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인가 궁금하신 분은 제 아이디로 검색하여 어제 글을 읽어보세요.;;
어젯밤에 두통과 씨름하다가 겨우 잠들었습지요. 아침에 일어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다머 분들이 하신 말씀이 옳다고 느껴지더군요. 그 외에, 제 대학 생활과 하등 접점이 없어 기밀누설의 염려가 없는 또 다른 형님께 자문을 구했더니 역시나 S의 고백을 받아들이는 게 현명한 처사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점심나절까지 고심하다가 결단을 내렸습니다. 근래에 들어서야 얻은 지혜인데, 혼자 끙끙 앓아서 최선책이 나올 만한 문제는 진작 나올 것이요, 그렇지 않은 문제는 차선책이라도 택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약속 시간은 금요일까지였지만, 기왕 결정을 내린 이상 시간을 오래 끌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S에게 카톡을 보내 저녁에 시간 좀 있냐고 했지요. 텍스트 메시지임에도 반색하는 게 눈에 보이더군요. 적절한 때로 약속 시간을 맞추고, 오후 내내 도서관에 앉아 생각에 잠겼습니다. 대답의 방향은 정했지만, 그 내용물을 구체적으로 어떤 형식을 통하여 표현할 것인지가 문제였거든요.
약속된 때와 장소에서 만난 뒤로는 그냥 바로 말했습니다.
우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한 뒤, 즉답을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어떤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질 못했기에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하느라 그랬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아직 제 감정에 대해서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함께 지내면 확답을 줄 수 있을 거라고도 했습니다.
뭐라 횡설수설 적어놨는데, 거의 저 내용은 제 머릿속에서 맴돌았고 대답 자체는 짧은 어구로 간명하게 했습니다. 요컨대 받아들이겠다고 했지요.
정말, 무지무지 기뻐하더군요. 원래부터 잘 웃고 밝은 아이였는데도, 애가 그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은 처음 보았습니다.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죄책감이 들더군요. 사실 OK 대답을 준 것은 정말 S의 감정을 받아들여서가 아니라, 그저 S와의 관계가 파탄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한 것에 불과하거든요. 무엇보다 제가 아직 Y에 대한 감정을 완전히 정리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심으로 기뻐하는 S에게 죄를 짓고 있다는 의식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 뒤로는 뭐, 같이 저녁 식사하고 잠깐 얘기하다가 S를 바래다주고 헤어졌습니다. 일단 OK를 들었더니 애가 안심했는지 식사하는 내내 어제 고백하고 난 뒤의 일을 신나게 재잘거리더군요. 어제 고백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부터 오늘까지 핸드폰을 손에서 떨어뜨려놓은 적이 정말 1초도 없었다고. 심지어 씻을 때도 랩에 싸서 스피커폰 모드로 놓고 씻었다고 ㅡㅡ;; 게다가 오늘 저녁 일정도 좀 빡빡했는데 제가 만나자고 하니까 다 미뤄버리고 한달음에 달려왔답니다. 그러니까 원래 저녁 10시쯤에 끝날 일이 저와의 약속 때문에 12시로 미뤄진 것. ㅡㅡ;;;
죄책감이 더욱 강하게 들더군요.;;;
그나저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가 걱정이네요. 사실 가장 기다려왔던 순간임에도 너무 갑작스럽게 당하다보니 당혹감이 먼저 듭니다. ㅜㅜ
일단 Y에 대한 것은 죄다 휴지통에 넣어두기로 했습니다. 때가 되면 '원래 지점으로 복원'을 누르든지, '휴지통 비우기'를 하든지 하겠지요.
게다가 고백만 받아줬다 뿐이지, 아직 S를 이성으로써 완벽하게 좋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S를 어떻게 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에게서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S의 감정이 수그러들어서 S가 저를 뻥 차고 저는 다시 Y한테 목메다가 어찌어찌 Y랑 되는 것이고...
두 번째가 S랑 사귀다가 진짜 Y에 대한 마음을 Shift+Delete할 정도로 S를 좋아하게 되어서 메데타시 메데타시 하는 것인데....
의도적으로 첫 번째 시나리오를 노린다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그렇고 확률적으로도 맞지 않고.
