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다소 치열했던(?) 글들을 지금에서야 읽어봤습니다.
솔직히 약간은 의아하기도 합니다.
내 글이 그렇게도 논란을 풍길만한 글이었나 싶기도하고, 또한 그렇게 못마땅했다면 단순한 반론차원을 넘어서 그 작품이 지닌 향기들 - 왜 그작품이 잘된 것이고, 작가의 무협관이 이래서 좋았고, 기타등등해서 좋은 점들 - 을 부각시켜서 나로 하여금 크게 공감시켰으면 그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운점도 느꼈습니다.
지금도 그 작품 - 협객공수래 - 에 대한 내 느낌은 대체로 '아니다'입니다.
무협은 무엇보다 '재미'가 기본입니다. 무협장르의 특성상 이 '재미'를 간과해서는 독자들의 열렬한 성원을 이끌어내기가 힘듭니다. 이 재미중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재미의 근본요소는 독자로 하여금 작가의 무협세계에 깊이 빠져들게 하는 것입니다. 작가가 창조해낸 주인공에 빠져들어서 작가가 그려낸 무협, 강호세계에 독자로 하여금 한발한발 디디게 만들어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바로 재미입니다. 그런데 이 재미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참으로 지난합니다. 작가가 창조한 세계에 저절로 들어오게끔 만든다는 것이 그 얼마나 힘든지는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무협작품들을 보아도 자명합니다.
무협작품을 읽을때 저는 일정한 기준으로 읽습니다.
주인공은 왜 강호에 나서는가
주인공은 강호에서 어떠한 일들을 하는가
주인공과 대척점에 서는 안티는 왜 그렇게 반대자리에 서는가.
작가가 그리는 강호세계는 어떠한 것인가. 낙관적인가 비관적인가, 밝은 곳인가 음울한 곳인가, 그 세계는 어떠한 룰이 지배하는가, 주인공의 성격과 작가의 강호세계는 어떻게 관련되는가.
무공대결은 어떤식으로, 심리묘사는 어떻게, 인물이나 배경은 어떻게 처리했는가
무척 많아보이지만, 사실 별거 아닙니다. 결국은 독자인 내가 작가가 그리는 무협세계에 한번쯤 빠져들고 싶어지는가 입니다.
'무협이란 무엇인가'라는 다소 난해한 질문이 있습니다. 나 자신 안읽어본 무협소설이 손가락에 꼽을만큼 적다고 나름대로 대단한(?) 그리고 엉뚱한 자신을 가지고 있긴하지만, 아직도 이질문엔 명쾌한 답을 못합니다. 무협이 대체 무엇이기에 이다지도 헤어나지 못하고 빠져들까를 종종 생각합니다만, 아직도 그 진실한 정체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재미, 대리만족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는데, 말로 글로 표현하자니 장황하기만할뿐더러 나자신조차 제대로 모르니 더욱 안타깝기만 할뿐입니다.
뜬금없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가하는 까닭은, 이런 질문을 생각하고 답을 구하려함으로써, 나 스스로 나에게 맞는 좋은 작품을 고르게 되는 안목이 저절로 생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질문을 나에게 던져주고간 친구에게 그 당시엔 아니꼬왔지만, 지금엔 고맙게 생각합니다.
집에 고이 책장에 모셔(?)두면서 잊을만하면 꺼내보는 소중한 작품이 몇가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끼는 책들은 김용의 녹정기, 천룡팔부, 소호강호, 연성결..고룡의 다정검객무정검(영웅도), 초류향전기, 육소봉입니다. 물론 이외에 더있긴 하지만, 대충 이정도만 열거합니다. 왜냐면 이 책들은 10여년을 훌쩍넘어 아직도 틈틈이 잊을만 하면 읽기때문입니다. 일상생활에 지칠때, 나만의 휴식을 취할때에는 어김없이 꺼내보는 책입니다. 왜그럴까를 생각해보면, 그 대가들이 그려낸 세계에 나자신이 느껴보면서 다시금 활력을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 그 가장 큰 이유인것 같습니다.
요몇년간은 행복했습니다. 이들 중국인 대가들 외에도 한국의 대가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신선하면서도 대단하게 자신의 족적을 남긴 신인들중 몇분이 지금은 대가로 커가시는 것을 목격하면서, 그리고 기존의 분들또한 열심히 창작활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근래 몇몇 신인분들 또한 대단한 작품들을 종종 내놓기에 여기 고무림게시판에서 그렇게 대단한 칭찬을 받고있었던 협객공수래를 읽어볼 마음이 생겼습니다.
물론 이 작품은 대단합니다. 신인이라는 위치에서는 말입니다.
필력은 아무리봐도, 어디선가 글을 업으로 하는 생활을 하셨던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분이 그려내낸 무협세계, 글의 전개가 처음의 놀라움과 기쁨을 더이상 연장시켜주질 못했습니다. 성장소설이라는 방어벽이 있다손 치더라도, 아직도 작가분이 공수래가 무엇을 위해 그리고 왜 강호를 돌아다니게 만들고 있는지 - 협객 공수래이니 분명 협객으로 커나갈것은 자명할건데도 말입니다. 주인공의 안티는 왜 그러는지 그리고 주요 안티는 누구인가- 를 적지않은 분량이 나왔음에도 제대로 감을 못잡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가장 큰 실망입니다. 덧붙여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부분의 글들이 읽어나가기엔 좀 힙겹더군요. 어줍잖은 내 예상은 작가분이 공수래라는 주인공을 통해 강호의 전부분, 모든것들을 담아내려 하는 것은 아니였을까하는 점입니다. 주인공을 통한 활약, 주변인들을 통한 모든 강호세계를 하나하나 보여주고자하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그 작가분의 글중심이 점점 모호해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입니다. 이런 제 예상이 틀리기를 바랍니다.
뭐랄까, 이작품을 읽으면서 크나큰 기대와 그만큼의 실망이 겹쳐졌다고 할까요.
그래서 비평아닌 비평이란 어줍잖은 글을 쓴것이었고, 이렇게 또하나의 글을 쓰게됐습니다.
모쪼록 이글이 또하나의 분란(?)의 계기가 되질 않길 바랍니다.
Commen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