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넘게 사귄 첫 사랑과의 실연 직후 근 1년 동안은 맡고 있던 프로젝트 때문에 정신을 놓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다가, 회복을 하겠다고 일을 그만 둔지 거의 반 년.
회복은 커녕 정신 붕괴로 오락가락 했죠.
일을 놓자마자 미칠듯이 우울증이 왔습니다.
대인기피에 자살 충동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치유의 목적(&후회, 되새김)으로 글을 쓰면서 겨우 겨우 가느다란 정신줄을 잡게 되었습니다.
그러길 열 달.
주머니의 구멍이 바닥을 뚫고 들어가서 내핵까지 들어갈 지경이라, 어쩔 수 없이 지인을 통해서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너무 쉬었던 나머지 익숙하지 않더군요.
거디가 평소보다 많은 사람의 얼굴과 마주치면서 부담감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겨우겨우 참고 이렇게 집에 돌아와서 저녁 먹으면서 글을 써 보네요.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긍정적인 면은, 일단 금전적인 문제가 해결된다는 부분도 있지만, 글을 더 재미있게 쓸 수 있을 것 같은 의욕이 생겼습니다.
사실상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줄었고, 하루의 즐거움도 더 줄었지만, 반발심이랄까, 역효과(?)랄까, 글에 대한 생각이 더 잘 떠오르고 더 쓰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지네요.
이 때문에라도 다시 마음 잡고 일을 계속 해 봐야겠습니다.
하지만....
사실 돌아오는 길에, 이런 저런 여자들의 얼굴에서 내가 알던 사람의 파편, 흔적들을 보게 되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더군요.
다르지만 조금은 비슷한 모습.
눈이라던가 머리 스타일, 입술 모양, 목소리.
조각조각 모자이크가 되어 기억에 하나 둘 맞춰질 때 마다 느끼는 상실감..
만약 조금만 더 어렸더라면, 군대를 갔다온게 아니었다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길 바닥에서 뚝뚝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릅니다.
내일 출근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겁이 나네요.
뭐 이러다가 자고 일어나면 조금 나아질 지 모르겠습니다.
내일은 좀더 나아지기를.
내일은 더 꿈이 있기를.
내일은 더 행복하기를.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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