일단 S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네요. Y를 잊고 못 잊고야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닌데, S를 진짜 사랑하는 일이 큰일입니다. 있는 사랑을 없애는 것보다, 없는 사랑을 있게 하는 것이 훨씬 힘들어요.;;
S는 진짜 예쁩니다. 제기랄. 언젠가 친구가 장난삼아서 동아리 자매들의 외모 수준을 등급제로 평가해본 적이 있는데, S는 A+급, Y는 B급으로 보더군요.(사실 수련회 같이 간 누나는 특급인데 여기선 논외) 제게 과분하다고 하면 또 왜 그리 남자가 배알도 없고 자존심도 없냐고 할 분들이 계실 텐데, 겸손이나 그딴 게 아니라 진짜 누가 봐도 S는 저보다 훨씬 낫습니다. 아마 저랑 S가 나란히 길을 걸어가면, 흔히 하는 유머대로 '남자가 돈이 많은가봐?' 하면서 수군댈 사람들 많을 겁니다.(...)
당장 오늘밤에 S한테 안부부터 어떻게 물어야 하나 걱정입니다. 평소에는 S도 일련의 친구군(群)에 속한 원소에 불과했던지라 저녁 안부는 묻지도 않았는데, 일단은 사귀는 것으로 되었으니 문안을 하는 게 도리겠지요? 근데 어떻게 살갑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젠장;;
참고로 사귀는 것은 제 절친을 포함해서 동아리 안에서 절대 비밀로 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이성교제는 3학년 말 4학년 초부터!'를 권장하는 집단이다 보니, 제대로 교리를 체득하지도 못한 10학번끼리 사귀는 것이 동아리 분위기에 누를 끼칠 것은 자명하거든요. 뭐, 둘이 사귄다고 동아리에서 쫓아내거나 하는 일은 없지만, 공연히 다른 사람들이 저희를 대하는 게 조심스러워지는 등의 일이 발생할 테니 신중을 기하자는 데에 합의했습니다.
이런 제기랄. 바로 윗문단 쓰다가 생각난 건데요. 뭐 이렇게 글 쓰다가 새로 생각나는 게 많은지....
금요일, 그러니까 당장 내일 바로 M이랑 같이 만날 텐데... 빌어먹을;;
M은 아직도 S만 보면 헤벌레 웃고(물론 대놓고 웃지는 않지만 그런 분위기?), 자리도 옆 자리 앉으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데...
M이 이대로 S한테 일편단심 춘정을 바치도록 내버려둬야 하는지... 그렇다고 따로 얘기를 하면 충격 먹고 저를 죽이려 들지도 모를 텐데 말입니다. 물론 M한테 대놓고 널 도와주겠다, 이런 얘기를 한 적은 없기 때문에 제가 M한테 지켜야 할 의리 같은 건 없고, M이 발광하는 것보다는 M과도 또 소원해질 것이라는 게 두렵네요. 하나를 얻으려고 하나를 지키면 또 하나가 떠나가고... 이런 젠장. 그렇다고 M이 저대로 S한테 계속 맛이 가 있도록 하는 것도 불쌍하고...
그러고 보니 아까 S한테 M 얘기를 안 했네요. 젠장;; S도 M이 자기 좋아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을 겁니다. 언제 또 다른 제 친구 A에게 M이 말하기를, S가 자기를 좀 냉랭하게 대하는 것 같다고 했거든요. 참고로 저는 Y가 저를 냉랭하게 대하는 것 같다고 A한테 하소연한 적이 있었지요. 둘이 어쩜 그리 똑같냐고 A한테 핀잔을 들었지요. -_-;;
게다가 그 동안 동아리 사람들에게 Y 좋아한다고 동네방네 소문이 다 난 판국인지라, 만일 S와 사귀는 것을 들키게 되면 또 이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심히 골룸합니다.
아오. 처음에는 논리정연하게 작성하려다가 어쩌다보니 의식의 흐름(...)대로 쓰게 되어 글이 난잡해졌군요. 제가 드리고 싶은 질문의 요약은 이것입니다.
1. 앞으로 데이트와 같은, 연인으로써 해야 할 일련의 행동 양식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
2. 만약 끝끝내 S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3. M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4. Y 좋아한다고 소문난 것은 또?
제기랄. 솔직히 1번은 앞으로도 질문거리 참 많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ㅡㅡ; 데이트를 한 번만 하는 건 아닐 테고 한도 끝도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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