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베란다에 있는 꽤 많은 화초를 놔두고 하필 제 방에 들어왔습니다
팔랑거리는 유연한 몸짓이 한눈에 봐도 나비였습니다
어찌나 가냘퍼 보이는지...
혹시 나갈 창문을 못찾고 기진해서 죽을까봐
밖으로 인도해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나비는... 제 맘을 알 리 없는 나비는
이리저리 도망다니다가 결국 책장사이로 들어가 숨어버렸습니다
여간 무겁고 번거로운 일이라...지 복이지...하는 맘으로 이내 잊어버렸습니다
밤이 되어서는 갑자기..'나비가 변태하기 까지 얼마가 걸리더라' 라는
의문이 생기고...그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담배연기 찌든 제방에서
굶어죽을 나비를 생각하니...
그래서 책장과 장롱을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나비는 그 사이에서도 아직 죽지 않고 있었습니다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혹시 나비의 날개라도 다칠까봐 제법 큰 붓을 이용했지만
역시 도망만 다니는 나비는 낮의 상황과 별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붓을 쥔 오른손을 두고 가만히 왼손을 내밀었더니
냅다 제 손에 올라 앉더군요...하하하
제 왼손은 물론 걸음걸이 까지도 조심해서 화초 곁으로 가서는
안떨어지려는 니비를 간신히 떼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잠시 전에 가보니 아직도 거기에 있군요...아마 자고 있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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