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마이조 오타로
작품명 : 모두 씩씩해
출판사 : 학산문화사 북홀릭
불확정성의 시대를 위한 불확정성의 소설!
모든 것은 과잉과 과소 사이에 존재한다
이 혼돈의 한가운데, 당신은 뭘 선택할 거지?
'21세기'라는 수식마저 거부하는 '초세기' 작가 마이조 오타로가 던지는 여섯 가지 단편의 여섯 가지 질문.
하늘을 날 수만 있다면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을 수 있을까?
나의 마음속에서 죽어 버린 너는 이미 죽은 것과 마찬가지일까?
완결된 꿈과 완결되지 않은 현실 중 어느 것이 진짜 꿈일까?
이 폭력은 세계로부터 전염된 것일까? 원래부터 내 것일까?
나는 너를 사랑하는 것일까? 사랑하는 척하고 있는 것일까?
만일…… 그때 손을 내밀었다면 나는 너를 구원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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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흙, 혹은 먹이'로 시작한 마이조 오타로 독서는 이 '모두 씩씩해'를 끝으로 한국에 정발된 모든 책을 정복하며 종결. 파우스트 등에 실린 단편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전혀 흥미를 가질수가 없군요(...).
같은 파우스트 계열에 속하면서, 마찬가지로 폭력과 자극이 넘쳐나는 사토 유야는 무슨 작품이든 '재밌게' 읽을 수 있긴 했는데, 마이조는 재밌는건 독서 경력에 큰 인상을 남길정도로 재밌고, 재미 없는 놈은 읽고 있기가 짜증난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재미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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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실 '모두 씩씩해'와 '스쿨 어택 신드롬'이라는 두 문고판 책을 합본으로 출판한 거라고 하네요. 각 단편들은 확고한 주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마이조 식의 혼란스러운 표현법으로 써내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뭐, 저번에 읽었던 좋아 좋아 너무 좋아 정말 사랑해급으로 뭔 소리 하는거야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좀 과하게 자극이 많고, 말을 빙빙 둘러한다 뿐이지 어찌보면 분위기나 글을 전개하는 방식은 말 그대로 현대 문학이라고 봐 줄 수 있는 정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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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연기, 흙, 혹은 먹이'에서, 대물림되는 극단적인 폭력과 가히 수라같은 성격의 엄친아 주인공, 연쇄살인귀와 유혈막장패륜 기타등등의 광기 폭발의 이야기 끝에 내놓은 주제가 가족의 회복이라는 너무나도 훈훈한 결말이라는, 그 똘끼넘치는 패기와 그것을 설득시키는 놀라운 글솜씨에 그야말로 가슴이 벅차오르고 호흡이 가빠지며, 한마디로 책에 뻑 갔던 아련한 추억...
뭐 사실 이 표현법은 마이조 오타로의 다른 작품에서도 꾸준히 유지되어오고 있는데...(드릴 홀 인 마이 브레인 같은거 빼고. 이건 저로서는 도무지 테마를 파악할 수가 없어요.)
테마 자체는 매우 안온한 편이에요. 그런데 그걸 둘러싼 장치나 소재, 표현법이 매우 특이하고 일그러져 있다는 것. 이 방향성을 즐기거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맞는 작가가 마이조 오타로가 아닐지.
그런 의미에서 '연기~' 빼고는 저에게는 거의 다 에러.
저 테마를 위해 워낙 쓸모없고 난해한 문장을 많이 뽑아내는터라 순수하게 '자극'만을 즐기기에도 어렵습니다. 사토 유야와는 꽤나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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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인 '모두 씩씩해'는 소재라거나 표현하고자 한 테마에 비해 너무 많이 들어갔고, 정작 중요한 부분은 부족한 찝찝함이 컸습니다. 시간대를 흐트려트린 부분은 특히나 혼란만 가중한 부분. 이런 부분은 마이조 오타로 작품 전체적으로 보이는 특성이긴 합니다만.
단순히 마음에 든 단편이라면 스쿨 어택 신드롬. 배경 설정으로 수백명을 희생시키고 작 내에서 수십명을 죽인 다음, 결국 표현하는 테마는 가족의 회복. '연기~'의 단편 버전에 가까웠다는 느낌입니다. 그 정도의 속도감이나 압도감은 없지만.
가장 편하게 읽을 수 있고, 테마의 파악이 쉬운 것은 우리 집의 토토로. 마이조 치고는 드물게 평화롭고 자극이 적은 이야기. 어디 가서 작가 이름 가리고 놔 두면 마이조 거란 걸 모를 것 같은 분위기에요.
소말리아, 서치 어 스위트 하트는, 공감하기도, 파악하기도 어렵긴 하지만 왠지 인상깊은 이야기입니다. 그야 이거, 아무리 봐도 '토미에'의 로멘스 어레인지 by 마이조 오타로같으니까.
그 외의 '데드 포 굿'과 '화살을 멈추는 다섯 마리의 부리 없는 새'의 경우는 뭐 인상은 커녕 읽은 다음에는 기억조차 잘 안날 정도로 알아먹기 힘든 이야기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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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이걸로 국내 정발 마이조 끝. 일본 내에서도 그다지 '팔리는 작가'는 아닌 편이고, 뭔 일이 없는 한 '앞으로 더 팔릴 가능성이 있는 작가'도 아닌 편이니, 다른 작품이 들어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연기, 흙, 혹은 먹이의 스타일은 꾸준히 유지하는데, 왜인지 그 스타일을 '연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니 전혀 안끌리는 작가가 되어버렸단 말이에요... 오히려 데뷔작의 거칠고 대중적(그 꼴로도!)인 그 면모가 플러스 요인이었던 것인지.
일본 소설 및 라이트노벨 붐 덕에 한국에 소개될 수 있었던 작가인 만큼, 어느정도 시장이 고정되고 안정, 소강기에 접어든 지금으로서는 이런 '괴작'을 접하기는 힘들어지겠죠. 아, 그 붐의 힘이 끝나기 전에 명성이 자자한 세이료인 류스이의 '코즈믹'은 읽고 싶었는데... 정발해준다던 출판사 어디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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