두인 소실(消失)을 표현함으로써.
고립으로 인한 나태한 삶, 목적의 소실로 인한 방황, 두 사나이의 우정, 그리고 무엇보다 비적유성탄의 점정(點睛)인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동감 - 크나큰 상실에서 비롯된 서로의 아픔앞에서 인물들이 말없이 서로에게 침잠하는 것을 표현한 작업들을 과거 이렇게 적절한 언어와 공백으로 표현한 작품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수년전에 보았던 홍콩 느와르의 전성시기만이 비슷한 경지에 올라있었다고 할것입니다.
좌백님이 글 시작하시기 전에 비적유성탄은 작가로서 쓰고 싶었던 작품이라는 말마따나 기존의 독자들이 이 작품을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새로 무협을 시작하시는 분들에게는 분명 신선함과 저변영역의 확대라는 모습으로 다가올것이라고, 또한 그 현실적인 호응도를 떠나 분명 무협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음이 분명하다, 라는 평을 조심스럽게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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