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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니그라토님께 드리는 글

작성자
Lv.6 올드뉴비
작성
13.05.23 17:51
조회
2,234

제가 득도한 현자도 아니고 철학이나 인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았으며 누구에게 이건 이렇다라고 가르칠만큼 오래 살지도 않았습니다만 그럼에도 특정인을 지정하여 글을 쓰는건 시간이 남는 것이 첫번째이고 두번째는 문피아를 오래 했다고 하긴 짧은 시간이지만 일관되게 토론마당에 발제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오지랖 넓게 한번쯤은 참견하고 싶은 욕구 때문입니다.

 

일단 극단적으로 사고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공포, 스릴러 영화 만드는 감독들은 전부 싸이코패스니까요. 근데 그런 사람들과 니그라토님은 다른 점, 혹은 모자란 점 두 가지만 언급하고 싶습니다.

 

한켠으론 그것이 공을 들여 사람을 낚는 행위인데 말 그대로 제가 낚여서 파닥파닥 대는 것일 수도 있지만 비단 니그라토님 뿐만 아니라 요 근래 토론마당에 이런 소재들이 발제되는 것을 보니 그냥 두서 없이 쓰기 시작하게 되었네요.

 

첫번째 보편타당한 인류애가 없어요.

부자들이 자본으로 세계를 계급화하여 미래사회를 점유한다거나 범죄자들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범죄가 없는 사회를 만드는 디스토피아적인 상상이야 sf소설가나 장르문학에서 흔히 볼수 있는 소재입니다. 하지만 그런 소재를 다루는 작가는 그런 내용을 다룸으로써 사회에 어떤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하지요. ‘내 예상에 따르면 앞으로의 미래는 이렇게 될테니 아예 화근을 제거하자’라는 이야기까지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것이 옳지 않다는 보편타당한 도덕적인 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은 더 깊이 사유하여 인간 본연의 본성과 인간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그자체에 목적을 두기도 합니다만 그 목적 역시 인류애의 다른 이름이라고 볼 수도 있지요.

 

사람들이 갖는 인류애가 왜 보편타당한 도덕관념이냐고 묻는다면 저보다도 더 많이 공부하셨거나 철학을 전공하신 분들이 칸트는 어떻고 롤스는 어떻고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실테니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제가 써봐야 복붙수준이고 누군가 아무리 공을 들여 쓴다해도 이런 게시판에서 쓴 글 몇줄 읽고  ‘아 그렇구나’  깨닫기도 힘듭니다. 사실 무언가를 읽는 것보다 한 주제를 가지고 여러방면에서 곱씹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니까요. 그게 바로 두번째 단점입니다.

 

두번째는 바로 사유 자체가 깊지 않아요.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이유는 변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변수가 많다는 것은 고려할 것들이 만다는 것이고 고려할 것이 많다는 것은 폭 넓은 사고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가령 인류가 부자들로 인해 멸망한다라고 한다고 하셨지만 인류는 이미 조개껍데기를 재화로 삼았을 때부터 부자와 빈자가 같이 살아왔습니다. 부의 규모만 다를 뿐이었죠.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돈이지만 상인들이 천대받던 시기가 있었고 계급이란 명목으로 상인들을 갈취하던 귀족, 왕, 황제들도 존재했지만 세계가 망하진 않았습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현재는 자본 자체가 계급을 만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요.

 

니그라토님이 상상하시는 것보다 좀 더 거시적인 면에서 생각해보면 인류의 미래는 오히려 부의 규모가 커질 수록 더 낙관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과학의 발달은 인류의 필요에 의해 점진적으로 발전해왔고 현재는 부가 그것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돈 많은 나라가 입자가속기도 천체망원경도 만들고 달로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있습니다. 그 발달한 과실의 차지는 물론 부를 더 많이 가진 부자들이 더 많이 갖겠지만 빈자들에게도 혜택은 주어집니다. 실례로 우리나라의 거지와 아프리카의 빈자의 복지 수준 차이는 어떻습니까?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들이 빈부격차가 커지는 것을 반대하면서도 섣불리 공산주의를 표방하고 자본주의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런 부분부분 적인 일에 이야기 하자면 끝도 없으니 간단히 줄이자면 좀 더 폭 넓게 책을 접하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좀 더 골똘히 생각해보시면 더 좋은 글이 나올 것이라는 겁니다. 교조적인투로 쓰긴 했습니다만 사실 제 자신이 그럴 위치도 아니고 능력도 부족합니다. 그래도 이 글을 보시고 다음엔 좀 더 심사숙고해서 좋은 발제를 들고 오셨으면 좋겠네요. 무엇보다 누구와 좀 이야기를 나누셨으면 좋겠어요. 글 쓰신 것을 보면.... 좋게 말하자면 고집이 있는거고 그냥 대놓고, 요즘 식으로 돌직구로 말하자면 여물지 않은 아집밖에 안보여요.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디 누가 되었든 간에 데미안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길 빕니다. 이상입니다.


Comment ' 1

  • 작성자
    Personacon 니그라토o
    작성일
    13.05.23 18:19
    No. 1

    뭔가 쓰면 토론이 될테고 정치적이 될테니 패스하고...

    일단 이 글은 따로 저장해두고 두고 두고 읽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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