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누군가가 "밀리터리무협" 같다라고 해서-2권 중반에 들어서니 정말로 밀리터리무협이라 칭할 만 하더군요?-옹졸한 식견에 그저 시중에 범람하고 있는 그저 그런 판타지무협이라 생각했습니다.
정통무협에 익숙하고, 정통무협의 향기가 퇴색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가벼운 무협을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마음에 정통무협의 향기를 지우는 또 한편의 글이 나왔나 보구나 했지요?
그래서 읽어보지도 않고 몇 마디 좋지 않은 글을 남기는 우를 범하기도 했습니다.
1권, 1장을 넘기기가 무섭게 제 판단이 얼마나 성급했는지 알겠더군요?
두 번째 작품이라는 게 무색하리 만치 작가의 글솜씨는 매끄럽고 군더더기가 없는 것 같더군요? 사실 최근 신인작가들의 글솜씨가 형편없다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던 제게 서릿발같은 꾸짖음이고 옹졸한 식견에 대한 차가운 응징이었습니다.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중간 경계를 유지하며 이야기를 풀어 가는 작가의 글솜씨에 다시 한번 감탄사를 발하며, 또 글 쓰는 사람들은 우리 독자들이 가지지 못한 특별한 재능이 있음을 한없이 부러워하며 "사라전종횡기"를 읽은 느낌을 몇 자 적어봅니다.
우선 첫째로, 소재의 신선함을 들고 싶습니다.
암계와 집단전투가 난무하는 신난투 시대의 강호를 무와 협이 살아 숨쉬던 지난날의 황금강호로 되돌리자는 내용은 신선하다 못해 짜릿한 쾌감을 주었습니다.
특히 1권에서 보여지는 박투의 치열함은 읽는 이로 하여금 절로 손에 땀이 나게 하고 내용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둘째는, 간간이 등장하는 주인공 장소열의 사부에 대한 회상장면인데, 주인공이 지니게 되는 무공의 기원과 특성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과거와 성격도 언뜻 언뜻 알려주어 주인공을 알아 가는 재미를 부여합니다.
셋째는, 각 장의 첫 페이지에 나오는 인물들의 표제어라고나 할까? 짤막한 글귀입니다.
이어지는 장의 내용을 미리 유추해보는 솔솔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소제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또 일기형식의 몇몇 글들은 글의 흐름에 윤택함을 주어 몰입도를 높여 줍니다.
그렇지만 1권의 치열함과 달리 2권은 아쉬움 면이 없지 않습니다.
특히 중반 부분부터 등장하는 "사라십삼조"의 얘기가 나오면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무협소설에 군대의 생활상을 옮겨서 표현한 것은 나름대로 재미가 있습니다.
아마도 군복무 경력이 있는 분들이라면 절로 빙긋 웃음이 감돌게 됩니다.
그렇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짜샤" 등의 지나친 속어의 사용과 간간이 나오는 현대어는 내용을 가볍게 하기 마련입니다.
1권에서의 치열함에 비해 너무 갑작스런 변화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전종횡기"는 일단 손에 쥐게 되면 쉽게 내려놓을 수 없는 글입니다.
신선한 소재의 설정, 박투의 치열함, 회상장면이나 일기형식의 글이 주는 구성의 묘미, 한국 남자들이 가지는 보편적인 향수-군대 생활상을 차용한 적절한 상황묘사, 그리고 작가의 해박한 지식 등은 능히 "사라전종횡기'를 읽어 볼 만한 작품으로 만드는 요소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운곡"이후 오랜만에 강호에 "수담옥"이라는 무서운 신성의 출현에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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