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경기를 시청한 다음 시원한 밤 공기나 느껴보려고 베란다로 나갔습니다.
'응? 저게 뭐지…?'
문득 검은색 비닐봉지에 가득 담긴 사과가 눈에 띄더군요. 일주일전에 들어왔던 것인데 지금까지 먹지 않았던 것입니다. 혹시나 상했을까 하는 마음에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다행히 아직까지는 상태는 무척 양호하더군요.
상하기전에 어서 치워야겠다는 생각에 능숙한 칼 놀림으로 껍질을 사사삭 깐 다음 깍두기 썰 듯이 잘게 잘랐지요. 말로만 들었지 한번도 시도 해보지 않았던 쨈이라는 음식에 도전해보기로 한 것이지요. 그 동안 각종 찌개나 무침에는 도전했었지만..-_-;쿨럭… 생각해보면 야밤에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역시 야행성(夜行性)일까요?^^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거늘…
그 동안 귀동냥한 것을 최대한 기억해내 커다란 냄비에 물을 붓고 깍은 사과와 설탕, 그리고 약간의 소금(소량은 단맛을 더 진하게 해준다는 것 아시죠?)을 넣고 한시간이 넘게 가열했습니다. 그리고 뚜껑을 여는 순간… 윽! 아무래도 물 조절에 실패했던 것 같습니다. 쨈을 많이 만들어 아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려던 야심 찬 포부는 삽시간에 눈 녹듯이 사라져버리더군요.
죽!
말 그대로 쨈이 아닌 일종이 사과 죽이 되어버렸습니다. 호박죽을 연상해보시면 알맞을 것 같습니다. 커억… 사과의 양이 많았던 탓에 죽(?)의 양도 심히 많더군요.
그때의 난감한 심정이란…
일단 마음을 차분하게 안정시키고^^; 만들어놓은 사과죽을 서늘하게 식힌 다음 한접시를 그 자리에서 먹어치우고 남은 세 개는 작은 냄비에 나누어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그런 대로 자기 위안을 삼고 먹노라니 먹을만하더군요.(심법(心法)의 도움이 컷습니다^^) 식빵에 발라 먹을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암튼 이 많은 사과 죽 도대체 어찌 처리해야될까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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