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벌초를 다녀 왔습니다
날씨를 모르기 때문에 새벽같이 일찍 일어나 충북괴산으로 동생과 아버지 3부자가 출발~~ 일찍 도착해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온 것들과 2대의 예초기를 (아직 고향에 남아있는 먼 친척에게 빌려) 신나게 풀을 깍기 시작했습니다
일년 만에 와서 그런지 풀이 너무 많아서 예초기가 쉴틈없이 돌아가야 했습죠. 그런데 어느 순간 머리가 따끔하다는 생각이 들고 어디선가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뒤를 돌아보니 아버지가 뭐라고 하고 있는데 예초기 소리에 들리지는 않고 매우 화가난 표정이었지요
전 제가 뭘 잘 못했나? 하는 생각에 예초기를 저회전으로 바꾸고 보고 있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막달려오더니 절 막 때리는 겁니다
전 매우 놀라면서도 아버지의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벌이다 빨리 떨궈내.!" 이럴 수가
그 때서야 머리가 따끔하다는 것이 본걱적으로 느껴지며 (머리와 풀 날리는 것을 막으려고 입고온) 오래된 와이셔츠 안 에서 앵앵거리며 따끔따끔하게 침을 쏘는 벌들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 예초기가 벌집이 있는 땅을 내려 쳤던 것입니다.
벌의 처절한 복수였지요
침착해야 된다고 생각하며 예초기를 끄고 벗어 버리고 가벼운 뜀으로 차있는 곳으로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악 쓰고 막 뛰면 벌리 놀라 흥분할까봐) 그런데 이넘의 벌은 땅벌 또는 떙비라고 불리는 작은 벌이지만 끝까지 따라붙은 지독한 종류의 벌이었습니다 노란색의 작은 벌이지요
믿기지 않는다면 나이드신 분들께 물어보세요
이넘의 벌 차타고 10분가량 간 괴산병원까지 따라왔습니다
일단.. 아까 막 차있는 곳으로 뛰어가는데 현기증이 느껴지면서 오른 쪽 발이 풀리는 겁니다 털썩 쓰러지니까 딴건 다 정신이 있는데 오른 발이 쥐가나서 힘이 안 들어 오는 겁니다. 아무리 수건으로 내리쳐도 벌은 계속 쏘아대지 다리는 풀려버려서 일어날 수는 없지 진짜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 아버지가 오시더니 연세 56세 되신 분이 절 업고 뛰는 겁니다
<동생이 안 온 것이 아니라 너무나 아버지가 신속하게 행동해 동생이 말 걸 틈도 없더군요>
아버지는 오른 손으로는 수건을 들고 벌을 쫒겠다고 마구 휘두르며 (처음과 이때 벌을 쫒느라 아버지는 오른손을 집중적으로 쏘이셨습니다)
차에 저를 태우고 숨어 있는데 제가 말했습니다
"벌이나 뱀은 독이 있으니까 혈청 비슷한거 해독제 맞아야 된다고 병원가자고.........."
제가 머리를 훑어 내자 벌이 만져지는데 머리를 때릴 때 죽은 것만 5~6마리가 나오는 겁니다 쏘고 나서 돌아간 것을 생각하면 10~20방 정도 벌에 쏘인 거죠.
결국 우리는 병원 응급실로 달려 갔고(물론 차로)
거기서도 벌 3마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잡기는 했지만 독한 넘들 거기까지 따라오다니 머리가 너무 아프고 배에도 2방 등에도 4~6방 허벅지 ...머리는 셀수 없이 많이 쏘여서 제가 머리가 아프다고 몸부림치는데 아버지는 오른 손이 팔뚝만하게 붇고 동생은 좀 들 쏘여서 괜찮고 일단 간호사 말데로 눕고 혈압 측정을 하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토할거 같다고 하더니 숨을 못 쉬어서 간호사들이 의사 선생님 부르고 봉지를 대고 아버지는 토하고 해독제 주사를 맞고 진통제 주사를 맞고 링겔을 맞고 <저도 똑같이 하고>코에 꽂아서 숨을 쉬는 것을 연결하고 <아버지만> 한 동안 난리가 났습니다
전 어느정도 진통제로 안정이 되어서 머리만 아프고 참을 만 했는데
아버지는 연세가 있으셔서 인지 쉽게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10분 20분 시간이 가도 일어나지 못하시고 호흡기 끼고 땀을 뻘뻘 흘리시는 아버지를 보니 .........갑자기 눈물이 흘렀습니다
믿을 수 없었습니다
저분이 조금 전에 절 업고 병원까지 차를 몰고 오셨다는게 정말 믿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병원에 오니 긴장이 풀리면서 벌 독이 느껴지신 걸 겁니다
인간의 의지 아니 아버지의 의지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그런데 머리가 아프다고 몹부림 쳤던 제 자신이 한심해 보이면서 아버지의 사랑이 뼈져리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두 시간 가량 치료를 받고 나니 바늘로 찌르는 듯한 욱신거림은 있었지만 저도 그리고 아버지도 안정을 되찾고 워낙 일찍 <10시> 벌에 쏘인지라 점심을 6촌 고모님 댁에서 먹고 2시간 가량 더 잔후 식은 땀과 쑤심은 여전했지만 3시쯤 다시 벌초를 시작해 6시쯤 마치고 집으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벌에 쏘인 모든 곳이 욱신 거리는 것이 아프기는 하지만
이제 어느정도 참을 만 합니다
아버지의 사랑 ,.......... 전 그날 온 몸으로 느꼈습니다
간 혹 TV에서
물에 빠진 자식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같이 못 나오거나 자식을 살리고 못 나오는 아버지나 불타는 집 속으로 자식을 구하기 위해 뛰어드는 부모님의 모습
이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닙니다 사실 그 위대함을 아직은 이해 못 하겠습니다
아마 본능일 것입니다
결코 이성으로 생각하고는 그런 행동들 그리고
그런 초인적인 행동들을 누가 해 낼 수 있겠습니까?
이건 아버지 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였습니다
아버지가 정말 존경스럽고 감사합니다
아버지 사랑해요
벌초 갈 떄는 에프킬라 꼭 챙겨가세요 재수 없으면 제 꼴납니다
--2004년 어느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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