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희 가족, 특히 아버지와 제 관계가 상당히 안좋습니다. 서로 화를 내고 있다고 할까요.
아버지는 며칠전에 저에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 하셨습니다.
지금 졸업해서 사회복지사가 되어봤자 고작 백몇십만원 받아가며 노인네들 똥오줌 치울꺼라고...
그러느니 차라리 학교 때려치고 공무원시험을 치던가, 토익 900점 이상 나와서 기업 복지재단에 들어가라고요. 여하간 덕분에 울컥해서 아버지와 대판 싸웠습니다. 저도 썩 효자는 아니라서 아버지 자존심을 건드리며 마구 빈정 댔지요.
아버지께서 당신이 재작년에 20여년 가까이 해오시던 일을 실직한 이후에 이것저것 일을 벌리긴 했는데 영 신통찮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던 것 같습니다. 실직한 이유도 직장 상사가 뇌물을 요구해서라더군요.
사실 장남과 차남이 대학생인 이상 아버지 입장에서야 신경도 많이 쓰이고 괴로우셨을겁니다. 가장 돈이 필요한 시기에 실직하셔서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으니...공인중개사 자격증은 땄는데 전혀 수입이 안나서 접었고....
저희집이 맞벌인데, 어머니가 30여년간 보험설계사를 해오셔서 아버지보다 돈을 더 잘 법니다. 덕분에 자존심에 많은 상처가 나셨을테죠. 안그래도 어머니보다 적은 수입이었는데 이젠 그조차도 일정하게 내지 못하셨을테니...
오늘 점심에 어머니랑 통화를 하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아침에 아버지가 갑자기 어머니 손을 꽉 잡더랍니다. 그러더니 "OO아, 나 죽을 거 같다." 고 하셨다더군요. 평생 이런 양반이 아니었는데.. 항상 유들유들하고 능청스러운 분이었는데.
지금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실직한 후로 제대로 일정한 수입을 내지 못하는 것이나 장남이 제대로 대우도 못받고 수입도 적은 사회복지사가 되겠다고 하는 것, 차남이 이번에 복학하는데 제대로 공부도 안하고 놀고 있는 것, 아내가 가계 수입을 대부분 충당하고 있는 것 들이 모두 뒤섞여서 아버지를 괴롭히고 있겠죠.
그래서 이번 알바비 받으면 구두를 한 켤레 사야 할 거 같습니다. 한달에 이십만원대 후반 받으니... 대충 십만원대로요. 본래는 좀 더 돈을 벌어서 넷북 저렴한걸로 사려했는데...
하. 우울하네요. 공무원 시험... 토익 900점... 하... 아버지 말이 틀린 말도 아니라서 더 우울한거 같아요. 사회복지사는 정말 돈 못버는 직업이니까요.
지금까지는 어차피 아내와 맞벌이하고... 자식은 안낳으면 그만이고... 이런 생각으로 예비 사회복지사의 길을 걸어왔는데... 이젠 회의감까지 듭니다. 내가 틀린건지.. 아버지가 틀린건지...
서글픈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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